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임가을 기자] ‘카브리올레’는 번아웃이 온 직장인 ‘오지아’가 전재산을 털어 산 카브리올레를 타고 전남자친구과 함께 여행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조광진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다. [열혈사제], [오월의 청춘] 등 금새록과 [이태원 클라쓰], [지옥]의 류경수가 주연을 맡았다.
이번 영화는 JTBC 금토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원작자 조광진 작가의 영화 데뷔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2013년 웹툰 [그녀의 수족관]으로 데뷔한 그는 한국 드라마 최초로 원작 웹툰 작가가 대본 집필까지 맡은 첫 사례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 조광진 감독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
조광진 감독은 이번 ‘카브리올레’를 통해 영화 감독으로 파격적인 변신을 꾀했다. 그는 라운드인터뷰 자리에서 연출을 결심하기 전부터 영화에 대해 흥미가 높았고, 그 흥미에 [이태원 클라쓰]가 기름을 부었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다. 일반인을 기준으로 치면 많이 보는 축에 속할 거다. 그래서 [이태원 클라쓰]를 촬영할 때 현장에 놀러갔는데 두 줄짜리 지문을 몇 시간 동안 찍고 있었다. 그게 너무 재밌었고, 이 현장과 일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장면을 계속 찍어서 뭉쳐서 드라마 한 편이 만들어진다는게 힘들고 멋진 일인 것 같았다.”
자신의 분야가 아닌 것에 단순히 흥미를 갖는 사람은 많지만, 그것을 실천으로까지 옮기는 사람은 흔치 않다. 이에 조광진 감독은 “항상 직접 해보는 게 제일 빨리 무언가를 얻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영화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는데 관련 직종이 아니다보니 방법들이 많이 생각나지는 않았다. 대학을 다녀볼까 생각하기도 했고, 스태프로 현장 취직을 해볼까 싶기도 했다. 이런 고민 속에 있었을 때 마침 도와주시는 분들이 나타나서 덕분에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에 도전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조광진 감독은 [이태원 클라쓰]의
각본 작업을 맡은 후 배우, 감독과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많은 소통을 거쳤고, 작가와 연출이 한 사람인 게 제일 이상적이라 생각하게 됐다. 따라서
이번 ‘카브리올레’는 조광진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동시에 맡았고, 스토리보드까지 직접 그렸다. 이에 대해 감독은 “애초에 만화가는 글도 쓰고 연출도 하고 그림도 그리니까 못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 조광진 감독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
직접 뛰어들어 경험해 본 작업 과정은 어땠을까. 조광진 감독은 “영화는 리더십이 필요한 사업 운영과 닮아있다고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하나를 목표로 다 같이 만들어 나가야하는데 제가 리더십이 있는 사람은 아니고,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집요하게 요구한 적도 살면서 많이 없기 때문에 힘들었다. 또 저 혼자였을
때 나오지 않는 실수들이 의도치 않게 튀어나와서 동료에게 실례를 범하게 되는 상황이 생기기도 했다. 그래도
운이 좋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 처음이다보니 부족한 감독이였는데 이해해주고, 밀어줬다. 정말 많은 배려를 받았다.”
조광진 감독은 제작까지 참여한 영화임에도 흥행에 대한 욕심이 없었지만, 최근에서야 생겼다고 말했다. 이유는 자신 이외에 참여한 스태프들이다.
“제가 없다고 해서 그분들도 없을 건 아니지 않나. 또, 스태프분들은 원래 좋은 현장에서 일하셨던 분들이다. 저희 영화가 제작비가 그렇게 크지 않았는데도 저라는 사람을 보고 참여를 해 주셨는데 흥행에 대해 생각을 아예 안 한다고 하면 너무 못되고 이기적인 것 같았다. 성적에 욕심을 안 두는 건 잘못된 생각이더라. 그래서 흥행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이처럼 조광진 감독은 인터뷰 내내 함께 영화를 제작한 스태프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감독은 이번 연출을 통해 얻은 것에 대한 질문에도 영화 작업의 처음과 끝을 알게 됐고, 영화를 같이 작업해 주신 분들을 얻었다고 답했다.
“‘카브리올레’는 도움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그래서 같이 작업한 분들께 빚을 졌다는 생각이 있어서 갚고 싶은 생각이 있다. 갚는 방법은 영화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웃음)”
▲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
조광진 감독은 작품을 구상할 때 브레인스토밍을 하듯 키워드를 나열한다고 언급했다. ‘카브리올레’ 역시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쳤지만 기존 작품 구상 단계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았다.
