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임가을 기자] ‘6시간 후 너는 죽는다’는 일본 추리소설의 거장 다카노 가즈아키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한 남자의 예지로 인하여 미래에 대한 고뇌에 빠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다.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코리아 판타스틱: 장편’ 섹션에 초청돼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됐다.
영화의 연출을 맡은 이윤석 감독은 지난 9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스포츠W와 작품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 ‘6시간 후 너는 죽는다’ 팀 [사진=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
약 18년간 일본 영화계에서 활동한 이윤석 감독은 올해로 한국에 들어온지 3년 정도가 지났다. 따라서 제대로 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아본 건 이번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처음이다.
“한국 영화제를 방문할 시간적 여유도 없어서 영화제는 거의 처음 와보는 거다. 부천영화제는 한국의 3대 영화제 중 하나라 규모가 크고 활발해서 놀랐고, 이런 데 제가 초대 됐다는 것에 대해서도 놀랐다. 관객들 반응도 뜨거웠다. 한국 관객분들은 일본 관객분들보다 훨씬 적극적이시다. 레드카펫도 일본 영화제는 축소되거나 없다. 주연 배우가 재현이다보니까 레드카펫을 걸을 때 함성을 들으면서 ‘아이돌의 삶이란 이런 거구나’라는 걸 느끼기도 했다.”
이윤석 감독은 ‘6시간 후 너는 죽는다’의 첫 상영을 객석에서 함께했다. 감독은 “제가 만든 영화를 처음으로 관객과 함께 보는거니까 긴장도 됐는데, 사람들의 반응을 볼 수 있으니까 재밌었다”며 “제 앞에 앉아 계시던 남자분이 처음에는 서스펜스 장르와는 거리 있게 흘러가는 전개가 재미 없으셨는지 불량한 자세로 감상하시다가 미들 포인트 이후로는 자세를 고쳐앉고 집중해서 보셔서 그런 부분에서 쾌감이 있었다”며 짤막한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
첫 상영 당시 이윤석 감독 옆 좌석에서 함께 영화를 감상한 원작자 다카노 가즈아키는 2001년 데뷔작 ‘13계단’으로 일본의 권위있는 추리소설 신인상인 에도가와 란포상을 만장일치로 수상한 유명 소설가다. 대표작으로는 ‘13계단’, ‘제노사이드’ 등이 있다.
특히 이윤석 감독은 “저는 기술적, 영화적인 부분을 체크하면서 감상했는데 옆에 앉아계시던 작가님이 우셔서 놀랐다며” 이번 영화에 대한 다카노 가즈아키 작가의 반응을 언급했다.
▲ 사진=미스터리픽쳐스 |
“작가님이 제 왼쪽 좌석에서 보셨는데 감정적인 씬이 나올 때마다 우셨다. GV 때도 무대에 올라오셔서 너무 감동받았고 좋았다고 말씀해 주시니까 저도 감격했다. 감독 입장에서 원작이 있는 작품을 연출했을 때 원작자가 대단히 만족했다는 건 극찬이다. 옆에서 영화를 같이 감상한 일본 쇼치쿠 영화사의 프로듀서님이 자기가 영화를 30년 가까이 했는데 원작자가 각색된 영화를 보고 울고, GV에 나와서 이렇게까지 칭찬하는 걸 처음 봤다고 하셨다. 이 부분에 대해 굉장히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다카노 가즈아키는 1989년 미국에서 영화를 공부해 시나리오 각본가로 글을 시작했을 만큼 영화에 대단한 애정을 가진 창작자다. 이윤석 감독은 다카노 가즈아키와의 만남에 대해 “이틀간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좋은 말씀도 많이 해 주셨다. 이 영화의 원작자이기 전에 거장 작가님이시니까 창작의 비밀까지는 아니더라도 글 쓰는 방식 같은 것도 말씀해 주시고, 영화를 좋아하시는 만큼 공통적인 관심사가 많아서 대화 나누면서 행복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6시간 후의 죽음을 예고하는 제목을 갖고있지만, 그 속에 들어있는 내용은 보편적인 서스펜스 장르물이 가진 온도와는 거리가 멀다. 장르의 명칭도 미스터리 감성 스릴러로 ‘미스터리’와 ‘스릴러’ 사이 이질적으로 보일 수 있는 ‘감성’이라는 키워드가 포함되어있다.
