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치어리더’ 배수현, “마흔 살까지 치어리딩 하고 싶어요”

임재훈 기자 / 기사승인 : 2019-01-02 15:39:17
  • -
  • +
  • 인쇄
[창간 1주년 특집 인터뷰-5] 스타 치어리더 1세대…피트니스 선수로도 각종 대회 석권
배수현(사진: 스포츠W)
2003년 7월 인천 문학구장 응원단상에서는 가수 보아의 노래에 맞춰 열정적인 솔로 댄스 공연을 펼치는 치어리더 한 명이 눈길을 끌었다.
당시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학생이었던 그는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스타 치어리더로 성장한다.
스포츠W 창간 1주년 특집 인터뷰 그 다섯 번째 주인공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데뷔 15년차 스타 치어리더이면서 최근에는 피트니스 모델로서도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배수현이다.
배수현은 지난 야구 시즌 SK와이번스의 치어리더로 활약했고, 현재는 프로농구 원주DB와 프로배구 KB손해보험의 치어리더로서 활약 중이다.
배수현이 소속되어 있는 치어리더 팀은 국내에서 활동하는 치어리더 팀들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은 팀으로 배수현을 비롯해 강윤이, 이미래, 차영현, 김현지, 오지연 등 ‘스타 치어리더’가 즐비한 화려한 멤버 구성을 자랑한다.
최근 남자 프로농구를 관장하는 한국농구연맹(KBL)이 실시한 치어리더 팀 인기투표에서 원주동부DB의 치어리더 팀 ‘그린엔젤스’는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스포츠W는 지난 해 28일 인천의 한 공원 카페에서 배수현을 만나 스타 치어리더이자 피트니스 선수로서 지나온 활약을 되짚어 보고 그가 꾸는 꿈과 앞으로의 목표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 배수현 인스타그램
우선 배수현은 자신의 데뷔 무대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진짜 떨렸어요 정말 가슴이 콩닥거리고…그 때 정말 너무 떨려서 사실 그 당시 기분이 잘 생각나지 않아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 땐 제가 무슨 생각으로 거길 갔는지, 어떻게 (치어리딩을) 하고 싶다고 얘길 했는지 신기해요”
치어리더로서 ‘스타’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 비결에 대해 물어 봤다. 좀 상투적인 질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스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한 방법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제가 처음 데뷔 했을 때 굉장히 어린 나이였어요. 열 아홉 때였으니까…그 당시에 저만큼 어린 치어리더가 없었고 키도 크고 춤도 잘 췄어요. 다른 치어리더보다 독보적으로 안무를 하니까 눈에 띄었던 것 같아요. 춤으로 정평이 났던 사람이었는데 한 구단을 오래 하니까 팬들이 더 좋아해 주신 것 같아요.”
‘얼굴이 예쁘다는 말을 안 한 것 같다’고 덧붙이니 그제서야 못이기는 척 “뭐, 키 크고 예쁘고 춤 잘 추고….(웃음)”
야구가 좋고 치어리딩이 좋아 치어리더가 됐다는 배수현은 자신의 진로 결정에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고 밝혔다.
“저는 굉장히 내성적이었어요. 뭔가를 결정해서 추진하는 게 부족했죠. 부모님은 항상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해서 정하고, 그걸 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라고 가르쳐 주셨죠. 외동딸이라 더 그러셨던 것 같아요. 야구장에서 춤 추는 게 너무 좋아서 해보고 싶기도 하고 스포츠가 너무 좋아서 치어리더를 하겠다고 말씀 드렸어요. 어머니는 ‘네가 하고 싶으면 해봐’라고 하셨고, 아버지는 뭐 워낙 스포츠를 좋아하셔서…(웃음)”
그렇게 2003년 팬들 앞에서 처음 무대를 가진 배수현은 이듬해인 2004년 정식으로 프로야구 SK와이번스 치어리더팀의 일원이 됐다.
꿈에 그리던 치어리더가 됐고, 정식 멤버로서 첫 무대도 가졌지만 특별한 느낌은 없었다. 이미 배수현은 짱짱한 치어리더로 성장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의 몸으로 치어리더 무대에 데뷔한 탓에 대학 진학도 치어리더로서 자기계발 차원에 가깝게 이뤄졌다.
