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보기만 해도 울컥” 한소희-한해인 퀴어 로맨스 ‘폭설’ 겨울 서핑으로 담은 그리움

임가을 기자 / 기사승인 : 2024-10-11 17:3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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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임가을 기자] 한해인과 한소희의 겨울 퀴어 로맨스 영화 ‘폭설’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소재의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폭설’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윤수익 감독과 한해인 배우가 참석했다.

‘폭설’은 하이틴 스타 '설이'(한소희)와 운명처럼 가까워진 배우 지망생 '수안'(한해인)이 서로에게 솔직하지 못해서 엇갈렸던 시절을 지나 다시 서로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겨울 로맨스. 윤수익 감독이 감독과 각본을 맡았고,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를 비롯해 제38회 런던 BFI 플레어 영화제, 제31회 함부르크 국제 영화제 등에 초청됐다.

 

 

▲ (왼쪽부터) 한해인, 윤수익 [사진=연합뉴스]

 

2019년 촬영을 시작한 영화는 개봉 직전까지 추가 작업을 거쳤다. 윤수익 감독은 “개봉 일정이 잡힌 한달 전에도 보충 촬영을 계속했다. 오랫동안 작업한 작품인만큼 떨리기도 하지만, 이제는 이 작품이 세상에 나올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희 영화 제목이 ‘폭설’이고 눈이 꼭 필요한 장면이 있었는데 영화를 촬영했던 때에 눈이 너무 안왔다. 겨울에만 촬영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런 이유로 1년이 미뤄진 경우가 있었고, 이외에도 극 중 10년의 격차를 그리고 있다보니 실제로 세월이 흐른 뒤 배우의 모습이 담겼을 때 훨씬 영화의 톤앤 매너에 도움을 주는게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부분에서도 더 디테일하게 추가할 것이 있었던 것 같다.”

윤 감독은 한해인과 한소희의 캐스팅 배경을 밝히기도 했다.

“한소희 배우는 당시 인스타그램을 통해 처음 봤는데 너무 놀랐다. 감각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것과 동시에 눈빛에 있는 저항적인 느낌이 같이 보였다. 그 두 가지가 같이 어우러져서 보이는 게 쉽지 않고 매력적이라 생각해서 오디션도 안 거치고 바로 캐스팅 제의를 드렸다. 한해인 배우는 ‘나와 당신’이라는 영화를 통해 처음 접했는데, 눈빛 자체에서 깊이 있는 감정들이 느껴졌다. 그때 작업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고, 이후에도 한해인 배우의 작품을 꾸준히 봤는데 연기 스펙트럼이 넓은데도 불구하고 이 배우가 연기하는 모습이 다 진짜 같이 느껴진다는 일관성이 있었다. 그런 부분이 제일 매력적으로 느껴져 초고 때부터 제의를 드렸다.”


한해인은 극 중 스타 배우를 동경하는 출연작 하나 없는 배우 지망생 ‘수안’ 역을 맡았다. 그는 “참 기나긴 여정이었던 것 같은데 그 시간동안 제가 이 영화를 만나고, 수안이라는 역할을 만나게 되면서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관객분들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음에 감사한 마음”이라며 개봉 소감을 밝혔다. 

 

▲ 사진=연합뉴스 


‘폭설’에 출연을 결정하게 된 계기에 대해 한해인은 “영화에 담겨있는 인물들의 정서와 자연이 맞닿는 지점들이 아름답다고 느꼈다”고 언급하며 또 다른 이유로는 인물의 힘이 강하게 느껴지는 시나리오를 꼽았다.

“인물들이 어떤 상황에 던져져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인물이 먼저 움직이고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 같았다. 두 인물 다 억압되어있고 연약해보이면서도 강인한 모습들이 매력적이라 느꼈고, 두 여성 캐릭터가 서로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찾아나가고 자신의 모습을 수용해나가는 지점들이 마음에 많이 와닿았던 것 같다. 수안이라는 인물이 갖고 있는 색 자체가 하나의 색으로 규정할 수 없어 바다를 닮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이 인물을 연기하게 된다면 무한하게 펼쳐지는 캐릭터로 표현하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다.”

특히 한해인은 극 중 수안이 겪는 10년의 격차를 연기로 표현한다. 외형적인 부분과 연기적인 부분에서 모두 변화를 줬다고 말한 그는 캐릭터 표현에 있어 중점을 둔 부분을 밝혔다.

“수안은 어렸을 때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걸어나가지만 10년 후에는 사회적인 여성성이라는 단어에 가까운 모습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 모습을 수안이 진정으로 원했는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고, 그래서 외형적으로 변화를 줬다. 어린 시절을 연기할 때는 제 안에 살아 숨쉬는 어린 시절의 소녀를 꺼낸다 생각하고 목소리, 걸음걸이 같은 부분을 설정해 나갔다. 나이가 들어서는 성숙하고 지쳐있고 방황하는 모습을 담을 수 있도록 섬세하게 만들어나가려 했다. 또 이 인물이 퀴어적인 색깔에 있어서 어떤 한 역할을 도맡아서 하는 인물로 보이지 않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특히 ‘폭설’은 [부부의 세계], [알고있지만.], [마이 네임] 등으로 스타덤에 오른 한소희의 스크린 데뷔작으로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극 중 한소희는 전학 온 인기 하이틴 스타 배우 ‘설이’ 역을 맡았다.
 