“처음 시나리오를 접했을 때는 애매모호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서스펜스와 청춘물의 결합이 가능할 지에 대해 고민했는데, 충분히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원래 일본에서 독립 영화, 휴먼 드라마를 찍으면서 여성의 심리적인 변화에 대해 많이 다뤄봤고, 동시에 장르적인 영화를 잘 찍으시는 감독님들 아래에서 일하기도 해서 저의 이러한 요소들을 융합해서 만들어보면 데뷔작으로서 굉장히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이윤석 감독은 이번 영화에 대해 서스펜스라는 표면적인 장르 아래에 로드무비라는 또 다른 장르가 숨겨져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영화는 외피는 서스펜스라는 장르를 보여주고 있지만, 본질적인 내용은 둘이 함께하는 6시간의 여정에 관한 짧은 로드무비이기도 하다. 애초에 제가 폭력 묘사를 즐겨하는 성향도 아니다. 그래서 장르 팬들이 이 영화를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이번에 상영하면서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기대랑은 다른 영화가 나왔다는 평을 들어서 그 부분이 가장 인상에 깊게 남은 것 같다.”
▲ (왼쪽부터) 박주현, 재현 [사진=연합뉴스] |
원작부터 서스펜스적 구조보다는 운명에 대해 말하는 준우(원작의 ‘케이시’)의 나레이션을 기반으로 하는 철학적인 질문이 돋보였다고 밝힌 이윤석 감독은 각색을 하는데 있어서 감성적인 부분과 서스펜스적 구조를 융합시키는 것이 가장 관건이었다고 전했다.
“원작의 감성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그렇다해서 너무 청춘물로 가버리면 ‘6시간 후에 너는 죽는다’라는 타이틀에 배신을 당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따라서 장르적인 색채를 입히기 위해 경찰서 쪽 장면에서 범인을 잡기 위한 추리 과정을 디테일하게 보여주고, 교차편집으로 보여주는 준우와 정윤의 여정은 소규모의 로드무비 형식으로 가져가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준우와 정윤의 여정에 초점을 맞추는 쪽으로 연출 방향을 정했기 때문에 차용한 레퍼런스도 이와 같았다. 이윤석 감독은 “서스펜스 영화를 레퍼런스로 가져가지도 않았다. 하루 안에 이뤄지는 일이라 ‘멋진 하루’나 ‘비포 선라이즈’ 같이 두 남녀가 계속 움직이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영화를 레퍼런스로 삼았고, 밤을 걷는 둘의 여정에 힘을 줘서 촬영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일본의 원작을 한국에서 각색해 선보이는 만큼 단순히 공간적 배경뿐만 아니라 작품이 추구하는 감성 역시 한국식으로 로컬라이징됐다. 여기에 이윤석 감독이 그동안 쌓아온 영화적 경험이 색채를 더했다.
“일본의 드라마나 영화들이 대부분 이런 장르나 소재를 다룰 때 판타지스럽게 그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 각색 과정을 거치면서 스태프 모두가 공통적으로 지금을 살고 있는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여성들에게 있어서 생존이라는 건 무엇인가에 대해 테마를 넣고 싶었다고 얘기했다. 또 저는 원래 여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를 좋아하고, 여성 서사라는 것 자체에 관심을 갖고 있어서 그런 제 색깔도 반영이 됐다.”
