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테니스(WTA) 세계랭킹 1위이자 지난해 US오픈(총상금 5천700만달러) 챔피언 나오미 오사카(일본)와 미국 여자 테니스의 미래로 평가 받는 코리 가우프(미국, 140위)의 맞대결은 그 자체로 세계 테니스 팬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경기였다.
올해 윔블던에서 사상 최연소 예선 통과자로서 16강 진출에 성공하며 센세이션을 일으킨 15세 소녀 가우프가 이제 21살의 나이로 두 차례 그랜드슬램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세계랭킹 1위의 자리에 오른 '신성' 오사카를 상대로 어떤 내용의 경기를 펼칠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때문에 US오픈 주최측에서도 두 선수의 경기 성사 가능성에 대해 일찌감치 큰 기대감을 드러냈고, 대회 3회전(32강)에서 실제로 두 선수의 경기가 성사되자 마치 결승전 홍보하듯 오사카와 가우프의 경기를 홍보했다.
그리고 1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뉴욕시 빌리 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두 선수는 네트를 사이에 두고 마주 섰다.
경기 내용만 놓고 보면 미국의 테니스팬들이 내심 기대했던 엄청난 접전은 나오지 않았다. 한 마디로 싱거운 경기였다.
오사카는 1세트에서 가우프에서 3게임을 내줬을 뿐 2세트에서는 단 하느 게임도 허용하지 않고 경기를 마무리, 세트 스코어 2-0(6-3, 6-0)으로 승리를 거두고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경기내용과 승부는 싱거웠지만 경기 직후 오사카가 보여준 행동은 그가 단순히 테니스 기량으로만 '세계 1위'가 아닌 매너와 태도로도 세계 1위라는 타이틀을 붙여줘도 아깝지 않다는 기분을 들게 할 만큼 보는 이들에게 진한 감동을 안겼다.
승리가 확정된 직후 오사카는 가우프와 따뜻하게 포옹한 뒤 환호하는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그리고 인터뷰에 임하기 전 라커룸으로 들어가기 위해 짐을 싸고 있던 가우프에게 다가갔다.
오사카는 가우프에게 "같이 인터뷰할래? 여기 모인 사람들은 너를 위한 사람들이야"라고 말했고, 가우프는 "정말? 그런데 나 울것 같아"라고 완곡히 사양했다. 그러자 오사카는 "너 (오늘) 대단했어. 정말이야"라며 "지금 (라커룸으로) 들어가서 샤워하면서 우는 것보다 지금 네가 어떤 감정인지 이 사람들에게 알게 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며 가우프를 이끌었다. 이어진 인터뷰에서 장내 아나운서가 가우프에게 선배로서 조언할 말이 있으면 전해달라고 요청하자 오사카는 "나는 누군가의 멘토가 아니다."라며 "여러분은 "놀라운 선수가 떠오르고 있음을 보고 있다"고 가우프를 추켜세웠다. 이어 그는 가우프의 가족들을 향해 "때때로 여러분들을 봤다. 울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하다 감정에 북받친듯 눈물을 글썽였다. 이어 "우리는 같은 곳에서 훈련했고 함께 해냈다"고 말했다. 오사카의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가우프는 코트를 떠나지 않고 오사카의 한 마디 한 마디에 박수를 보냈다. 경기 직후 세계 여자 테니스의 '레전드' 빌리 진 킹은 자신의 SNS를 통해 감동의 스포츠맨십을 보여준 오사카와 가우프에게 축하의 메시지를 전한 뒤 오사카에게는 "코트 안팎에서 위대함을 보여줬다"고 칭찬했고, 가우프에 대해서는 "세계 1위가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지 알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여자 테니스의 새로운 시대의 여명을 목격했다는 점에서 우리는 매우 운이 좋았다"고 평가했다.
한편, 가우프를 꺾고 대회 16강에 오른 오사카는 벨린다 벤치치(스위스)와 8강 진출을 다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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