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거리슛 날리는 지소연 (브리즈번=연합뉴스) |
한국 여자 축구 국가대표 에이스 지소연(수원FC)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전차 군단' 독일과 비긴 결과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 랭킹 17위 한국은 3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2023 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독일(2위)과 경기에서 1-1로 비겼다.
전반 6분 조소현(무소속)의 선제골로 앞서 나갔으나 전반 42분 실점하며 결국 1-1로 경기를 마쳤다.
앞서 열린 콜롬비아, 모로코와 경기에서 2연패를 당해 독일전 전망도 어두웠으나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쳐 승점 1을 갖고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지소연은 "오늘 우리가 비길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많지 않았을 것"이라며 "축구는 모르는 것 같다"고 씁쓸히 웃었다.
이날 결과로 한국과 독일이 16강 진출이 나란히 좌절된 것을 두고 그는 "독일 대표팀에 친구들이 있는데, '한국과 독일이 16강에 갔어야 하는데 둘 다 떨어졌다'며 엄청나게 아쉬워하더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득점 기회가 콜롬비아, 모로코 경기보다 오늘이 더 많았다"며 "앞에 두 경기도 오늘처럼 했으면 어땠을지 아쉽다"라고도 말했다.
그러나 지소연은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그런 부분이 자랑스럽고, 우리가 오늘 할 수 있는 부분은 다 보여드린 것 같다"고 자평했다.
직전 월드컵인 2019년 대회를 3전 전패로 마쳤던 그는 "그래도 그 대회보다 잘해서 다행"이라며 "저는 앞으로 또 월드컵 출전 기회가 올지 모르지만, 어린 선수들은 오늘의 경험이 발전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1991년생 지소연은 콜롬비아, 모로코전 패배를 두고 "4년간 노력이 무의미해지는 순간이었다"며 "오늘 그래도 마무리는 잘하고 싶었다. 이게 끝이 아니고 아시안게임, 올림픽 예선이 계속 있으니까 빨리 추스르겠다"고 다짐했다.
주장 김혜리(현대제철)는 "실점하지 않았으면 이길 수도 있는 경기였다"며 "그 부분은 아쉽지만 모두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오늘은 움츠러드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며 "4년간 준비한 대회인데 압박감 때문에 월드컵 무대를 즐기지 못한 것이 아쉽고, 오늘은 후회가 남지 않도록 즐기면서 뛰었다"고 말했다.
이날 수비수로 투입돼 제 몫을 한 박은선(서울시청)은 "먼저 골을 넣었는데 이기지 못해 결과가 아쉽다"며 "감독님이 키 큰 상대와 함께 헤딩하는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하셨다"고 밝혔다.
1986년생인 그는 "대표팀에 다시 기회가 올지 모르지만 선수 생활은 더 할 거니까 열심히 연습하겠다"고 월드컵 이후를 기약했다.
2007년생으로 이날 선발로 나온 케이시 유진 페어(PDA)는 "우리가 어떤 팀인지 보여줄 수 있어서 오늘 결과가 자랑스럽다"며 "선수들 모두 '더 잃을 것이 없다'는 자세로 다 쏟아붓겠다는 각오로 독일을 상대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32개 참가국을 통틀어 최연소인 페어는 이날 선발로 출전, 한국 축구 사상 남녀를 통틀어 월드컵 본선 경기 최연소 선발 출전 기록(16세 35일)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