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투어 데뷔 후 14시즌 279번째 출전 대회서 첫 우승...역대 네 번째 '엄마 골퍼' 우승자
▲ 박주영(사진: KLPGA) |
[스포츠W 임재훈 기자] "실패한 경험이 너무 많다 보니까 끝까지 못할 것만 같아서 '그냥 애나 키우고 골프를 안 하면 어떨까' 이런 고민을 진짜 많이 했었거든요. 근데 막상 이렇게 우승을 하게 되니까 저한테도 좋은 영향이고 후배들한테도 진짜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진짜 기분이 좋아요."
미혼의 몸으로 13시즌 동안 이루지 못한 첫 우승의 숙원을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고 나서 맞은 첫 번째 시즌이자 데뷔 14번째 시즌에서야 풀어낸 박주영(동부건설)의 일성이다.
박주영은 1일 경기 파주시 소재 서원밸리 컨트리클럽(파72)에서 막을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보 하우스디 오픈’(총상금 10억 원, 우승상금 1억 8천만 원)에서 최종 합계 7언더파 209타를 기록, 2위 김재희(메디힐, 3언더파 213타)를 4타 차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출산을 위해 지난해 5월 두산매치플레이 챔피언십 이후 휴가를 내고 투어에서 이탈했다가 올해 국내 개막전인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을 통해 투어에 복귀한 박주영은 투어 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 골퍼'로 활약하기 시작한 첫 해에 데뷔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리는 감격을 누렸다.
2010년 KLPGA투어에 데뷔한 이후 14번째 시즌 279번째 출전 대회에서 들어올린 첫 우승 트로피다.
▲ 박주영(사진: KLPGA) |
박주영은 시상식을 마친 직후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진짜 오랫동안 우승을 못해서 영영 못할 줄 알았는데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도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날 2라운드에서 4타를 줄이는 약진으로 중간 합계 5언더파 139타를 기록, 단독 선두에 나선 박주영은 이날 최종 라운드에서 라운드 초반 여러 차례 버디 기회를 만들면서도 좀처럼 버디를 잡아내지 못하다 7번 홀(파5)에서 6.2야드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승기를 잡았고,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버디 퍼트를 홀에 떨구며 대미를 장식했다.
최종 라운드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보기 없는 플레이로 챔피언의 자리에 오른 박주영은 "퍼트가 제일 약했는데 이번 주는 퍼트를 어떻게 하면 차분하게 할 수 있는지를 조금 알겠더라"며 "그래서 눈 감고 퍼트한다는 느낌으로 진짜 뭔가에 힘을 가하지 않고 그냥 그 힘을 가지고 그냥 그대로 믿고 스트로크을 하자고 생각을 하고 했다. 퍼트가 되니까 샷도 믿고 쳤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출산 휴가에서 돌아온 첫 해 우승을 예상했는지 묻자 박주영은 "전혀 못했다. 제가 아기를 낳았는데 쉰 기간도 핸디캡이고 몸의 변화도 핸디캡이었다. 그런데 희한하게 또 정신(력)이 이기는 것 같다. 희한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주영이 이날 KLPGA투어 데뷔후 279번째 대회에서 첫 우승을 거둔 것은 KLPGA투어 사상 최다 출전 우승 신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지난 달 'KG 레이디스 오픈' 우승으로 데뷔 260번째 출전 대회에서 첫 우승을 기록한 서연정(요진건설)이 보유중이었다.
이번 우승이 앞으로 선수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느냐는 물음에 박주영은 먼저 "사실 우승하려면 은퇴하려고 했었다. 그 이후는 전혀 생각을 하지도 않았다. 제가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내가 살아가면서 우승이라는 게 진짜 중요할까 이 정도까지 좀 좀 자괴감이 들더라"고 '농담 반 진담 반'의 말을 털어놓았다.
이어 그는 "계속 실패한 경험이 너무 많다 보니까 끝까지 못할 것만 같아서 '그냥 애나 키우고 골프를 안 하면 어떨까 이런 고민을 진짜 많이 했었다. 근데 막상 이렇게 우승을 하게 되니까 저한테도 좋은 영향이고 후배들한테도 진짜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진짜 기분이 좋다."고 뿌듯한 심경을 전했다.
박주영은 KLPGA 투어에서 6차례 우승한 박희영의 두 살 터울 동생으로 이번 박주영의 우승으로 KLPGA 투어에서는 처음으로 자매가 투어 대회 챔피언에 오르는 기록도 만들어졌다.
그 동안 수 많은 우승 기회에서 번번이 고개를 숙였던 박주영은 언니인 박희영과 첫 우승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묻자 "딱히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며 "언니는 물론 저한테 정신적인 버팀이 되기는 하는데 일단은 저한테 늘 '그냥 치라'고, '아무 생각 없이 좀 즐기면서 쳐라' 이런 얘기를 많이 하고 테크닉적인 부분에서도 서로 상의를 진짜 많이 했다. 남이 해본 경험은 본인이 안 하면 절대 겪을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첫 우승의 숙원을 풀어낸 것은 언니의 조언보다는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내고 실천한 결과라는 의미로 들렸다.
▲ 박주영 가족(사진: KLPGA) |
KLPGA 투어에서 엄마 골퍼 우승은 김순희, 안시현, 홍진주에 이어 박주영이 역대 네 번째다.
박주영은 투어 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는 데 따르는 여러 어려움에 대해 전한 뒤 자신을 위해 육아를 전담하다시피하고 있는 남편에 대해 "남편이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제가 그걸 믿고 제 할 일을 했던 것 같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어 그는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린 것이 골프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은지 묻자 "(좋은 영향이) 있는 것 같다."며 "안정적인 그런, '이거 아니면 어때' 라는 마음도 생기고 좀 대담해지는 것 같다."고 가족이라는 버팀목이 주는 안정감과 가족으로부터 얻는 자신감이 좋은 경기력으로 이어지고 있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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