“키워드를 나열한 이후 좋은 소스들을 골라내고 대중성이 있는지,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인지, 블루오션인지 생각해서 가치 판단을 한다. 하지만 이번 ‘카브리올레’ 같은 경우에는 이 3가지 조건에 크게 집중하지는 않았다. 그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했다.”
하고 싶은 걸 했다는 조광진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흔한 도식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특히 후반부에 스릴러로 반전되는 전개는 심하게 호불호를 갈랐지만 감독은 만족한다고 말했다.
“맨 처음 초고단계에서는 후반부의 스릴러 장치가 들어가지 않았다. 소소하게 농촌에서 병재와 썸 같은 감정을 느끼다 서울로 돌아가서 자신의 삶을 찾는 영화였다. 써놓고 보니까 무난하게 재밌었고, 주변 평가도 소소하게 괜찮았다. 하지만 이런 시나리오는 이미 많이 있는데 굳이 이런 영화가 있어야하나 싶기도 했다. 그래서 어차피 하고 싶은 거 다 해볼 생각이니까 한번 세게 가보자는 생각으로 전개를 틀었다.”
이러한 이야기를 주 종목이자 반전을 보여주기에 탁월한 웹툰이 아닌, 영화를 통해 보여주기로 택한 이유로는 소비층의 빠른 템포를 꼽았다.
“웹툰으로 그리기에 좋은 소재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영화의 초반 2~30분정도의 분량은 웹툰으로 치면 5화 정도의 분량이 되는데 사람들은 5화까지 잔잔한 걸 기다리지 않는다. 드라마도 몇 부작으로 가져갈 만한 이야기가 아니였기 때문에 영화가 제일 맞다고 생각했다.”
▲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
영화의 주된 주제는 번아웃 증후군이다. 소진 또는 소진 증후군이라 불리기도 하는 이 증상은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던 사람이 어느 시점에서 갑자기 극도의 피로감을 느끼며 무기력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인을 괴롭히는 주범으로 꼽히는 번아웃 증후군, 조광진 감독 역시 직접 겪었다고 밝혔다.
“저는 파이팅이 넘치는 사람이고, 쉴 틈없이 스무살부터 30대 초반까지 일을 해왔는데 어느 순간부터 의욕이 안 올라왔다. 예전에는 정말 쉽게 마무리되던 일인데 안 끝나는 일이 되어버렸다. 원체 남들에게 징징대지 않는 편이라 몰랐는데, 우연히 번아웃 중후군이라는걸 알게 됐다. 이런 걸 저 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고 느끼고 있었다.”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을 반복하는 직장인의 경우에는 정도가 더했다. 조광진 감독은 “회사를 다녀본 적이 없지만 주변 친구들 얘기를 들었을 때 모든 사람이 일에 사명감을 갖거나 보람을 느끼지는 않는다. 또, 회사라는 이미지가 반복적인 느낌이 있는데 사명감이 있는 친구들도그런 반복적인 느낌에서 고통을 받는다. 그래서 번아웃 증후군에 대해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작품의 시작점을 설명했다.
전국일주를 떠나는 주인공 지아의 여정에는 오픈카가 함께한다 ‘카브리올레’를 소재와 제목으로 선택한 이유는 개방감이다. 조광진 감독은 “지붕이 열린 차가 주는 이미지에 개방감이 있어서 자유로운 이미지가 있었고, 제목도 같은 이름으로 하게 됐다.”고 전했다.
또, 조광진 감독은 이번 영화 ‘카브리올레’를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라 칭했다.
“지아는 일에서도, 인간 관계에서도 열심히 산다. 지아가 여행을 시작하는 것도 죽은 친구로부터 계기가 된 것이지 자신으로부터 시작된 게 아니다. 그렇게 남을 배려하면서 자신을 배려하지 않는 상황들이 지아를 갉아먹고, 결국 번아웃 증후군이 오게 된다. 이런 지아가 여행 중 여러 사건을 통해 결국은 자신을 찾아가고, 나를 생각하게 되는 이야기라 생각하고 만들었다.”
▲ 조광진 감독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
이번 영화와 마찬가지로 조광진 감독은 다양한 작품에서 청춘에 대해 이야기하는 창작자다. 따라서 나이가 들며 자기도 모르는 사이 청춘이 아닌 기성세대에 가까워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있지는 않는지에 대해 묻자 감독은 “위기를 느끼고 있다”며 웃어보였다.
