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승 확정 후 갤러리들의 환호를 받으며 시상식장으로 이동하는 김주형(사진: 게티이미지/AFP=연합뉴스) |
한국 선수로는 역대 최연소이자 통산 9번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챔피언이 된 김주형(20)이 "꿈 같은 우승을 해 영광스럽다"며 기쁜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김주형은 8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즈버러의 세지필드 컨트리클럽(파70·7천131야드)에서 열린 윈덤 챔피언십(총상금 730만 달러) 최종일 4라운드에서 9언더파 61타를 몰아쳐 최종합계 20언더파 260타로 우승했다.
김주형은 우승 후 한국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정말 오랫동안 기다렸고 바랐던 우승이다. 꿈꾸던 PGA 투어 무대에서 첫 승을 거둬 너무 영광스럽고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많이 왔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2000년 이후 출생한 선수 중 최초로 PGA 투어에서 우승을 기록한 김주형은 자신도 이렇게 빨리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열심히 하면 우승의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은 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우승이 올 줄은 몰랐다"면서 "우승 생각을 전혀 못 하다가 오늘 전반에 성적이 좋아서 긴장이 좀 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2000년 6월 21일생으로 만 20세를 갓 넘긴 김주형은 한국인 역대 최연소(20세 1개월 18일) 우승 기록은 물론, PGA 투어 역대 우승자 중 두 번째로 어린 선수라는 타이틀도 획득했다.
PGA 투어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은 2013년 당시 19세 10개월 14일의 나이로 존 디어 클래식에서 우승한 조던 스피스(미국)가 가지고 있다.
김주형은 "PGA 투어에 기록을 남기게 돼 너무 영광"이라며 "제 꿈의 무대에서 우승과 함께 PGA 통산 두 번째 최연소 우승자 기록까지 얻어서 더 많은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기뻐했다.
사실 김주형은 이번 대회 1라운드 1번홀(파4)부터 쿼드러플 보기로 무려 4타를 까먹으며 좋지 않게 출발했다.
하지만 김주형은 어린 나이답지 않은 침착함으로 남은 경기에서 24타를 줄여 극적인 우승을 이뤄냈다.
김주형은 "첫 홀에서 쿼드러플 보기를 기록했지만 플레이가 잘 안 된다는 느낌은 없었다"면서 "남은 홀에서 충분히 예선을 통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서 그냥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만 했었다"고 말했다.
지난주 로켓 모기지 클래식(총상금 840만 달러)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7개로 9언더파 63타를 몰아친 김주형은 이번 대회서도 4라운드에서 9언더파 61타를 기록, 막판 집중력을 발휘했다.
이에 대해 김주형은 "저도 모르게 요즘 좀 몰아칠 때가 있어서 스스로 놀란다"면서 "이번 대회에선 후반에 어려운 홀들이 많아서 많은 집중이 필요했었는데 기회가 올 때 잘 잡아서 좋은 성적이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대회에서는 특히 퍼트가 좋았다. 퍼트에 많이 집중하고 더 잘하려고 노력도 많이 했다"며 "퍼트가 잘 돼서 좋은 성적이 나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직 PGA 투어 특별 임시 회원 신분인 김주형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곧바로 PGA 투어 회원 자격을 얻은 것은 물론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 대회에 나갈 자격도 획득했다.
대회 우승으로 페덱스컵 포인트 500점을 획득, 페덱스컵 순위 34위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김주형은 플레이오프 1차전인 페덱스 세인트주드 챔피언십과 2차전 BMW 챔피언십까지는 출전을 확정했다.
2번의 플레이오프 대회서 순위를 더 올리며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까지 출전할 수 있다.
이에 김주형도 플레이오프에서 최선을 다해 투어 챔피언십까지 출전하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갑자기 우승해서 제 인생 처음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게 됐다"면서 "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 잘해서 투어 챔피언십에도 나가 3주 연속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싶다"고 말했다.
꿈에 그리던 우승컵을 들어 올렸지만, 김주형에게 PGA 투어는 아직도 배울 것이 많은 최고의 대회라고 한다.
김주형은 "PGA 선수들을 보면서 아직은 많이 배워야 할 시기고, 더 열심히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느낀다"면서 "PGA 투어 선수들은 실수가 나와도 이를 회복하는 능력이 정말 대단하다. 확실히 다른 투어와는 수준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선 통과 기준도 거의 언더파인 경우가 많아서 정말 부담이 많이 된다"며 "그런 면에서 PGA 투어의 강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저는 전체적으로 다 좋아져야 해서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회 마지막 날까지 선두 경쟁을 벌인 선배 임성재(24)에 감사의 말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