“팀에 있던 언니 중에 발레를 전공했던 언니가 있었다. 그 언니가 춤을 너무 예쁘게 췄어요 선이 너무 예쁘고 여성스러웠죠 그래서 그 언니에게 발레를 가르쳐달라고 졸랐는데 치어리더 연습이 끝나면 언니가 발레 기본 동작을 알려줬어요 근데 제가 곧잘 따라 한 모양이에요. 언니가 ‘무용 한 번 해봐라, 그게 도움이 될 것 같다. 네가 춤을 계속 추고 이 일을 계속 하려면 안무 짜고 퍼포먼스 할 때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진로를 정해줬어요”
배수현은 그렇게 인천전문대 무용학과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했다.
사진: 배수현 인스타그램
데뷔 15년차. 인생의 황금기인 20대를 온전히 치어리딩에 바쳤고, 나이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그라운드와 코트를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현장에 가면 여전히 설레는 마음이 있냐’고 물었고, 대답하는 배수현의 눈은 반짝였다.
“물론이죠. 어쨌든 게임은 늘 새롭게 이뤄져요. 이기거나 지는 두 가지 결과뿐이지만 그 과정을 새롭게 해 나가니까. 우리도 매일 같은 공연만 하는 것도 아니고 매일 다른 옷도 입고 다른 공연도 하고 다른 팬도 만나니까. 설레는 건 늘 있어요.”
그렇게 설레는 일을 지금 하고 있지만 데뷔 당시 치어리더를 보는 대중의 시선은 참으로 부담스러웠다. 강산이 한 번 하고도 절반은 바뀐 지금 가장 달라졌다고 느끼는 것은 대중들의 시선이다.
“(데뷔 당시에는) 지금처럼 치어리더가 대중화 되지 않았던 상태였어요. (우리가) 짧은 탑에 진한 화장만 해도 안 좋게 보는 사람이 많았어요. 쉽게 이야기 하면 뭔가 ‘날라리’일 것 같고, 굉장히 잘 놀 것 같은…그런 이미지로 많이 비쳐졌어요. 하지만 지금은 ‘멋있다’, ‘우리 팀을 위해서, 우리 선수를 위해서, 우리 팬을 위해서 앞에서 응원하고 리딩해 주는구나’라고 멋진 사람으로 보는 눈길로 바뀌었어요. 그게 예정과 정말 많이 달라진 점이죠”
그렇게 대중들의 시선과 인식은 바뀌었지만 ‘상전벽해’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새로워지는 미디어 환경은 새로운 스트레스를 일으킬 때가 있다.
“일 때문에 힘든 건 없었어요. 그것보다는 대중들의 반응에 상처 받아서 힘들었던 건 좀 있었어요. 시즌을 소화하다 보면 살이 조금 찔 수도 있는데 그것에 대해서 굉장히 악플을 많이 올리세요. ‘살 좀 빼라’, ‘이게 뭐냐’ 등등…(웃음) 그런 외모에 대한 악플이 좀 많아요. SNS가 정말 무섭더라고요(웃음)”
예전과는 달리 요즘은 경기장 관중석에 고성능 카메라를 든 관중들이 많아졌다. 그 때마다 치어리더들은 긴장한다.
“예전에는 핸드폰으로 많이 찍고, 사진을 찍으면 인화해서 많이 주시고, 액자도 만들어주시고 그랬어요. 근데 지금은 카메라 기술이 너무 좋다 보니까 다 보정해도 너무 적나라하게 다 보여요. 그걸 또 본인을 직접적으로 주는 게 아니라 공개적인 SNS에 올리다 보니까 보는 사람이 더 많아요. 좀 무섭더라고요. 긴장을 하게 되죠(웃음)”
자신이 좋아서 시작한 치어리더의 길. 하지만 매너리즘에 빠지거나 권태기가 찾아오기도 한다. 치어리더란 직업의 특수성 때문이다.