원작에서 정윤(원작의 ‘미오’)은 평범한 직장인으로, 특출난 결핍이 없는 인물이었다. 영화를 통해 각색이 되면서 서울로 상경한 후 살기 위해 일을 하는 건지, 일을 하기 위해 사는 건지 본인 스스로도 모르는 절박하고 반복적인 삶을 사는 인물이 됐고, 해당 설정으로 캐릭터에는 입체성이 생겼다.
▲ 사진=미스터리 픽쳐스 |
“정윤이라는 캐릭터를 좀 더 입체적이고 현실적인 인물로 가져가고 싶었고, 그런 의미로 쓴 대사들이많다. 영화 속 정윤은 자신이 힘들더라도 누구한테 동정받고 싶지는 않고, 엄청나게 의지가 강하다기보다는 정해져있든 아니든 자기 미래에 대해 어떻게든 책임을 지고싶어한다. 그래서 준우를 따라가기는 하지만 자신이 정해진 운명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제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겠다는 방향으로 결심을 하게 된다.”
원작자가 가장 마음에 들어한 각색도 정윤에 관한 것이었다. 이윤석 감독은 “원작자님이 자신이 썼던 원작에 비해 정윤이라는 인물이 굉장히 입체적이면서 현실에 발 붙인 인간이 된 것 같아서 감정이입이 됐고, 정윤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마음이 아팠다고 하셨다”며 “특히 각색된 정윤의 캐릭터에 대해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다른 부분들이 좋았고, 오히려 각색이 되는 과정에서 추가된 설정들이 더 좋았다고 말씀해 주셨다”고 각색에 대한 원작자의 감상을 대신 전했다.
6시간 후로 예지된 자신의 죽음을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정윤의 곁에는 이 여정의 스타트를 끊은 준우가 함께한다. 이러한 여정을 구상하는데 도움을 준 모티브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다.
“준우는 운명이 정해져 있는 걸 알기 때문에 의지를 가질 수 없고, 정윤을 쫓아다닐 수 밖에 없다. 후기 중에 ‘아기 유령이 러닝 타임의 대부분을 쫓아다니는 것 같다’는 글이 인상적이었는데 이 말이 맞긴 맞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서브텍스트로 갖고 있는데, 이상한 나라에 빠진 정윤이 6시간이라는 밤의 시간 동안 준우라는 시계 토끼의 길안내를 받고 자기 운명을 다시 바꾸려고 한다는 설정이다. 전면적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의상이나 설정 같은 것에 힌트들을 넣었다. 영화의 내용에 테마적으로 엄청난 연관이 있다기보다는 스태프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제시한 디테일이다.”
캐스팅 이전 이윤석 감독이 그리던 준우와 정윤의 이미지는 원작을 따라갔다.
“원작의 준우는 핏기가 없고 하야면서 호리호리하게 마르고 키가 크다. 캐스팅해놓고 보니까 재현이였다.(웃음) 캐스팅 전에는 배우가 안 예쁘게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젊은 시절 카세 료 같이 쌍꺼풀 없는 이미지로. 원작의 정윤은 직장인이다보니까 연령대가 조금 더 높았고, 각색이 된 후에는 주현이가 딱 제가 생각했던 이미지였던 것 같다.”
▲ 사진=미스터리픽쳐스 |
캐스팅 과정에 대해서도 들어볼 수 있었다. 특히 이번 작품은 그룹 NCT 멤버 재현의 첫 스크린 데뷔작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고, 넷플릭스 시리즈 [인간수업]으로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박주현이 함께 호흡을 맞춰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재현이에 대해서 어떤 사람인지 미리 다 알아놓으면 거꾸로 선입견이 생길 것 같아서 아이돌로서 활동하는 모습을 아예 보지 않고 그냥 만났다. 만나보니까 좋은 의미로 평범했다. 그 나이대 청년으로 보이고, 본인이 하고자하는 의지도 강했다. 만나서 2시간 반, 3시간 정도 얘기했는데 느낌이 좋았다. 주현이는 제가 일본에 오래 있어서 잘 몰랐다가 [인간 수업]에서 좋게 봐서 언젠가 작업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캐스팅 후보에 있어서 좋았다.”
