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③] '성덕' 오세연 감독, "범죄자 된 연예인 지지하는 그분들, 너무 궁금했다"

임가을 기자 / 기사승인 : 2023-09-29 18:3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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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오드
 

[스포츠W 임가을 기자] 스스로를 겁이 많지만 간이 크고, 대범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이야기 한 오세연 감독의 성격은 영화 내용에서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나갔다.

감독은 2019년 사건이 일어나기 전 정준영의 불법 촬영 혐의를 보도했다는 이유로 과거의 자신이 원망을 쏟아낸 박효실 기자에게 장문의 메일을 보내고, 눈을 감고 귀를 닫은 팬들의 심정을 탐구하기 위해 태극기 집회에 잠입하는 행동에도 많은 후회가 따랐다고 밝혔다.


“내가 좀 저지른 후에 후회를 하는 성격이다 (웃음) 박효실 기자님한테 메일을 드렸을 때는 거의 1년 동안 고민을 하고 드린 거였다. 영화를 처음 시작하고 나서 얼마 안 됐을 때부터 기자님이 생각이 났다. 그런데 섣불리 연락을 못 드리겠는 거다.내가 죄를 지은 사람인데 어떻게 감히 갑자기 연락을 드리겠나 싶고, 되게 당황하실 것 같고. 그런 게 겁이 나서 연락을 못 드리다가 1년이 지나고 드린 거다.”

“그 때는 그래도 ‘그래, 할 만큼 했다’, ‘할 말은 다 했으니 됐다’ 이렇게 생각을 했던 것 같고. 태극기 집회 같은 경우에는 그것도 사실 기획할 때부터 찍고 싶었던 거였다. 근데 이제 어쨌든 저질렀고 또 가기로 마음 먹었고, 서울행 기차표를 끊었고 하니까 결국에는 또 다시 ‘그래 대범하게 가자’ 이런 마음가짐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으로 휴대폰 배경 화면도 바꾸고 실행했던 것 같다.”

 
▲ 사진 : 오드
 

‘성덕’은 범죄자가 된 연예인이 아닌 그들의 팬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에 연예인이 범죄를 저지른 이후 돌아선 팬들의 모습과 연예인이 범죄를 저지른 후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팬의 두 모습이 중점으로 비춰졌다. 하지만 오세연 감독은 2차 피해자가 된 팬과 2차 가해자가 된 팬을 대립 구도로 그리기 보다는 팬덤의 또 다른 이면이라 표현해 영화에 담았다.

“처음에는 여전히 범죄자가 된 연예인을 지지하는 그분들이 너무 궁금했다. 그래서 시작한 영화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분들한테 연락을 하는 것 자체가 어쨌든 시간이 필요한 일이니까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주변에 있는 상처받은 팬들이랑 인터뷰를 하면 할 수록 그분들을 직접 만나지 않아도 그분들 마음을 이해하고 있더라. 우리도 팬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사실 우리라고 해서 그분들과 그렇게 크게 다르지 않더라. 그냥 이번에는 달랐을 뿐인 거다. 이전에는 저희도 그분들이랑 같았을 수 있는 거다. 그래서 그분들을 영화에 출연시키는 게 결국에는 내가 무슨 얘기를 듣고 싶고, 무언가를 파헤치고 싶은 게 아니라 조롱 하려는 것밖에 더 되나 하는 생각이 되게 많이 들어서 그건 좀 예의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 또한 2차 가해자가 될 수 있었다고 말하는 오세연 감독은 ‘성덕’이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만큼 자신의 상처를 다루면서도 자기 반성과 자아 성찰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굉장히 다양한 것이 있었다고 말하며 쉽게 하나를 꼽지 못하던 감독은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에 대해서 말문을 열었다.


“세상이 이분법적으로 계속 변해가지 않나. 팬들도 남아 있는 팬과 떠난 팬, 어떠한 사안이 있어도 찬성과 반대, 이런 식으로 중간이 없다. 나도 어떻게 보면 되게 극단적인 사람이기도 하고 처음 시작할 때부터 대결 구도까지는 아니지만 완전 정반대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이 영화를 찍기 시작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거를 많이 배운 것 같다.”

“사실 그래서 이제 영화의 방향도 그분들이 잘못됐다, 또는 그분들은 나쁘다 이게 아니라 나도 그랬을 수 있겠구나, 그리고 나도 이미 그랬었구나. 이런 것들을 깨달아가는 것 자체가 이게 이분법적인 것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구나. 이런 생각을 영화 만들면서 많이 했던 것 같다.”

 
▲ 사진 : 오드

오세연 감독은 스타가 빛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팬의 사랑과 지지라면, 자신이 영화를 만들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은 ‘재미’라고 답했다.

“영화를 만드는 일 자체도 재미있는데, 일단 영화를 보는 게 너무 재밌었고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을 너무 동경해서 영화를 시작하게 된 것 같다. 그래서 영화과에 갔는데 영화 만드는 일이 계속 설레는 것 같아요. 아직까지도 그렇고 사실 ‘성덕’ 찍으면서 힘든 일도 많았고, 우여곡절이 너무 많다 보니까 내가 지금 너무 설레고 재밌다는 생각을 잘 못했다.”

“그런데 개봉 앞두고 생각해 보니까 내가 촬영할 때 너무너무 행복했더라. 지금 생각해도 약간 눈물 날 정도로. 감독들이 그런 얘기를 많이 한다더라. 편집할 때는 촬영할 때가 그립고, 후반 작업할 때는 편집할 때가 그립고, 개봉할 때는 그 모든 과정이 다 그립다고. 그 말에 너무 공감한다. 개봉도 힘들고 영화 만드는 것도 힘들지만 결국에는 영화 만드는 일이 내 인생에 재밌었던 일로 남으니까 결국에는 또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감독은 차기작에 대해 정확히 정해진 것은 없지만 다양한 걸 이야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교도 다니니까 학교에서 해야 되는 것들도 있고 해서 시기적으로 어떤 것을 먼저 하게 될지 고민하고 있는 시기인 것 같다. 그래서 늘 좋은 기회를 쫓아서, 또는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쫓아서 하려고 하고 그렇게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뭐가 됐든 아주 작은 것이라도.”

한편 ‘성덕’은 현재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성덕’을 ‘누군가를 좋아해 봤다면 누구나 충분히 공감하실 수 있을 법한 영화’이며 ‘우리가 가장 보편적으로 경험했던 사랑이라는 감정과 짝사랑 또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동경에 대한 영화’라고 정의내린 오세연 감독은 성덕의 예비 관객들에게 말을 전했다.

“최근에 어떤 지인이 이 영화를 보고 그런 얘기를 해 주더라. ‘성덕’이라는 영화는 너무 특이하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데 이 다큐멘터리를 봄으로써 나만의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다. 그 얘기를 들으면서 감동을 받았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더라. 스크린 안에는 과거의 덕질에 대해서 울고 웃는 여자들이 존재하는데 그걸 보면서 자기의 어떤 지난 시간들을 생각하게 되니까. 그래서 관객분들한테도 그런 영화로 보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또 사실 우리 영화가 재밌다. 다큐멘터리 하면 굉장히 진지하고 심각한 그런 영화들 생각하실 수 있는데 ‘성덕’은 정말 재밌다. 그래서 많이 웃고 가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극장에서 보면 특히 재밌는 영화다. 옆에 있는 관객들의 반응이 너무 재밌기 때문에. 친구들이랑 가족들이랑 같이 오셔서 요즘 가을 날씨도 좋으니 영화 보고 산책하시면서 많이 이야기 나누실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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