[스포츠W 임가을 기자] 유태오의 인생을 바꾼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가 전 세계를 순회한 끝에 한국 극장가에 도착한다.
28일 오후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의 기자간담회가 서울 용산구 소재의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렸다. 자리에는 연출을 맡은 감독 셀린 송과 CJ ENM 고경범 영화사업부장, '해성' 역으로 분한 유태오가 참석했다.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는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첫사랑 '나영'과 '해성'이 24년 만에 뉴옥에서 다시 만나 끊어질 듯 이어져 온 그들의 인연을 돌아보는 이틀간의 운명적인 이야기를 그린다.
▲ (왼쪽부터) 고경범, 유태오, 셀린 송 [사진=연합뉴스] |
영화를 연출한 셀린 송 감독은 뉴욕에서 10년간 연극 연출을 주로 했고, 이번 '패스트 라이브즈'를 통해 첫 장편영화를 연출했다. 특히 그는 부친이 '넘버쓰리'를 연출한 송능한 감독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감독은 "한국의 영화인들과 크루를 짜서 영화를 만들면서 마치 '홈 커밍'같은 기분이 들었다. 작품을 만드는 모든 과정이 신기하고 즐거웠다"고 전했다.
지난해 초 선댄스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처음 선보인 작품은 전 세계 72관왕 212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는 성과를 달성했다. 특히 오는 3월 11일(한국시간)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요 부문인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올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여기에 기예르모 델 토로, 크리스토퍼 놀란 등 영화계의 거장으로 불리는 감독도 "지난 20년간 본 최고의 장편 데뷔작", "섬세하게 아름다운 영화"라는 평을 남기며 '패스트 라이브즈'에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 셀린 송 [사진=연합뉴스] |
셀린 송 감독은 "첫 데뷔작으로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 돼서 꿈만 같고 신기하다"며, "저는 그분들의 영화를 좋아하고, 평생 보고 살았다. 영화를 보고 직접 칭찬해 주셔서 그때마다 제 첫 영화가 이런 평가를 받는다는 게 감사하고 영광이다"라고 들뜬 감정을 전했다.
셀린 송 감독은 한국계 미국인으로서의 자신의 경험을 포함하는 등 자전적인 이야기를 영화에 녹여냈다. 감독은 "한국에서 놀러 온 어린 시절 친구랑 미국 국적의 남편과 같이 술을 먹게 된 밤이 있다. 두 사람이 서로 언어가 달라 제가 중간에서 해석을 해 주다보니 제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해석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감정이 특별해서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연출 계기를 밝혔다.
또, 셀린 송 감독은 "언제나 자전적인 느낌이 있어야 한다."며, "한 명의 인간으로서 다른 사람들이 제가 쓴 창작물을 보러 와서 의미가 있으려면 '나만이 할 수 있다고'라고 깊게 생각하면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신념을 밝히기도 했다.
영화는 '인연'이라는 동양적 요소를 핵심에 배치했다. 극 중에서 '인연'이라는 단어는 따로 영어 번역을 거치지 않은 한국어로 여러번 언급된다. 셀린 송 감독은 "극장을 나오는 모든 사람들은 '인연'의 의미를 모두 알게 된다. 여태까지 그 감정을 칭하는 이름이 없었을 뿐 '인연'이 갖고 있는 감정과 느낌은 전 세계 누구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인연'이라는 한국어를 모르더라도 영화를 보면 단숨에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 유태오 [사진=연합뉴스] |
주연을 맡아 '인연'이라는 요소를 누구보다 깊 이해하게 된 유태오는 이번 작품이 인생을 바꿔준 작품이라 말하기도 했다. 그는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인연'이라는 철학을 완벽하게 이해해야 했고, 그러다보니 일을 하는 과정이 완벽하게 달라졌다. 예전에는 기술적으로 연기에 접근했다면, 이 작품 이후에는 나의 개인적인 삶, 철학과 연결지어 많이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자전적인 경험을 영화에 녹인 셀린 송 감독처럼 유태오 역시 본인이 연기한 '해성' 역에 자신의 인생을 덧댔다. 유태오는 "15년간 무명 생활을 했을 때 느꼈던 감정을 떠올렸다. 내 스스로 바꾸지 못 하는 상황에서 한이 맺힌 감정, 그곳에서 받아들여야 하는 슬픔과 아픔들이 영화에 잘 녹아들어 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유태오는 이번 영화를 통해 지난 1월 18일 한국 배우 최초 제77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영예를 얻었다. 그는 "제가 과대평가된 상태인 것 같다. 배우는 결과주의적으로 생각하면서 연기를 하지 않는다."며, "마지막 씬에서 남는 여운이 좋았어서 관객들도 이 영화를 보면 제가 시나리오에서 읽었던 감수성을 느낄 수 있을거라 확신했다. 그래서 이런 좋은 성과가 나온 것 같다"고 겸허한 태도를 보였다.
▲ 고경범 [사진=연합뉴스] |
'패스트 라이브즈'는 미국 제작사 A24와 한국 제작사 CJ ENM이 협업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고경범 영화사업부장은 "'기생충' 이후 한국 영화의 노하우와 자산을 갖고 어떻게 북미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이 작품을 만나게 됐다."며, "눈에 보이지 않는 한국적인 정서를 치열하게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어하는 시도가 눈에 들어왔다"고 계기를 전했다.
또, 고경범 영화사업부장은 "영화 시장이 코로나19 이후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지금 같은 시대에는 예전에 했던 비즈니스 모델의 연장 선상보다는 원점으로 돌아가려 한다"며, "이전에는 관객의 수요 예측에 따라 영화를 기획했다면 지금은 작품 자체의 가치를 어떻게 확장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접근하고 있다"고 향후 방향성을 밝혔다.
끝으로 셀린 송 감독은 "'패스트 라이브즈'는 누가 언제 보는지에 따라서 느끼는 감정이나 시각이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무조건 열려있는 마음으로 와주셨음 좋겠다."고 바램을 전했다
한편,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는 오는 3월 6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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