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박하선, "인생을 통틀어 정말 신기하고 좋은 경험"

임가을 기자 / 기사승인 : 2024-07-05 15:3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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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 작가 동명 소설 원작... ‘프랑스여자’김희정 감독 연출
박하선 "오랜만에 바닥을 기어다니면서 울어...개인적으로 치유받는 느낌"

[스포츠W 임가을 기자] “그동안 했던 작품 중 제일 제 본연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힘을 빼고 설정하는 것 없이 연기했다.”


배우 박하선은 사극부터 시트콤까지 다양한 장르를 통해 대중과 만나왔다. 이번 영화에서 그는 상실과 치유를 그려내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를 통해 담담한 목소리로 지워지지 않는 아픔을 표현하며, 묵직한 울림을 주는 시나리오 속에서 꾸밈 없는 연기를 선보인다.

  
▲ 사진: ㈜엔케이컨텐츠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남편을 잃고 폴란드 바르샤바로 떠난 ‘명지’(박하선)와 같은 사고로 동생을 잃은 ‘지은’(정민주), 단짝 친구와 이별한 ‘해수’(문우진)가 상처를 어루만지고 다정한 위로를 건네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김애란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박하선은 지난 6월 28일 서울 중구 회현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W를 비롯한 국내 언론들과 라운드 인터뷰 자리를 가졌다.

영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는 앞서 영화 ‘프랑스여자’를 통해 국내외 영화제에서 호평받은 김희정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박하선 또한 ‘프랑스여자’로 김희정 감독을 처음 만났고, 동시에 사랑에 빠졌다. 그는 이번 영화를 선택하게 된 이유도 김희정 감독의 영향이 컸으며 원작 소설과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시원한 슬픔을 강하게 느꼈다고 밝혔다.

“감독님의 전작 ‘프랑스여자’를 너무 잘봤다. 언젠가 감독님과 꼭 한번 해보고 싶었다. 근데 얼마 안되서 연락이 왔고 읽기 전에 왠만하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시나리오를 보고 원작을 봤을 때 오랜만에 바닥을 기어다니면서 울었다. 동생이 누나한테 하는 말들이 있는데 그게 개인적으로 와닿는 부분이 있어서 시원하더라. 이 감정이 전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일단 저부터 시원하게 운게 매력이지 않았나 싶다. 개인적으로 치유받는 느낌이 들었다.”

 
▲ 사진: ㈜엔케이컨텐츠


기다려왔던 김희정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박하선은 “감독님이 말씀이 잘 없으시다. 거의 주문하는 게 없으시고, 칭찬도 잘 안하신다. 그래서 내가 잘 하고 있는건가 궁금했던 적도 있는데 감독님 주변 분들이 원래도 그런 분이니까 신경쓰지 말라고 하셨다. GV를 할 때서야 어떤 장면이 좋았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웃음을 보였다.  

더불어 “물론 촬영을 할 때 주요 씬들에서 의견이 부딪히면 충분히 토론하고, 물어볼 게 있으면 따로 숙소로 가서 감독님이랑 얘기도 나눴다. 여자분이라서 편한 것도 있었다.”며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김희정 감독이 박하선을 ‘명지’ 역으로 캐스팅 하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닌 예능이었다. 

 

박하선이 출연한 ‘전지적 참견 시점’을 시청하게 된 감독은 한 장면을 보고 영화의 주연 배우를 정했다.

“그 예능에서 미술관 방명록에 제 이름 대신에 먼저 세상을 떠난 동생 이름을 쓰는 장면을 인상깊게 봤다고 하셨다. 원래 감독님이 예능을 잘 안 보시는데 우연히 그 장면을 보게 됐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이런 경험을 가진 친구가 '명지'를 연기하면 좋겠다 생각해서 캐스팅 했다고 하셨다.

박하선의 2살 터울을 둔 동생은 발달장애인으로 지난 2019년 30살의 이른 나이에 먼저 세상을 떠났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아픔을 겪어본 만큼, 그는 극 중에서 동생을 연상시키는 장면에 가장 마음이 쓰였다고 이야기했다.

“동생은 자폐가 있었어서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이런 말을 자유롭게 하지는 못했다. 그런 동생이 갑작스럽게 하늘로 가니까 가족들은 아무래도 미안하지 않나. 못해줬던게 생각이 나고, 마음이 해소가 안 되고 후회만 되는데 영화에 나오는 ‘누나 밥 잘 먹어, 고마워, 사랑해’ 같은 얘기가 동생이 저한테 해 주는 얘기 같아서 개인적으로 힐링이 됐던 것 같다.”

