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임재훈 기자] 무려 3년 8개월 만에 '메이저 퀸'으로 돌아온 전인지가 눈물로 팬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전인지는 27일(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베세즈다의 콩그레셔널 컨트리클럽(파72·6천831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총상금 900만 달러)에서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2개와 보기 5개를 묶어 3오버파 75타를 쳐 최종합계 5언더파 283타를 기록, 공동 2위 렉시 톰슨(미국), 이민지(호주, 이상 4언더파 284타)를 한 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앞선 1라운드에서 8언더파 64타라는 콩그레셔널 컨트리클럽의 코스 레코드를 작성한 것을 시작으로 이날 최종일까지 하루도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고 이뤄낸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다. 전인지는 이로써 2018년 10월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이후 3년 8개월(44개월) 만에 통산 4번째 LPGA 투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상금 135만 달러를 획득했다. 3월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고진영, 4월 롯데 챔피언십 김효주, 지난달 뱅크 오브 호프 매치플레이의 지은희에 이어 한국 선수로서 올 시즌 LPGA 투어에서 수확한 4번째 우승이기도 하다. 전인지는 이번 대회 2라운드까지 6타 차 선두를 달리다 3라운드에서 공동 2위 그룹에 3타 차 추격을 허용한 데 이어 이날 최종 라운드에서 2, 4, 6번 홀 보기를 쏟아내며 초반 버디 두 개를 잡아낸 톰슨에게 단독 선두 자리를 내줬지만 막판 극적인 역전 승부를 연출하며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전인지는 이날 경기 흐름에 대해 "전반에 내 생각만큼 경기가 풀리지 않아서 답답하기도 했고, 많은 생각들이 머리에 오간 것 같다. 지난 4년 동안 우승이 없었기 때문에 나를 끝까지 믿고 응원해 주신 팬분들, 스폰서분들에게 우승으로 보답하고싶었다. 그런 생각들이 너무 강하게 있다보니까 압박이 많았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그래서 후반에는,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은 내가 어떻게 과정을 즐기느냐에 따라서 쫓아오는 것이니까 그런 생각들보다 나를 믿고 과정을 즐겨보자고 생각하고 플레이했었던 것이 이렇게 우승까지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끝까지 나를 포기않고 믿어주시고 응원해주신 분들에게 우승으로 보답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인지는 마지막 18번 홀을 낲두고 한 타 차 리드를 잡고 있던 상황에 어떤 생각을 했는지 묻는 질문에 "사실 경기 시작하기 전에 스코어를 생각하지 말자는 게 목표 중 하나였는데, 어쩔 수 없이 자꾸 스코어가 머릿속을 스쳐가더라."며 "17번 홀에서는 이민지 선수가 잘 끝내 놓은 것을 확인했고, 마지막 홀이 어렵기 때문에 렉시 톰슨에게도 기회가 있을 수 있고, 나도 타수를 잃을 수 있는 상황이라는 생각들이 들었다. 내가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들었다). 그래서 마지막 홀 티샷 앞두고 '나도 사람이니까 불안한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하지. 그래도 반응하지 말고 그냥 내가 가고자 하는 목표만 생각하자'는 마음으로 티샷을 했다. 세컨샷에서 디봇이라서 라이가 어렵긴 했는데, 그 샷 이후에도 '아직 퍼팅에서 기회가 남았으니까' 이런 마음으로 다음샷, 해야할 것들에 집중했었던 것 같다."고 술회했다. LPGA투어에서 거둔 4승 중 메이저 우승이 3승이나 되는 데 대해 전인지는 "항상 메이저 코스에 오면 너무 관리가 잘 되어 있고, 많은 분들이 노력을 쏟는 골프장이라는 것이 느껴질 정도다. 플레이하면서 쉽지 않고 도전정신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며 "그런 것들이 골프를 하면서 나로 하여금 재미를 느끼게 하고, 한 샷 한 샷 도전하면서 플레이하게 되고, 그런 것들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물론 메이저 대회니까 조금 더 많은 집중력을 발휘해서 조금 더 열심히 준비해보려고 하는 팀원들의 노력도 당연히 우승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고 나름의 생각을 밝혔다. 이어 그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염두에 둔 듯 "어쨌든 메이저 3승을 했으니 나에게 또 다른 목표가 하나 더 생겼다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계속 이루고자 하는 것, 내 앞에 놓여진 새로운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서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인지는 2015년 US여자오픈, 2016년 에비앙 챔피언십과 이번 대회까지 LPGA 투어 통산 4승 중 메이저대회에서만 3승을 올렸다. 전인지는 앞으로 AIG 여자오픈이나 셰브론 챔피언십에서 트로피를 추가하면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한국 선수 중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선수는 박인비가 유일하다. 전인지는 오는 8월 초 스코틀랜드에서 개최될 예정된 AIG 여자오픈이 커리어 그랜드 슬램 달성 도전에 나선다. 전인지는 이어 팬들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울먹였다. 그는 "팬분들 얘기만 들어도 눈물이 날 것 같다. 사실 나도 마음적으로 힘들다보니까 원래 굉장히 팬분들하고 더 많은 소통도 할 수 있었는데, 응원조차도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너무 감사해야 하는 건데... 내가 많이 부족했는데도 끝까지 포기 안 하고 응원해 주시는 우리 '플라잉 덤보' 팬카페 여러분들, 수 많은 팬분들 덕분에 제가 이렇게 카메라 앞에서 감사드린다고 할 수 있는 것 같다. 너무 감사하다."고 속내를 전했다.
전인지는 마지막으로 18번 홀에서 챔피언 퍼트를 한 뒤 눈물을 보였던 데 대해 "그냥 '해냈다'라는 생각, '끝냈다'라는 생각 때문에..."라며 "솔직히 안 울려고 했었다. 이 대회 전 대회에서 너무 많이 울어서, 이번에도 울면 너무 울보 같다고 생각해서 울지 않으려고 했다. 자꾸 한살 한살 먹어가면서 눈물이 많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서 전인지가 언급한 '전 대회'는 3년 8개월 전 우승 대회인 2018년 10월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으로, 당시 우승도 전인지에게는 2년1개월 만의 우승이었다. 당시에도 전인지는 우승 직후 많은 눈물을 쏟았다. 할머니 생각 때문이었다. 전인지는 전인지는 “맞벌이하시는 부모님 대신 할머니 손에 자랐다. 그동안 할머니께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은데 그런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이 스스로 힘들었다.”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전인지가 이번에 쏟아낸 눈물은 3년 8개월 전과는 다른 의미의 눈물이었다. 오랜 기간 포기하지 않고 응원을 보내준 팬들과 목표를 향해 묵묵히 노력해 온 자기 자신을 향한 보답이자 격려이자 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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