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영, 김보름 '거짓말-괴롭힘' 해명 요구에 지금 응답해야 하는 이유

임재훈 기자 / 기사승인 : 2020-02-20 10:5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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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름 인스타그램
 

스피드 스케이팅 국가대표 김보름이 지난 달 자신이 한 방송에서 폭로한 1년 전 평창동계올림픽 팀 추월 경기 당시 불거진 ‘왕따 주행 논란’ 관련 주장과 괴롭힘 피해 주장과 관련, 노선영에게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김보름은 지난 19일 자신의 SNS를 통해 "지난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저는 무수한 고통을 참고 또 참으며 견뎌왔다. 이제는 진실을 밝히고 싶다. 진실을 밝히고, 고통 받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며 "평창올림픽 당시 수많은 거짓말들과 괴롭힘 부분에 대해서 이제 노선영 선수의 대답을 듣고 싶다."고 노선영의 해명을 요구했다.

김보름은 앞서 지난 달 11일 오전 채널A에서 방송된 '뉴스A LIVE'에 출연해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노선영의 폭로로 불거진 '왕따 주행' 의혹과 특혜 훈련에 논란 등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하는 한편, 대표팀 선배에 노선영이 자신을 수 년간 지속적으로 괴롭혔다고 폭로했다.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여자 팀 추월 대표팀(사진: MBC중계화면 캡쳐)

 

방송 이후 노선영의 입장이 나올 것으로 보였으나 노선영은 당시 불거진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성폭행 사건을 언급하며 “지금은 (시기가)아닌 것 같아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라며 즉답을 피하는 한편 추후 때를 봐서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할 것을 시사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노선영의 입장 표명은 나오지 않았고, 김보름은 한 달여 만에 다시 노선영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나선 것.

이에 대해 노선영은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김보름이) 어떤 글을 올렸는지 잘 모르겠다. 답변하기가 힘들다"며 "기존 입장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아직은 김보름의 주장에 대한 입장을 밝힐 적절한 때가 오지 않았다는 것이 노선영의 입장인 셈이다.

그러나 1년 전 온 나라를 뒤흔들었던, 그리고 아직까지 여진이 남아 있는 ‘왕따 주행 논란’과 선배에 의한 지속적인 괴롭힘이라는 폭력적 인권 유린 행위가 가진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침묵과 회피로 입장을 대신하는 이와 같은 노선영의 태도는 무책임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전후로 노선영은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골육종으로 불운하게 요절한 동생 고 노진규의 누나로서 생애 마지막 올림픽을 준비하는 절절한 스토리로 국민들의 심금을 울렸고,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행정착오로 올림픽 출전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가 뒤늦게 구제를 받아 다시 출전 자격을 얻고, 올림픽에 출전하는 과정에서도 크게 이슈가 됐다.

 

그리고 올림픽 기간 중 불거진 ‘왕따 주행 논란’으로 인해 노선영은 올림픽 이후에도 한 동안 미디어의 집중적인 취재 대상이 됐다. 

그 과정에서 노선영은 성적지상주의에 물든 한국 스포츠의 부끄러운 민낯을 투영하는 모델이 됐고, 그 스스로 수 많은 말들을 쏟아냈다. 그리고 노선영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국민들은 아낌 없는 지지와 성원을 보냈다. 

 

▲ (사진 : SBS 뉴스 캡처)



그러나 뜨거웠던 평창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린 지 1년 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 노선영의 모습은 1년 전과 많이 달라 보인다.

우선 대한빙상경기연맹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의 특정감사 결과 팀 추월 당시 불거진 ‘왕따 주행’ 의혹은 감독과 선수, 그리고 선수와 선수간 커뮤니케이션 착오로 인한 헤프닝일 뿐 의도적인 ‘왕따 주행’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노선영이 ‘왕따 주행’의 일방적 피해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조사결과이기도 했다.

또한 노선영이 특정 언론과 집중적으로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쏟아낸 특정 선수에 대한 특혜 훈련 주장과 대표팀 내 불화 주장, 그리고 올림픽 당시 팀 추월 경기 작전과 관련된 문제들 역시 김보름의 최근 인터뷰 내용을 살펴보면 상당 부분 엇갈리는 것이 사실이다.

노선영이 오해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의도적인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이와는 별개로 김보름이 노선영으로부터 수 년간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고 폭로한 사안은 큰 충격을 안겨준다. 이는 오해의 여지가 있을 수 없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명확하고 사실 관계 역시 명확할 수 밖에 없는 사안이다.

문체부의 감사결과 ‘왕따 주행’이 사실이 아님이 밝혀진 지 수 개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 가운데 상당수는 여전히 노선영을 ‘왕따 주행’의 피해자로, 김보름을 가해자로 알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노선영은 자신의 주장과 엇갈린 일단 문체부의 감사 결과에 대해 우선적으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또 김보름이 주장하고 폭로한 내용에 대해서도 분명한 해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시기는 중요하지 않다. 노선영이 걱정하는 심석희의 사건은 그 사건대로 처리의 과정이 이어질 것이고 국민들의 관심은 꾸준히 이어질 것이다. 노선영이 김보름과의 일에 대해 말을 하고 안하고에 국민들이 심석희에 대한 관심을 버릴 만큼 우리 국민들이 단순하지 않다는 말이다.

지금은 노선영이 김보름의 이야기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해야 하는 때다. 시기를 놓치고 시간을 끌수록 결국 자신의 분풀이를 위해 후배를 괴롭히고 거짓말을 서슴지 않은 선수로 기억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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