 
▲ 사진: ㈜엔케이컨텐츠
 

극 중 ‘명지’가 대한민국과 폴란드를 오가는 만큼, 실제 촬영도 폴란드 로케이션을 진행했다. 특히 폴란드 로케이션 촬영은 현지 스텝과 함께했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박하선은 폴란드 스태프와의 작업에 대해 “(한국 스태프와)정말 비슷한 점이 많다”며 감탄했다.

“어느 순간부터 폴란드 스텝인지 몰랐다. 일단 한국에 굉장히 오고 싶어 하신다. 같이 일하고 싶어 하셔서 저희한테 굉장히 잘 보이려는게 있다. 그래서 과수원에서 과일도 따다 주고 현지의 유명한 생강과자도 주시더라. 제작사에서 한글로 '폴란드'라고 적은 티셔츠를 선물로 드렸는데 한국 말을 예쁘다고 좋아하신다. 그래서 폴란드 스태프들이 '심장'이라고 써 있는 티셔츠를 답례로 줬다. 너무 정이 많은 분들이었고 쉬는 시간에 신라면도 먹더라.”

원작에서 ‘명지’가 여행을 떠난 장소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였지만, 영화에서는 역사적인 트라우마를 가진 폴란드 바르샤바로 교체되었다. 특히 극 중 2차 세계대전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1분 동안 모든 시민들이 멈춰 서서 참여하는 바르샤바 봉기가 담긴 장면은 연출된 상황이 아닌, 실제로 매년 8월 1일마다 진행되는 봉기 현장에서 촬영한 것으로 화제를 모았다.

“저희가 영화의 모든 장면을 그 1분을 촬영하기 전까지 다 찍어놨다. 사전에 유튜브를 보면서 해당 장면의 연기를 준비하려고 했지만 감을 잡기 어려웠다. 그런데 그 장면을 찍을 때 도로에 있는 차들이 크락션을 1분 동안 울리면서 같이 울어주고, 폴란드 스태프들이 다같이 울고 있으니까 저도 되게 울컥하고 굉장히 와닿더라. 인생을 통틀어 정말 신기하고 좋은 경험이었다.”

 
▲ 사진: ㈜엔케이컨텐츠
 

에든버러에서 바르샤바로 여행지가 변경된 만큼, 영화 내에는 소설과 다르게 각색된 부분이 꽤 존재한다. 특히 감독은 원작에서는 편지 속에 잠깐 언급되는 정도로 그쳤던 ‘해수’ 캐릭터를 확대해 다른 인물들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활용하며 자라나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박하선 또한 촬영 당시를 회상하며 미소를 보였다.

“소설에는 편지, 이야기로만 존재했던 청춘들이 포진되어 있어서 좋았다. 오랜만에 청춘 영화 보는 느낌도 나고, 너무 파릇파릇하고 예뻤다. 그 젊음은 저희가 쫓아갈 수가 없다. (아역)친구들이 실제로도 굉장히 소년소녀같다. 갑자기 셀카를 찍어 달라고 한다거나, 자기들끼리 잘 노는 모습을 보면 되게 예쁘더라.”

앞서 박하선은 기자간담회 당시 ‘명지’를 연기하기 위한 준비가 많이 필요치 않았다고 밝힌바 있다. 

 

그는 “그동안 했던 작품 중 제일 제 본연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힘을 빼고 따로 설정하는 것 없이 연기했다. 힘을 주고 열심히 해본 적 있는데 그게 꼭 좋은 결과로 돌아오지는 않더라. 그래서 ‘힘을 빼자, 연기하지 말자, 설정하지 말자’라고 생각하면서 작품에 임했다.”며 설명을 더했다.

감정적인 몰입과는 별개로 ‘명지’라는 인물을 시각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고된 노력이 더해지기도 했다. 

 

박하선은 “남편이 세상을 떠났으니 마른 모습이 어울릴 것 같았다. 그래서 살을 좀 뺐다. 조금 힘들었던 건 감독님이 교수님이라 학교가 방학일 때만 촬영할 수가 있었다. 봄방학 때와 여름방학 때 찍었는데, 그 사이에 5개월의 텀이 있어서 그동안 체중을 유지했어야 했다. 남편한테 너무 힘들다고 하니까 자기도 그랬다면서 이해해줘서 고마웠다.”며 체중 감량에 대해 언급했다.

