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퍼 김(사진: 스포츠W) |
기자가 제니퍼를 처음 알게 된 계기는 지난 2015년 한 피트니스 관련 컨벤션 현장에서 그리 넓지 않은 부스 안에서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열정적인 줌바 댄스를 시연하던 제니퍼의 모습을 보게 되면서부터다.
당시 한 동안 제니퍼의 모습을 캠코더에 담았던 기자는 제니퍼와 몇 마디 질문과 답변을 주고 받기도 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전세계 2만2천 명이 넘는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한 세계적인 줌바 피트니스 인스트럭터로서 세계를 누비로 있는 제니퍼를 지난 20일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만나 줌바 댄스와 줌바 전도사’로서 그의 성공 스토리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1990년대 살사 댄싱으로 유명한 콜롬비아 칼리 출신의 알베르토 베토 페레즈(Alberto "Beto" Perez )에 의해 창시 줌바는 라틴 댄스를 활용한 동작들로 이뤄진 댄스 피트니스로 베토 페레즈가 지난 1999년 미국에 줌바를 소개한 지 19년 만에 전세계 180여개 국에서 1천500만 명이 즐기는 글로벌 피트니스 프로그램으로 성장했다.
제니퍼의 공식적인 직함은 ‘제스(ZES)’로 ‘제스’는 ‘줌바 에듀케이션 스페셜리스트(Zumba Education Specialist)’의 약자다. 제니퍼는 전세계적으로 150명 정도 만이 존재하는 ‘제스’로서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제스의 타이틀을 따냈다.
사진: 제니퍼 김 인스타그램 |
제니퍼는 스스로도 여기까지 온 자신이 놀랍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자신의 인생이 이렇게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구의 보수적인 집안에서 태어나고 자란 제니퍼는 스튜어디스의 꿈을 꾸며 항공운항을 전공했다. 하지만 제니퍼는 스튜어디스가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이라고 생각했다.
“승무원을 하려고 했는데 공부를 하다 보니 제 성격과 맞지 않았어요. 성격이 워낙 활동적이고, 어릴 때부터 끼도 많았던 것 같아요. 학교를 졸업하고 트레이너가 돼야겠다 생각했고 주변에서 권유도 많았죠”
그러다 우연히 친구가 건넨 엑스박스 줌바 게임이 제니퍼의 운명을 바꿨다.
“2011년도. 스물네 살 때였어요 외국인 친구가 줌바 게임을 선물로 주면서 ‘해봐라 네가 좋아할 거다’라고 했어요. 그래서 집에서 해봤는데 게임이 정말 재밌더라고요. 비디오 게임도 재미있는데 이걸 운동으로 하면 더 재미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수업을 직접 찾아봤죠. 그런데 미군부대에 있더라고요(웃음).”
첫 줌바 수업을 받던 날 강사와 찍은 사진(사진: 제니퍼 김 인스타그램) |
“첫 수업 하자마자 ‘이건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후엔 너무 줌바에 빠져서 20대를 줌바만 하면서 보냈어요. 여기까지 올 거란 생각은 못 했는데. 게임 하다가 여기까지 왔네요. (웃음)”
그렇게 자신의 20대를 온전하게 바친 줌바. 하지만 제스가 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고 도전이었다.
“어렵죠. 얼마나 수련해야 한다기 보다는 미국 줌바 피트니스 본사가 오디션을 통해 제스를 뽑는 방식이에요.”
제스의 주된 임무는 강사를 양성하는 일이다.
“우리(제스)는 교육을 하는 사람들이에요. 줌바 강사를 양성하는 교육을 하죠. 그렇게 강사를 양성하면 그 강사들이 피트니스 센터에 가서 일반적인 줌바 수업을 하는 식이에요.”
줌바와 관련된 영상을 보다 보면 줌바를 즐기는 사람들은 대단한 열기와 열정을 뿜어낸다. 그런 에너지의 원천은 어디에 있는지 질문을 던졌다.
