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흥국생명 김기중 신임 감독 부임 무산...발표 나흘 만에 '없던 일'

임재훈 기자 / 기사승인 : 2024-01-10 15:3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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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직을 고사한 김기준 감독(사진: 흥국생명)
 [스포츠W 임재훈 기자] 흥국생명 김기중 신임 감독의 부임이 무산됐다.  흥국생명 구단은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김기중 감독이 심사숙고 끝에 흥국생명 감독 선임을 최종적으로 고사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고 밝혔다.   지난 6일 흥국생명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된 지 나흘 만이다. 

김기중 감독은 흥국생명 구단을 통해 "배구계 안팎에서 신뢰를 받아도 어려운 자리가 감독직인데, 여러 가지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현 상황이 부담"이라며 "지금 감독직을 수행하는 것이 그동안 노력해 준 선수단과 배구 관계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고사 사유를 밝혔다. 흥국생명 구단은 "김기중 감독의 뜻을 존중하기로 결정하였으며, 당분간은 김대경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치를 예정"이라며 "감독 선임에 있어 물의를 일으킨 점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앞서 지난 2일 흥국생명 임형준 구단주는 “구단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부합 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권순찬 감독과 헤어지기로 결정했으며, 단장도 동반 사퇴키로 결정했다"고 밝혀 권 전 감독과 김 전 단장을 사실상 동시 경질했다.  이후 권 전 감독에 이어 임시로 지휘봉을 넘겨받은 이영수 감독대행 역시 지난 5일 GS칼텍스전 한 경기를 치른 뒤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 과정에서 흥국생명의 신용준 신임 단장은 기자들과 만나 권 전 감독과 김 전 단장의 동시 경질과 관련, "선수 기용에 대해 이야기한 게 아니라 선수단 운용에 (감독과 단장의) 갈등이 있던 건 사실"이라며 운용에 대해 문제가 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로테이션 문제에 의견이 안 맞았던 것 같다. 팬들이 원하는 건 전위에 김연경과 옐레나가 같이 있는 게 아니다. 그런 부분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의견 대립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 단장의 해명 가운데 팬들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유튜브와 일부 커뮤니티 사이트를 참고했다는 뉘앙스의 발언이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흥국생명의 에이스 김연경은 GS칼텍스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이후 기자회견에서 "(신 단장의 주장대로) 경질했다면 더 납득이 안 된다"며 "(저와 옐레나를 전위에 두는) 포지션으로도 4패밖에 하지 않았고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회사(구단)에서 어떻게 얘기하는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그런 식이라면 모든 감독이 경질될 수 있을 것"이라고 구단에 직격탄을 날렸다.  김연경은 또 선수 기용 문제와 관련해서도 "얘기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경기를 (구단 측이) 원하는 대로 했다가 몇 번 진 경우가 있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그는 또 차기 감독에 대해 "회사는 말을 잘 듣는 감독님을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나. 다음 감독님이 오신다고 해도 신뢰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지 모르겠다)"라며 "감독이 누구를 위해 선임되고 경질되는지 잘 모르겠다"고 구단에 강한 불신감을 나타냈다.  

 이같은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흥국생명 구단은 이튿날인 6일 서둘러 김기중 신임 감독 선임을 공식 발표했다.  김 감독은 감독 선임 발표 이후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선수 기용에 관한 전권을 위임받았다. 팀 운영의 큰 틀은 구단과 상의해야지만, 경기 운영에 관한 모든 부분은 구단에서 절대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며  "선수들에게 비전을 이야기하고, 더는 구단이 경기 운영에 개입하지 않을 거라는 약속을 전하면 선수들도 나를 믿어주지 않을까. 선수들의 이야기도 충분히 듣겠다"고 의욕을 나타냈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김 감독 선임 이틀 뒤인 8일 IBK기업은행전을 앞두고 감독 선임 계약 절차가 마무리 되지 못했다는 이유로 김 감독 대신 김대경 코치에게 감독대행을 맡겨 경기를 치르도록 하면서 김 감독의 선임이 불발될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낳았다.  결국 선임 나흘 만에 김 감독이 물러나면서 흥국생명의 신임 감독 선임 문제는 원점으로 돌아왔다.  구단 수뇌부가 자초한 내홍에도 불구하고 흥국생명은 최근 4연승 행진을 이어가며 단독 2위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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