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레나 오스타펜코(사진: 스포츠W) |
당초 코리아오픈조직위원회는 지난 5월 모로코 라바트에서 열린 WTA 투어 랄라 메리엠 그랑프리에서 생애 첫 투어 타이틀을 차지한 마리아 사카리(그리스, 27위)와 2017년 프랑스오픈 챔피언으로 코리아오픈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며 국내 팬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옐레나 오스타펜코(라트비아, 74위)를 대회 흥행을 책임져줄 '간판'으로 내세웠었다.
하지만 사카리가 17일 단식 1차전을 앞두고 부상을 이유로 기권을 결정하고, 오스타펜코마저 올해 프랑스오픈 복식 우승자 티메아 바보스(헝가리, 92위)에 덜미를 잡히며 일찌감치 대회 대진표에서 이탈함에 따라 대회 조직위가 난감한 상황이 됐고, 대회 흥행에 비상이 걸렸다.
이런 상황에서 대회 흥행의 불씨를 되살릴 구세주로 재미교포 크리스티 안이 급부상했다.미국 명문 스탠포드 대학 출신의 수재로 올해 US오픈에서 16강에 오르며 큰 화제가 됐던 크리스티 안은 이번 대회 1회전에서 티메아 바친스키(스위스, 94위)를 맞아 두 세트를 모두 '베이글 스코어'(6-0)로 장식하며 승리한 데 이어 2회전(16강)에서는 아나 보그단(루마니아, 143위)과 2시간 15분에 걸친 혈투 끝에 대역전승을 거두고 8강에 올랐다.
지난 18일 보그단과의 8강전에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수의 팬들이 올림픽공원 센터코트를 찾아 크리스티 안에 일방적인 응원을 보냈고, 경기가 크리스티 안의 승리로 끝나자 뜨거운 박수와 환호로 축하와 격려를 보냈다. 이에 크리스티 안은 라켓을 들어 흔들며 화답하는 일반적인 인사 대신 두 손을 모으고 사방의 관중들에게 일일이 허리를 90도로 굽혀 공손히 인사하는 한국식 인사로 화답,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했다.
▲크리스티 안(사진: 스포츠W) |
경기 직후 크리스티 안은 "힘든 경기였다"면서도 "관중들의 응원이 너무나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경기 직후 관중들에게 한국식 인사를 한 데 대해 "내 아이디어였다"며 "부모님이 한국인이라 한국식 인사방식에 익숙하다. 한국의 문화를 존중하고 감사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서는 크리스티 안이 사카리나 오스타펜코가 부도 낸 대회 흥행에 구세주로 떠오른 양상이다.
문제는 크리스티 안이 앞으로 계속 승리할 수 있느냐 여부.
크리스티 안은 당장 8강전에서 에카테리나 알렉산드로바(러시아, 39위)를 상대해야 한다. 랭킹에서 54계단 위에 있는 강호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다면 주말까지 이어지는 경기 일정에 관중들을 끌어모을 수 있겠지만 이 경기에서 패한다면 대회 전체 흥행도 다시 동력을 잃을 수 밖에 없다.
물론 복식에 '디펜딩 챔피언'인 한국의 최지희-한나래 조와 여자 단식 세계랭 2위 카롤리나 플리스코바-크리스티나 플리스코바 자매조가 경기를 치르고 있지만 한국계 여자 단식 우승후보 만큼 매력적인 흥행요소가 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크리스티나 안의 활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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