“요즘 애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때도 있다. 유행어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젊은 애들이 웃을 때 작가도 왜 웃는지 정도는 알아야 한다. 그 포인트조차 모르면 그게 뒤쳐지는 거니까. 그래서 젊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너무 사무실에 갇혀 있다 보니까 사람 만날 기회가 많이 없고, 제가 나도는 성격도 아니라 일이 한가해지면 젊은 사람들하고도 얘기를 많이 해봐야할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
걱정에 무색하게 이번 ‘카브리올레’도 조광진 감독 특유의 말맛이 좋은 대사와 유머가 빛이 났다. 감독은 “글을 쓸 때 말로 내뱉었을 때 어색한 문구들이 있고 아닌 말들이 있으니까 항상 육성으로 뱉어본다. 리딩 하기 전에 회사 직원들하고도 한번 해 보기도 한다.”고 작업 과정을 밝혔다.
“글을 따로 배운 적이 없다. 또 데뷔작이 성인만화라 표현들이 좀 더 직설적이고 상스럽다. 근데 어떤 분한테서 ‘작가님의 글에는 길 냄새가 난다’는 칭찬을 들었다. 그 칭찬 한 마디가 대학을 졸업하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했던 과거에 대한 보람처럼 느껴졌다.”
호프집, 공사 현장, 물류센터 등 다양한 곳에서 직접 일해본 조광진 감독은 무엇보다 경험을 중요시 한다고 말한다.
“술을 못 먹는데도 술자리를 좋아하고, 진상도 좋아한다. 일을 하면서 정말 많은 류의 인간 사람들을 봤다. 20대 초반에 제가 쓴 작품을 보면 인물들이 다 정의롭고 선할 정도로 때가 안 탔었는데, 중간에 이상한 사람들도 많이 경험하고 보면서 인간이 입체적으로 느껴졌다. 인간은 한겹으로 이뤄져 있지 않은게 재밌다고 느껴진다.”
▲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
조광진 감독이 피부로 느낀 경험은 곧 창작의 소재가 되어 돌아왔다. 감독은 작품에 삶을 녹여내는 편이라 말하며 여러 일화들을 풀어놓았다.
“글을 쓸 때 누군가가 떠오르면 인물 디테일이 쉬워지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이태원 클라쓰]의 박새로이 같은 경우는 ‘이렇게 말해주는 사장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같은 생각들로 만들어졌다. 이번 영화에서도 지아가 물에 빠졌을 때 구해주지 않고 가만히 보고 있는 씬이 있는데, 그 장면도 제 실제 경험에서 나왔다.”
특히 영화에서 스트레스를 표현하는 대표적인 장치인 이명은 실제로 조광진 작가가 겪고 있는 증상이기도 하다.
“밤샌 상태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거나 힘들 떄 삐 소리가 난다. 어렸을 때는 큰일난 줄 알았다. 그런데 저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들이 이명을 느낀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 이명이 스트레스를 제일 잘 표현할 수 있을거라 생각해 영화 속에 넣게 됐다.”
‘카브리올레’에 등장하는 배우들도 눈길을 끈다. 평소에 가상 캐스팅으로 특정 인물을 생각하고 쓰면 편하다고 말한 조광진 감독은 ‘카브리올레’의 주연인 금새록, 류경수를 쓰기 전부터 각각 배역에 맞게 생각해놓고 있었다고 언급했다.
“금새록 배우는 전에 한 번 뵙고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고, 시나리오를 쓰면서 주인공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인간 관계에 있어서도 신경을 많이 쓰시는 분이라 확 떠올랐던 것 같다. 그래서 대본을 드렸는데 좋게 봐주셨다. 류경수 배우는 [이태원 클라쓰] 때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사이가 좋았는데도 대본을 줄 때 많이 떨렸다. 대본 리딩을 많이 했는데 그 때부터 제 생각 이상으로 잘해주셨다. 촬영 때는 오히려 감탄하면서 봤던 것 같다.”
▲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
특히 류경수는 극중에서 내래이터 역할도 겸한다. 이에 대해 조광진 감독은 “감정선이 불친절하다는 피드백을 들었고, 좀 더 친절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내레이션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맨 처음에는 내래이터로 지아를 생각했는데, 막상 지아가 자기 입으로 일기장을 읽게 하자니 도취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병재가 지아를 납치를 하는 전개를 활용해 병재가 지아의 일기장을 읽도록 했더니 자연스러웠다.”
마지막으로 조광진 감독은 영화 ‘카브리올레’를 만날 관객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소울이 맞았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획부터 촬영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힘들고 낭만있게 만들었는데 이렇게 개봉까지 할 수 있게 돼서 그분들께 고맙고, 재밌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한편, 영화 ‘카브리올레’는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저작권자ⓒ 스포츠W(Sports W).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