이번 작품의 캐스팅에 있어 대부분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한 이윤석 감독은 “오히려 제가 모르는 사람에게 받는 신선한 에너지가 있는 것 같다”며 소신을 밝혔다.
“감독들에게 환상이 있다. 내가 대배우랑 영화를 하면 영화가 대배우 급이 나온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아니다. 오히려 회사에서 정해주는 사람이 캐릭터에 잘 맞아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영화를 제대로 일정 안에 만들어서 퀄리티를 담보하는 건 감독으로서 책임질 수 있지만, 그 이후의 일들은 제가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프로페셔널 한 분들이 해주면 좋다. 그렇다고 제가 정말 아니다 싶은 사람이랑 작업은 안한다. 미팅을 하고 이 사람이랑은 같이 갈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정하는 거다.”
이윤석 감독은 두 명의 주연 배우에게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이번 영화에서 주인공 ‘정윤’ 역을 맡아 연기를 펼친 박주현에 대해서는 “집중력이 엄청 좋고 시나리오 분석을 엄청 잘 해온다”며 칭찬했다.
“영화라는 게 순서대로 찍는 게 아니다보니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감정선 같은 걸 저와 어느정도 합의하는 단계가 있는데, 이후 아이패드 안에 있는 본인의 시나리오 데이터 안에 빼곡하게 그래프를 그렸다. 자기 해석이 있기 때문에 저는 톤 조절만 해 주면 됐다.”
박주현의 연기가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으로는 곽시양과 호흡을 맞춘 취조실 씬을 꼽았다. 이윤석 감독은 “마지막 촬영 회차에 취조실 장면을 찍는데 물론 다 정윤의 모습이었지만 그날은 유독 제가 생각했던 것과 가장 가까운 정윤의 모습이 보여서 감동을 받았다. 당시 주현이의 컨디션이 안 좋았는데 그런 점이 오히려 연기하는 방향과 같아서 너무 좋았다. 특히 같이 붙는 배우가 곽시양 배우이다보니까 긴장감이 더 붙는 것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 재현 [사진=연합뉴스] |
‘정윤’의 죽음을 예지하는 미래예지자 ‘준우’ 역을 맡은 재현에 대해서는 ‘빛나는 원석’이라 칭했다. 이윤석 감독은 “아직 거친 원석에 가깝지만 빛나는 부분들이 있다. 현장에서 같이 작업하면서 봤을 때는 재현이가 갖고 있는 단단하고 굳은 심지가 눈에 띄었다. 대기할 때나 쉴 때는 헐렁헐렁하게 웃고 다녀도 촬영에 들어가면 눈빛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특히 이윤석 감독은 다채로운 얼굴을 보일 수 있는 재현의 마스크에 주목했다. 감독은 “스태프들이 다들 얘기한 거지만 재현이는 얼굴 골격이 아이돌보다는 배우에 가깝다. 특히 촬영 감독님이 찍으시면서 얘는 찍으면 찍을 수록 재밌는 얼굴이라면서 계속 감탄했다. 여러가지 얼굴이 있을 수 있는 마스크”라며 재현의 배우로서의 장점을 늘어놓았다.
“배우로서 부족한 지점은 연습으로 충분히 채울 수 있는 부분이다. 사실 저는 주연을 할 수 있는 타고난 얼굴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얼굴을 가진 것도 재능이고, 스크린에서 비춰졌을 때 얼굴이 아름답게 보이는 건 좋은 거라고 재현이에게도 계속 얘기했다. 또 아이돌을 오래 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표현하는 걸 잘하고, 몸을 잘 쓴다”
촬영 현장에서의 모습도 들어볼 수 있었다. 이윤석 감독은 “엄청 성실하고 사람들에게 너무 잘한다. 기사로 좀 써주셨으면 해서 말한다”고 능청스레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크랭크업할 때 사인회 같은 풍경이 될 정도로 모든 사람들한테 사인도 잘 해주고, 현장에 자기 팬들이 오면 케어도 잘 했다. 저는 그렇게까지 선량하게는 못살 것 같다. 물론 저도 기본적으로 사람한테 친절하게 대하자는 주의이긴 하지만 힘들 때도 있지 않나. 액션 씬을 찍을 때 엄청 힘들고 다쳤을 텐데도 한마디 싫은 소리 없이 잘 찍었다”
움직임에 있어 구체적인 디렉션을 주는 연출자로, 가장 찍기 까다로웠던 장면으로 후반 액션씬을 꼽았다.