 

 
▲ 사진: ㈜엔케이컨텐츠


박하선의 남편인 배우 류수영은 현재 KBS2 ‘신상출시 편스토랑’에서 각종 요리를 선보이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는 "늘 체중 관리를 해야하기 때문에 남편이 만든 요리를 열 몇번 먹어보라 하면 맛만 봐 준다. 그런데 맛있을 때까지 먹어야 한다(웃음). 맛있을 때 먹으면 좋지만, 테스트를 할 때는 맛이 없어도 먹어야 한다. 주변에서는 '남편이 요리해줘서 좋겠다'고 하지만, 사실 이런 고충이 있다.”며 너스레를 부렸다.

본연의 모습과 비슷한 모습을 연기했지만, 이번 작품에서 박하선은 배우로서 새로운 도전을 행하기도 했다. 그간 연기 인생 중 한번도 노메이크업으로 작품을 찍은 적은 없었다고 밝힌 그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를 통해 민낯으로 처음 카메라 앞에 섰다.

“감독님이 ‘프랑스여자’를 아름답게 찍어주신 걸 봐서 용기가 났다. 로션만 바르고 촬영을 해봤는데 로션을 발라도 조명 때문에 빛이 나서 로션도 바르지 않은 맨 얼굴로 국내 분량을 촬영했다. 해외 촬영 분량은 ‘현석’을 만나는 장면이고,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러 외출한다는 느낌으로 베이스랑 입술, 아이라인 정도 그리고 촬영했다”

더불어 극 중 등장하는 샤워씬 역시 얼굴만 클로즈업해서 촬영하지 않고 맨 몸의 일부를 드러내는 과감한 선택을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하선은 “영화 속에서 정말 샤워를 했으면 좋겠더라. 그래서 감독님한테 ‘제가 집에서 보니까 옆부분과 뒷모습 정도는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제안을 드렸다. 샤워씬에서 얼굴에만 갇혀있는 게 싫었다. 감독님도 너무 좋다 하셔서 그대로 벗고 나왔다. 그렇게라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 사진: ㈜엔케이컨텐츠


2005년 SBS 드라마 ‘사랑은 기적이 필요해’로 데뷔해 여태껏 연기자로 활약해 온 박하선은 그동안을 돌아보면 후회되는 점 또한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어렸을 때는 경찰 역할을 맡았다고 치면 ‘경찰은 해봤으니까 당분간 안할거야’ 같은 마인드가 있었던 것 같다. 같은 경찰이라도 세부적으로 다른 면이 있는데 그걸 놓쳤다. 사극도 ‘동이’와 같거나 더 좋지 않으면 안 하겠다고 하다가 놓친게 많다. 시간이 지나니까 왜 그랬을까 싶다. 지금은 기준을 따로 두고 작품을 고르지는 않는다.”

이에 아직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배역 중 꼭 연기해 보고 싶은 배역에 대해 묻자 “제가 똑똑한 편인데 의사나 검사, 변호사는 잘 안 시켜주시더라. 기억력이 좋은 편이라 어려운 대사도 잘 외울 수 있다. 거의 모든 작품을 거의 이틀만에 외운다. 똑똑한 이미지로 어필을 해야겠다”며 의욕을 드러내 현장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박하선은 베테랑 라디오 DJ로도 활약하고 있다. SBS 파워FM에서 진행 중인 ‘박하선의 씨네타운’은 어느덧 그가 DJ를 맡은지 3년이 되어가고 있다. 그는 씨네타운이 좋은 자극이 된다고 말했다.

“그 당대 힙한 분들이 다 나오신다. 제가 일이 잘 안될 때는 조금 부러울 때도 있다. 결과적으로는 도움이 된다. 게스트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시사나 연극을 보러다니면 자극도 되고 좋은 것 같다.”

씨네타운을 통해 여러 작품들을 접하는 만큼 박하선은 브라운관, 스크린을 넘어서 무대 연기에도 관심을 보였다. 그는 “연극을 하고 싶어서 20대 초에 한번 했었는데 충전이 되는 기분이 들었다. 기를 빼앗기는게 아니라 충전하는 기분이 좋았는데, 얼마전에도 하려고 한 작품이 엎어졌다. 배우로서 다시 배워야 하는 시기인 것 같아서 조만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연극은 연기에 대한 반응이 바로바로 와서 좋다. 좋은 기억이 있어서 해보고 싶다.”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편 영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는 절찬 상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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