“단순히 운동이라 좋아하는 것보다는 이걸 통해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풀고 삶에 활력소도 되고, 사람을 즐겁게 만들어 주고, 외적인 변화도 물론 있지만 내면의 변화를 많이 주는 것 같아요. 성격적인 변화. 일반적인 사람이 삶에 즐거움이 없고, 일만 하고, 취미 생활도 없고. 삶에 즐거움이 없는데 줌바 클래스에 와서 예쁘고 화려한 옷을 입고 춤도 추고, 소리를 지르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게 즐거워지니까. 줌바로 인해 온 생활이 즐거워지는 거죠. 그래서 좋아하는 것 같아요”
줌바 인스트럭터로 유명세를 타면서 방송에 출연하는 일도 종종 생겼다. 그러면서 길거리에서 알아보는 사람도 생겼고, 사인을 해주거나 사진을 같이 찍는 일도 부쩍 늘었다.
최근에는 줌바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배우 최여진과 함께 다녀온 미국 올랜도의 컨벤션 장면이 방송을 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여진도 줌바 강사 자격증을 지닌 엄연한 ‘선생님’이다.
“워낙 운동에도 관심이 많고, 춤에도 관심이 많으니까 줌바 강사 교육을 들으러 왔어요. 친하고 자주 보는 사이에요. (줌바를) 굉장히 좋아해요. 본인이 교육 받아서 주변 사람들을 불러서 가르쳐주기도 하는데 잘 가르치더라고요.(웃음)"
제니퍼는 '줌바 홍보대사'로서 최여진의 활약이 누구보다 고맙다.
"최여진 씨가 언니인데 나는 '최여진 씨'라고 부르고 최여진 씨는 저를 '선생님'이라고 불러요. 최여진 씨 덕분에 줌바 홍보가 정말 많이 됐어요. 제스로서 너무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어요"
사진: MBN '비행소녀' 방송화면 캡쳐 |
“매년 한 번씩 미국 올랜도에서 줌바 강사들만 8천여 명이 모이는 줌바 컨벤션이 있어요. 올해 최여진 씨와 함께 ‘비행소녀’에서 갔던 게 그 행사였어요. 제스로서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이고 많은 것을 배워요. (강사들이 모이는 자리니까) 공감대가 많이 형성되고, 유대관계가 생겨요. 일종의 종교 같죠. 같은 종교를 믿는 사람끼리 유대감이 있듯이, 같은 줌바를 하는 사람들이니까 그런 유대감이 있어요”
이처럼 종교와도 같은 운동이지만 처음 한국에서 뿌리는 내리는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어려웠어요. 한국에 들어온 지 5년 정도 됐는데, 아직 모르는 사람도 많더라고요. ‘아줌마 댄스’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고. ‘줌마 댄스’라고 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어요. 줌바 강사라고 하면 ‘아줌마들이 추는 춤인가 보다’ 하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래도 요즘은 정말 많이 나아졌죠.”
그렇게 한 단계 한 단계 세계적인 제스로서 성장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제니퍼는 줌바를 바라보는 시각 내지 철학도 변화했다.
“예전에는 그저 내가 좋아서, 좋아해서 열심히 했다면 지금은 사명감이 들어요. 책임감도 많이 생겼어요. 정말 좋은 운동인데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더 많이 경험해보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됐죠. 의사 선생님들이 다 죽어가는 사람 목숨 구해주면 보람 느끼듯이. 지루하게 즐거움 없이 사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그 사람들이 줌바 시간에 와서 즐겁게 신나게 하는 걸 보면 보람을 느껴요”
사진: 제니퍼 김 인스타그램 |
“강사 교육을 하면 꼭 강사가 되려고 오는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에요. 줌바를 더 자세히 배우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도 많이 오는데 이틀 교육이 끝나면 우는 사람이 있어요. 사연 있는 사람들이죠. 몸이 굉장히 아팠는데 줌바로 인해서 다시 즐겁게 살 수 있는 계기가 됐다든지, 우울증에 걸려 죽고 싶었는데 줌바를 만나고 나서 사는 게 행복해졌다던지, 정말 뚱뚱한 사람이었는데 줌바 하면서 살을 엄청 빼서 또 다른 삶을 사는…그럴 때마다 저도 울컥하죠”
활달한 성격 탓에 눈물이 별로 없을 것 같은 인상이었지만 제니퍼 스스로는 눈물이 정말 많다고 했다. 제니퍼는 최근 가장 많이 울어 본 경험을 한 가지 이야기 해 줬다.