▲ 사진=판씨네마 

 

한소희가 맡은 ‘설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윤 감독은 “소설 속 자신이 가진 외면의 아름다움 때문에 고통 받고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이 몰락해가는 이야기에서 설이라는 인물의 영감을 받았다”며 “우리가 아름다운 사람을 볼 때 갖는 기대와 고정관념으로 그들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그들을 우울하고 불안하게 하는 것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한해인은 ‘폭설’에서 한소희와 로맨스 연기를 펼친다. 그는 “눈이 오는 날 한소희 배우가 합류하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었다. 하필이면 눈이 오는 날 그런 소식을 들어서 설렜던 기억이 난다”며 당시를 회상하고, 한소희와의 연기 호흡에 대해 말했다.

“첫 만남에 같이 대사를 주고받으면서 리허설을 하던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한소희 배우의 눈빛과 감정이 제 가슴에 훅 들어오는 부분이 있었다. 눈물이 왈칵 날 정도로 인상깊었다. 촬영하면서 수안이랑 설이처럼 어딘가 다르지만 진실되게 통하는 이상한 시너지가 있었다고 느꼈다.”


이날 ‘폭설’ 개봉에 대한 한소희의 반응을 대신 전한 윤 감독은 “저희랑 같은 입장이니까 떨려했고, 신인 시절의 연기이기 때문에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실 지에 대해 걱정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제가 오히려 한소희 배우에게 연기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폭설’은 겨울과 바다, 서핑이 주요 소재로 다뤄지는 영화다. 윤 감독은 이와 같은 소재를 차용하게 된 배경에 대해 10년 전 겨울, 양양 바다에서의 기억을 꼽았다.
 

▲ 사진=판씨네마 

“10년 전 겨울 양양에 갔었다. 우연히 눈이 많이 오는 날 해수욕장에서 방파제에서 바다를 구경하고 있는데, 그 눈 속에 서핑을 하고있는 사람들을 봤다. 두 사람이 눈이 내리는 바다에서 서핑을 하고 있는 모습 자체가 제게 임팩트 있는 기억으로 남았다. 둘이 파도를 기다리며, 적정한 거리를 지키면서 있는게 서로를 지켜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다른 행성에 있는 사람들을 보는 느낌이었다. 그 장면에서 영감을 받아 '폭설'에 소재를 차용하게 됐다.”


소재가 소재인 만큼 영화에 참여하는 두 배우는 겨울 바다에서 서핑을 임해야했다. 한해인은 “익사이팅 스포츠를 별로 안좋아하는 사람이고, 흥미를 잘 못 붙이는데 시나리오를 보고 겁이나면서도 한편으로는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며 인물을 준비한 과정을 밝혔다.

“촬영 들어가기 한 달 전부터 양양에서 매일 바다 서핑을 했다. 서핑 선생님과 동행하면서 매일 몇 시간씩 바다에 들어갔던 기억이 제게 강렬하게 남아있다. 수안의 정서를 조금 더 알 수 있는 시간이라 더 기억에 남는다. 서퍼분들이 양양은 겨울 파도가 좋다고 많이 말씀하신다. 실제로 겪어보니 동해 바다의 겨울 파도가 거칠지만 힘이 있어서 묘한 느낌이 있었다. 그 매력을 잘 알 수 있어서 이 영화가 겨울의 어떤 느낌을 담아내고 싶었다는 걸 잘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다.”

영화의 제목 ‘폭설’은 엔딩 장면과 깊게 연결되어 있다. 윤 감독은 가장 공을 들인 감독으로 엔딩을 꼽으며 “수안에게 응축됐던 설이에 대한 그리운 감정이 폭발하는 지점인 마지막 장면을 초반부터 구상했다. 그래서 설이라는 이름과 이 영화의 제목을 연관 짓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 사진=연합뉴스


“폭설이 내리는 풍경을 통해 수안의 감정이 고요하면서도 강렬하게 표현되길 바랬다. 그 장면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자연의 도움과 스태프들의 발 빠른 호흡 등 많은 요소들이 필요했던 것 같다. 엔딩 시퀀스가 이 영화만의 색깔을 갖게 하는 씬이라 생각한다. 그 장면들이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영화가 흘러온 시간들을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도록 하고, 관객분들이 각자가 갖고 있는 해석과 색깔들로 기억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한해인은 곧 ‘폭설’을 만나게 될 관객들에게 인사를 남겼다.

“이 영화의 정서와 자연이 어떻게 연결되어있고 두 인물이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받으면서 성장해 나가는지, 정서적으로 어떻게 강하게 연결되어있는지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 가장 추운 계절에 정말 뜨거운 에너지를 만날 수 있었던 작품이고, 그런 지점도 영화에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수안이와 설이 많이 응원해 주시고, 보러와 주셨음 좋겠다.”

한편 ‘폭설’은 오는 23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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