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여정, '히든페이스'의 시작과 끝, 그리고 김대우의 페르소나

임재훈 기자 / 기사승인 : 2025-11-26 12: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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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여정(사진: 스콘)
 [스포츠W 임재훈 기자] "왜 그 생각을 못했죠? 그러네요. 첫 얼굴과 마지막...이런 걸 왜 모르지 나는?" 김대우 감독의 영화 '히든페이스'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을 자신의 얼굴로 장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주자 배우 조여정으로부터 나온 반응이다.  배우 조여정과 영화감독 김대우는 최근 영화계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관계다.  사극인 '방자전', 시대극인 '인간중독',. 그리고 현대극인 '히든페이스'까지 최근 김대우 감독이 연출한 세 편의 각기 다른 시대적 배경을 가진 세 작품에 조여정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쯤 되면 배우 조여정을 '김대우의 뮤즈' 내지 '김대우의 페르소나'로 불러도 이상할 것이 없다. 

 '히든페이스'에서 김대우 감독은 영화의 처음과 끝을 조여정의 얼굴로 장식했다. 극 전개상 첫 장면에 등장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어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 마지막 한 컷을 온전히 조여정으로 채웠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김대우 감독이 '히든페이스'에서 내세운 주인공들 가운데 가장 내세우고 싶은 한 명을 선택했다고도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찌 됐든 영화배우로서 이와 같은 경험은 작품 활동 가운데 좀처럼 만나기 힘든 경험이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조여정 자신은 영화가 공개된 이후 기자가 인터뷰에서 알려주기 전까지는 이와 같은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 사진: 스튜디오앤뉴
 조여정은 기자가 '히든페이스'가 조여정으로 시작해 조여정으로 끝나는 영화라는 사실을 알려주자 "갑자기 굉장한 책임감이 느껴져서.... 잠깐만요"라며 생각을 정리하려는 듯 잠시 말을 멈춘 이후 "영광이네요. 영화에서 그러기는 어려운 거라서...첫 얼굴과 마지막 얼굴을... 너무 영광이에요. 그리고 기분 좋아요. 되게 그러네...."라며 미소을 지어보였다.  조여정 스스로는 자신이 김대우 감독의 뮤즈라고 생각하는 지 묻는 질문에 "민망한데...어떡하지? 이러고 끝일 수도 있으니까요."라고 쑥스럽게 웃은 뒤 김대우 감독이 왜 자신의 작품에 배우 조여정을 '중용'하는 지에 대한 질문에는 "믿고 맡기셨다는 건 내가 뭔가를 해야 된다는 건데 뭔가를 꺼내야 되고...그게 되게 좋은 숙제가 되는 것 같아요. 다른 뭔가가 나와야 된다는 거고..."라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결국 김대우 감독의 선택을 연속으로 받아올 수 있었다는 것은 그 동안 조여정이 감독이 낸 숙제를 제대로 해왔음을 보여주는 방증인 셈이다.  '히든페이스'의 개봉을 전후해서 영화를 실제로 관람한 관객들의 후기를 보다보면 대체적으로 조여정의 연기를 칭찬하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성진’(송승헌)은 어느 날 자신의 오케스트라 첼리스트이자 약혼녀 ‘수연’(조여정)이 결혼을 포기하고 베를린으로 떠난다는 영상 편지를 남겨둔 채 자취를 감추자 허탈해 한다.    
▲사진: 스튜디오앤뉴
 오케스트라의 단장인 수연의 어머니(박지영)는 딸이 곧 돌아올 것이라고 하지만 수연이 맡았던 오케스트라 첼리스트 자리를 계속 비워둘 수 없었고, 수연이 떠나면서 자신의 빈 자리를 메워줄 것을 부탁한 후배 ‘미주’(박지현)가 찾아오자 성진은 강한 끌림을 느낀다. 결국 미주는 성진의 오케스트라에 합류하게 되고, 우연한 상황에 함께 술을 마시게 된 성진과 미주는 서로의 욕망에 휩쓸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만다.  그런데 베를린으로 떠날 줄로 알았던 수연은 혼자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자신의 집안 밀실에 갇혀 성진과 미주가 욕망의 밤을 보내는 장면을 지켜보며 분노에 차 절규한다. 
▲ 사진: 스튜디오앤뉴
 

영화에서 조여정이 연기한 '수연'의 캐릭터는 나르시스트이자 에고이스트이자 그야말로 '욕망 덩어리' 그 자체다. 

 

돈 많은 어머니 슬하에서 외동딸로서 부족함 없이 자라난 수연은 '미주'라는 특별한 후배를 곁에 두면서 음악인으로서 '트로피'와도 같은 마에스트로 남편을 두기 위해 주저 없이 성진을 선택한다.   밀실에 갇힌 이후에는 성진과 미주의 믿기 힘든 행동을 논앞에서 지켜보며 절규하지만 한한편으로는 반드시 밀실 밖으로 나가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것들과 앞으로 가지고 싶은 것들을 모두 품 안에 넣기 위해 유통기한이 지난 것으로 보이는 생라면을 수돗물에 씻어 우걱우걱 씹어 먹으며 생존에의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한다.         사회적으로 선망의 대상이 되고자 하는 욕망과 그 이면에 감추고 있는 내밀한 욕망을 모두 충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수연의 캐릭터를 조여정은 비주얼적으로, 그리고 연기적으로 탁월하게 소화해 냈다.    

 

▲ 사진: 스튜디오앤뉴
 조여정은 김대우 감독이 자신의 영화에서 제시하는 캐릭터들의 특징에 재미를 느낀다고 했다.  

​"모든 영화 감독이 사람이 가진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지만 감독님 만의 그 결이 생각지 못한 지점에 발 도장을 찍는 느낌이 들어요. 사람들의 캐릭터라는 거는 항상 누구나 의외성을 갖고 있는 것 같아서 의외성이 있는 게 보편적인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살면서 그런 지점이 재미있는 것 같아요. '의외지만 살면서 보면 사실 이렇단 말이야'를 영화에서 진짜 있는 인물처럼...그런 걸 좀 재미있어 하면서 하게 되는 것 같아요."

 

2019년 '기생충'으로 아카데미를 제패하고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배우로서 정점을 찍은 조여정은 이후 코로나 팬데믹이 몰고온 여파로 영화배우로서 자신이 가진 역량을 더욱 더 크게 펼칠 기회를 충분히 얻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쉼 없이 드라마에서 연기 역량과 내공을 쌓으며 때를 기다려왔고, 결국 '인간중독' 이후 10년 만에 김대우 감독의 영화 '히든페이스'로 대중을 만나고 있다. 

 

조여정이 10년이라는, 길다면 긴 시간적 공백에도 불구하고 김대우 감독의 페르소나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이유는 역시 김대우 감독의 영화에 대한 풍부한 이해와 경험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 조여정(사진: 스콘)

 

배우로서 조여정의 목표는 대단하지 않아 보이다 못해 소박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냥 원래 (배우로서) 청사진이 없어요. 큰 그림도 없고 그냥 오늘 오늘 하루만 안 부끄러웠으면 좋겠어요."     

 

조여정의 말처럼 '히든페이스'를 끝으로 김대우 감독의 '뮤즈' 내지 '페르소나'로서 타이틀이 끝날지도 모를 일이지만 오늘 하루만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조여정의 철학은 어쩌면 김대우 감독이 최근 영화에서 주저 없이 '조여정 카드'를 꺼내어 들게 하는 진짜 이유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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