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노이슬 기자] '험'한 것이 나온다. 묫자리를 파면 팔수록 서사는 깊어지고 긴장감은 높아진다. '검은 사제들', '사바하' 장재현 감독은 '파묘'로 동양 무속 신앙의 편견을 깨며, 한국형 오컬트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
'파묘'는 미국 LA 한인 2세 부잣집에서 장남에게만 일어나는 '귀신병' 현상으로 시작된다. 무당 하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은 조상의 묘 이장을 권하고, 돈 냄새를 맡은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이 합류,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하게 된다. 하지만 상덕은 묫자리에서 불길한 기운을 느끼고 "악지 중에 악지"라고 말한다.
▲2월 22일 개봉하는 영화 '파묘' 스틸/㈜쇼박스 |
'검은 사제들'에서는 구마 의식을, '사바하'에서는 사이비를 소재로 했던 장재현 감독이 '파묘'에서는 묘와 무속 신앙을 선택했다. 이에 '묫바람', '귀신병', '음양오행', '동티', 제목인 '파묘' 등 일반적으로 쉽게 들을 수 없는 전문용어가 등장한다. 또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로 익숙해져 기시감이 들 수 있는 퇴마의식과 구마의식은 축귀의식과 굿으로 동양 버전이 그려지며 비교하며 보는 또 하나의 재미를 선사한다.
그 중 동물을 죽여 신에게 바치는 굿거리의 일종인 대살굿 장면은 더욱 새롭다. 무당 화림으로 분한 김고은은 말 그대로 신들린 듯한, 혼신의 열연과 카리스마 스크린을 압도한다. 칼을 들고 굿을 하며 자신의 허벅지를 칼로 긋고, 돼지의 몸을 찢고 칼을 날리는 등의 디테일은 몰입도를 최고조로 높인다. 여기에 파묘 전, 흙을 먹으며 땅을 살피는 풍수사, 예를 갖추는 장의사의 경건한 모습, 경문을 외는 무당의 모습까지 더해져 실제 현장에 있는 듯한 현장감을 선사한다. 안치실에서 혼령을 불러오는 장면 또한 시선을 모은다.
▲2월 22일 개봉하는 영화 '파묘' 스틸/㈜쇼박스 |
극 전반부를 대살굿으로 미친 몰입감을 선사한 김고은이 이끌었다면, 후반부는 이도현의 빙의 연기, 최민식이 묵직한 존재감으로 극을 마무리 짓는다. 여기에 장의사로 분한 유해진은 무속신앙과는 성격이 다른 기독교 신앙 소재로 소소한 웃음을 선사, 관객들에 숨통을 트이게 한다. 그럼에도 대통령을 염하던 베테랑 장의사의 품격 있는 모습으로 신뢰도를 높인다.
장재현 감독은 '파묘'의 시작을 수년간 수 십번 무덤을 꺼내고 관을 빼서 태우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과거에 잘못된 무언가를 꺼내서 깨끗이 치우는 정서가 있었다고 말한다. 감독은 무속 신앙과 풍수학에 한국형 정서와 지리, 설화까지 녹여내며, 한국인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몰입도 높은 스토리를 완성시켰다. '일본귀신'이라는 새로운 소재의 등장도 신선함을 안긴다.
▲2월 22일 개봉하는 영화 '파묘' 스틸/㈜쇼박스 |
스토리 뿐만 아니라 관객을 소름돋게 만들고 스릴러 분위기를 극대화 시켜주는 입체감 있는 사운드는 '파묘'의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다만, '험한 것'의 비주얼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단언컨대 '파묘'는 이제껏 본적 없는 스타일의 K-오컬트 미스터리 장르다. 의도치 않았겠으나 '최민식'이라는 치트키의 등장은 '파묘'의 서사와 묘하게 맞닿으며 새로운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오컬트 마니아들을 '파묘'(빠(파)져들고 스며)들게 할 '파묘'는 2월 22일 개봉, 러닝타임은 134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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