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임가을 기자] 영화 ‘레드 룸스’가 개봉을 앞둔 가운데, 파스칼 플란테 감독의 연출 의도가 공개돼 눈길을 끈다.
‘나디아, 나빌레라’, ‘타투스’를 연출한 캐나다 출신 감독 파스칼 플란테는 세 번째 장편 영화 ‘레드 룸스’를 통해 다크 웹 속 미지의 공간 ‘레드 룸’에서 3명의 10대 소녀를 살해한 과정을 생중계한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를 추종하는 의문의 여성에 대해 다룬다.
▲ 사진=찬란 |
영화는 레드 룸에서 연쇄살인을 저지른 ‘슈발리에’의 재판으로 시작되지만, 그의 살해 동기나 정체를 파헤치는 전개가 아닌 슈발리에의 재판을 지켜보는 주인공 ‘켈리앤’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켈리앤은 알 수 없는 이유로 매번 재판에 참석하며 사건에 집착하는데, 파스칼 플란테 감독은 그의 행동을 ‘하이브리스토필리아’, 흉악 범죄자에게 매력을 느끼는 성적 도착증으로 설명한다.
이번 영화를 통해 감독은 살인범에게 매혹되는 여성들의 이야기에 주목했다. 실제로 찰스 맨슨은 35명을 살해한 죄로 수감 중에도 매년 약 20,000통의 편지를 받았고, 그중 일부는 청혼을 제안하는 내용이었다.
켈리앤의 과거를 의도적으로 생략하여 특정 사건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는 설명을 배제하고, 켈리앤이 살인범과 피해자에게 매혹되듯, 관객 또한 켈리앤에게 묘한 매력을 느끼게 하며 불편한 여운을 남도록 의도한 감독은 현대 사회의 미디어가 자극적인 이미지를 아무렇지 않게 소비하게 만들고, 그 결과 사람들은 분노나 연민 대신 무관심을 느끼게 된다고 지적했다.
파스칼 플란테 감독은 범죄에 혐오감을 느끼기보다는 매혹되기 쉬운 사회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싶었다며 “‘레드 룸스’는 이러한 현대 사회의 문제에 대한 예술적 답변”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레드 룸스’는 우리 사회의 범죄에 대한 집단적 매혹을 반성하고 비판하는 일종의 ‘반(反) 연쇄살인범 영화’”라며 기존 연쇄살인 장르의 관습을 거부한 이유를 전하고, “이 영화가 인간 본성의 가장 어두운 부분으로 깊이 파고들어 관객들에게 놀라움과 오랜 불편함을 남기길 바란다”며 영화를 통해 관객들이 느끼길 원하는 바를 전했다.
한편 ‘레드 룸스’는 모델 겸 해커 ‘켈리앤’이 10대 소녀 3명을 끔찍하게 살해하고 생중계한 혐의를 받은 ‘슈발리에’에게 집착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스릴러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이다. 오는 9일 극장 개봉을 예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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