“우리는 1년 내내 시즌이죠. 보통 야구가 3월부터 10월까지 하면 배구가 10월부터 플레이오프까지 하면 4월까지 가요. (종목이) 겹치는 시기가 제일 바쁘고 나머지 기간에도 계속 경기가 있어요. 여름 휴가도 못 가고. 그렇다고 따로 가족들하고 여행도 갈 수 없어요. 몸이 아파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는 (치어리딩을) 해야 하고 일이 너무 많아서 멤버가 없으면. 친한 친구나 지인의 결혼식도 일정이 안 맞으면 못 가는 게 다반사죠. 4-5월달은 특히 경기만 있는 게 아니라 일반 기업 행사, 체육대회, 대학 축제나 일반 학교 행사도 있기 때문에 그러다 보면 얼마나 바쁘겠어요. 그렇게 나를 돌아볼 시간이 없기 때문에 슬럼프가 와요. 그 때마다 ‘내가 이 일을 그만 둬야 하나, 너무 오래 끌었나’ 이런 생각을 하죠”
사진: 배수현 인스타그램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수현을 언제나 그 자리에 있게 하는 원동력은 역시 의지와 뚝심, 그리고 사명감이다.
“저는 정말 치어리더가 하고 싶고 야구를 좋아하고 스포츠를 좋아해서 이 직업을 선택했어요. 한 군데만 계속 있었고, 여러 곳을 옮겨 다니지 않았죠. 그런 것에 대한 자부심도 있어요. 또 이 일에 대한 사명감도 있어요. 내가 나이가 있으니까 조금 더 활발한 모습을 보여줘야 후배들도 나를 보고 ‘수현 언니처럼 돼야지’ 하는 사람이 한 명은 있겠죠. 그런 친구들을 위해서 하는 거에요”
그렇게 치어리딩으로 한 길을 걸어가던 배수현에게 피트니스는 또 하나의 지향점을 제시해줬다.
피트니스 모델로서 배수현은 2015년부터 작년까지 꾸준히 대회에 참가해 최정상급 선수로 인정받았다.
원래 운동 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고 2009년도부터 피트니스를 시작했던 배수현은 치어리더 팀장을 준비하면서 후배 치어리더들의 몸매를 피트니스로 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를 위해 따로 공부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주변에서 배수현에게 피트니스 대회 참가를 권유했다. 처음에는 사양했지만 시간이 흘러서 나이가 30대로 접어들면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스스로 새로운 도약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목적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치어리더뿐 아니라 치어리더를 잘 하기 위해서 뭘 할 수 있을까. 내가 운동을 좋아하니까 이걸 좀 더 발전 시켜보자, 후배들이 30대인 나를 보면서 나처럼 오래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해 주고 싶어서 대회에 도전했죠”
사진: 배수현 인스타그램
그렇게 출전하기 시작한 대회에서 배수현은 새로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2015년 ‘머슬마니아 유니버스’ 세계대회 선발전 스포츠모델 톨 부문 2위를 시작으로 ‘WBC 피트니스’ 대회에서 스포츠 모델과 비키니 모델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고, 통합 그랑프리까지 차지했다. 또 같은 해 ‘코리아그랑프리’에서도 비키니 오픈 부문 1위에 올라 피트니스 선수로서 최고의 데뷔 시즌을 보냈다.
이후 2016년(WBFF ASIA 피트니스모델 톨 1위, IFBB 미스터 올림피아 라스베가스 모델서치 top7)과 작년(김준호클래식 비키니 톨 1위, 통합그랑프리)에도 나서는 대회마다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피트니스로의 외도 아닌 외도 외에도 배수현은 그 동안 여러 채널을 통해 레이싱 모델 겸업이나 영화 출연 등 괴외 활동에 대한 제의를 받았지만 그 때마다 정중히 사양해 왔다. 하지만 최근 한 영화의 까메오로 출연했고, 그 영화가 올해 개봉한다고 한다. 조만간 영화 스크린에 투영된 배수현의 모습은 어떨지 기대가 된다.
사진: 배수현 인스타그램
다시 치어리딩 이야기로 돌아왔다.
배수현은 얼마 전 잠시 치어리딩 무대를 떠났다가 작년 1월 1일 프로농구 치어리딩을 시작으로 다시 무대에 복귀했다. 그리고 2016시즌 프로야구 일정을 모두 소화한 지난 10월 SK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시즌을 시작하면서 가졌던 초심을 지켰다는 자부심과 6개월에 걸친 대장정을 그야말로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 그리고 개성 강한 치어리더들이 모인 팀으로서 한 시즌 동안 약간의 잡음도 없이 팀워크를 지켜준 데 대한 고마움이 겹쳐진 눈물이었다.