“원래 준우는 싸움을 잘하면 안되는데 액션 팀이 가져온 콘티가 거의 성룡이었다.(웃음) 그래서 이건 너무 합이 많고 오늘 내에 못 찍으니까 감정 위주로 심플하게 가자고 했다. 가장 어려웠던 건 재현이가 몸은 잘 움직이는데 액션 씬에 대한 경험이 없었다. 액션은 자기 몸만 잘 움직이면 되는게 아니고 상대방과 합을 맞춰야 하니까 사고 위험도 있어서 긴장하고 찍었다.”
▲ 사진=미스터리 픽쳐스 |
시간에 쫓겨가면서 찍은 장면이지만 오히려 작품에 있어서는 이러한 촉박한 상황이 도움이 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윤석 감독은 “만약 깔끔하게 촬영했다면 지금 영화에 찍힌 재현이의 얼굴이 안 나왔을 것 같았다. 거의 리얼 타임으로 다큐멘터리 찍듯 찍은 장면이다보니까 계속 아드레날린이 돌고 있고, 흥분해 있는 상황에서 찍었는데 그러다보니 재현이의 울부짖는 모습이 연기라기보다는 그 순간에 악에 받친 듯한 느낌들이 잘 표현이 됐다”고 만족을 표했다.
한국에서의 첫 데뷔작을 찍은 이윤석 감독은 “한국 배우들은 일본 배우들과 달리 의견 교환을 계속 하려하고 적극적이라 연출하는 재미가 있었다”며 이번 ‘6시간 후 너는 죽는다’를 통해 한국 배우들과 함께한 소감을 전했다.
“제가 AI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만들지 않고 인간을 찍는 이유는 배우라는 한 사람의 순간을 빌려서 다큐멘터리를 찍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배우들이 순간마다 인물들을 만들어주는 것이 즐거웠고, 주현이가 이끌어주고 재현이가 따라와 주면서 인물과 배우가 함께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 눈에 보이는 게 좋았던 것 같다.”
‘6시간 후 너는 죽는다’는 올 하반기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윤석 감독은 “배우분들을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기며 바램을 남겼다.
“‘6시간 후 너는 죽는다’라는 배의 선장으로서 배우들과 함께 출항을 하게 됐는데, ‘부천영화제 첫 번째 상영’이라는 첫 목적지에 도착한 후 그 다음 목적지들을 향해 계속해서 여행을 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 항해가 어떻게 끝날 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영화의 배우들을 내려준 종착지가 그들에게 좋은 곳이었으면 좋겠다. ‘6시간 후 너는 죽는다’를 본 누군가가 배우들을 기억해서 이후에 더 좋은 역할을 맡고 더 좋은 감독들이랑 작업을 했으면 한다. 특히 주현이와 재현이는 제가 또 다른 영화들을 만들면서 여러 번 바다를 돌다 언젠가 다시 만나는 날 어떤 작품이든 같이 작업하고 싶다. 그때 다시 한번 같은 배에 탔을 때는 저도 배를 모는 스킬이 늘어서 그 둘을 더 좋은 곳으로 데려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 ‘6시간 후 너는 죽는다’는 코리안 판타스틱 관객상을 수상했고, 주연을 맡은 박주현은 코리안 판타스틱 배우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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