“회사에서 강사용 영상을 만들어요. 전세계 줌바 강사들이 그걸 보고 자신의 수업에서 가르치죠. 저도 제스가 되기 전엔 강사용 영상을 보면서 영상에 나오는 사람을 동경했어요. ‘언제쯤 나는 저기에 나오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 영상에 올해 제가 나왔어요. 그 촬영이 끝나고 너무 감격하고 감동해서 펑펑 울었어요”
그렇게 감격스럽게 촬영한 영상이 편집 과정을 거쳐 완성된 영상으로 나왔고, 그 영상을 보고 또 한 번 펑펑 울었다.
“내가 또 잘 했더라고요.(웃음) 칭찬도 많이 받고, 인정도 많이 받았어요”
제스가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줌바를 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함께 하는 이들로 하여금 즐겁고 행복한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열정을 이끌어내는 연기력이 실력에 더해 필요하다. 제니퍼는 그 부분에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타고난 끼도 있는 것 같고, 연습을 많이 했어요. 줌바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거쟎아요. 음악에 맞는 표정도 짓고, 느낌도 내고, 어떨 때는 힘도 줬다가 부드러웠다가 섹시했다가 다양한 면을 가지고 만능 엔터테이너처럼 해야 하죠. 외국 사람들이 그런 걸 굉장히 잘해요. 표정이나 쇼맨십 같은 거. 그래서 그걸 보고 연습 많이 했죠”.
제스로서 궁극적으로 가지고 있는 목표에 대해 제니퍼는 “더 많은 좋은 줌바 강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래서 ‘좋은 줌바 강사란?’이란 질문을 던졌다.
“제가 하는 것처럼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수업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즐겁게 만들어주고. 몸과 마음을 치유해주는 게 좋은 강사라고 생각해요.”
사진: 제니퍼 김 인스타그램 |
제니퍼는 이제 30대로 접어들었다. 처음엔 승무원 대신 다른 직업을 택한 땅을 못마땅해 하시던 부모님은 지금은 든든한 조력자가 됐다.
“제가 뭘 하는 사람인지 부모님은 정확히 잘 모르세요. 제가 줌바 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 없으시죠.(웃음) 한 번도 제가 행사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으신데 주변 사람들이 많이 이야기 해주시고, TV에 자주 나오기도 하고, 용돈도 많이 드리고 그러니까…(웃음)”.
결혼에 관해서는 일단 생각을 미뤄두고 있다.
“잘 모르겠어요. 이 일을 내가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요. 지금 결혼하면 이렇게 자유롭게 활발하게 활동을 못 할 것 같아요. 지금은 일이 우선이죠. 저하고 동종업계에 있는 사람들은 다 나처럼 산다. 출장도 많이 가야 하고 바빠요. 웬만하면 같은 일 하는 사람이 아니면 좋겠어요. 제가 이렇게 줌바를 많이 하는데 결혼하는 사람까지 줌바를 할 필요는 없지 않겠어요?(웃음)”
결혼이 자신의 커리어에 방해가 될 수도 있는 딜레마를 이야기 하면서 제니퍼는 앞서 언급했던 책임감 내지 사명감에 대해 다시 한 번 이야기 했다.
사진: 스포츠W |
제니퍼는 마지막으로 많은 사람들이 줌바를 경험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자신이 경험했던 삶의 변화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경험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줌바를 한 번씩 다 경험해봤으면 좋겠어요. 경험을 안 해보면 모르니까, 자신의 삶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까요. 줌바에서 가장 중요한 건 커뮤니티에요. 이 커뮤니티에 들어와서 멤버로서 경험해 볼 수 있는 일들을 많이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저 역시도 이렇게 살 거라 상상도 못했어요. 제가 후회하지 않는 것처럼 줌바를 시작하는 분들도 그럴 거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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