강인함으로 똘똘 뭉친 것으로만 보였던 배수현이 흘린 눈물은 당시 많은 화제를 낳았다. 팀의 ‘맏언니’로서 그만큼 성숙했다는 또 다른 증거일 수도 있었다.
같은 맥락에서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누구보다 왕성하게 활동하는 스타 치어리더로서 후배들의 고민을 들어 주는 것도 배수현의 또 다른 존재 이유가 되고 있다.
“(후배들의 고민은) 아무래도 이 일을 오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크죠. 우리 팀에 최근에 열일곱 막내가 들어왔어요 제가 열아홉에 시작했는데 치어리더 연령대가 더 낮아졌다는 뜻이죠. 그 친구들도 나처럼 치어리더가 하고 싶어서 시작한 친구들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 부분이) 걱정이 되겠죠. 지금 그 친구들에겐 안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겪어온 것이기 때문에 보이는 것이 있어요. 그래서 좋게 말을 해주려 하죠. 멘토 역할로 가이드라인만 잡아주려고 하고 있어요”
사진: 스포츠W
그렇다면 배수현 본인은 치어리더로서 언제까지 활동할 수 있는 것 같은지에 대해 물었다. 치어리더로서 이미 현재 나이도 적지는 않은 나이지만 여전히 그라운드와 코트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가슴 설레는 배수현이라면 좀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흔 살까지 할 거에요. 회사에서 시켜줘야 하지만...(웃음) 그 때까지 자기관리 하고 정점을 찍고 싶어요. 제가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 지 한계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저작권자ⓒ 스포츠W(Sports W).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 미녀골퍼 송윤아 프로가 알려주는 '드라이버 똑딱이' #드라이버 #골프 #캘러웨이
    KLPGA 김수지 프로가 에비앙 챔피언십 코스 직접 겪은 소감은?! #shorts #인터뷰
  • [맛보기] KLPGA 유현조 프로의 드라이버 멀리 보내는 비결 공개! 드라이버꿀팁???? #스윙레슨
    KLPGA 김민선7프로가 스스로 이름 뒤 숫자 '7'을 붙인 이유는?! #shorts #인터뷰
  • 곽예빈의 오픈클래스|레슨 프로가 알려주는 일관성있는 스윙을 위한 드릴
    김민선7프로, 시즌 왕중왕전 우승! 위믹스 챔피언십 2024 우승 기념 풀버전????
  • KLPGA 김민선7 프로의 롱 퍼팅 거리 계산하는 방법! 퍼터 꿀팁 #스윙레슨 #shorts #golf
    일관된 샷을 위한 홍지우 프로만의 '킥'은? |이벤트 참여하고 사인볼 받자!
  • [맛보기] KLPGA 유현조 프로의 러프에 들어간 공 우드로 빠져나오려면?! 3번 우드 꿀팁???? #스윙레슨
    곽예빈의 오픈클래스 With 홍지우 프로|GTOUR 프로가 알려주는 숏 & 롱아이언 스윙 레슨????
  • 미녀골퍼 송윤아 프로가 알려주는 '똑바로 보내기 위한 손의 위치' #드라이버 #골프 #캘러웨이
    [맛.Zip] 리듬과 타이밍! 스윙의 정확도를 올리려면?! KLPGA 이준이 프로의 스윙 레슨 #5번아이언 #3번우드 #드라이버
  • KLPGA 유현조 프로의 '위아래를 고정하고 스윙해보세요!' 7번 아이언 스윙꿀팁???? #shorts #golf
    [맛보기] KLPGA 유현조 프로의 벙커에서 뒷땅 없이 스윙하려면?! 7번 아이언 꿀팁???? #스윙레슨
  • 미녀골퍼 송윤아 프로가 알려주는 '올바른 테이크백 방법' #아이언 #골프 #캘러웨이
    [KLPGA] 보물 1호는 바로 이 클럽?! KLPGA 이준이 프로의 골프백 공개
  • [KLPGA] 윤이나, '대상, 상금, 평균 타수' 3관왕 확정 기자회견 주요 코멘트
    [KLPGA] 대보 하우스디 오픈 준우승자 이준이 프로의 솔직 담백한 인터뷰

핫이슈 기사

  • 소노(PC)

스포츠W

주요기사

문화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