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임가을 기자] ‘리지’는 미국에서 일어난 미제 살인 사건인 ‘리지 보든 사건’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록 뮤지컬이다. 보든 가의 앤드류와 그의 부인 에비가 집안에서 잔인하게 도끼로 살해된 사건에서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보든 가의 둘째 리지와 그를 둘러싼 3명의 여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뉴욕에서 2009년 초연을 선보인 작품은 국내에서는 2020년 처음 개막했고, 2022년 재연, 올해 9월 삼연을 올렸다. 제5, 7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각각 작품상, 안무상을 수상한 바 있다.
▲ 사진=쇼노트 |
‘리지’에서 ‘앨리스’ 역을 맡아 출연 중인 유연정은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소재의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스포츠W를 비롯한 국내 언론들과 라운드 인터뷰 자리를 가졌다.
2016년 M.net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에서 11위로 프로젝트 그룹 아이오아이에 발탁되어 데뷔한 유연정은 이후 그룹 우주소녀에 합류해 아이돌 가수로 활동했다. 뮤지컬 배우로서는 2022년 ‘리지’의 앨리스 역을 맡아 데뷔했고, 이번 삼연에서도 같은 역으로 분한다.
“2년 전 데뷔했던 작품을 다시 하게 됐다. 기존에 같이 호흡 했던 배우분들부터 새로 캐스팅된 배우분들까지 함께해 시너지를 내고 있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다. 너무 사랑하는 작품이라 다시 앨리스라는 역할을 시켜주셔서 감사하다.”
유연정은 2년 전 ‘리지’에 처음 참여했을 당시를 떠올리며 “너무 행복했던 기억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에게 ‘리지’라는 작품은 ‘성장’이라는 키워드와도 맞닿아있었다.
“모든 작품이 끝나고 여운이 남지만 이 작품이 특히 절 성장시켜준 작품이라, 다음시즌이 올라간다면 무조건 하고싶었다. 또 여자 배우들만 나오는 극이 많이 없지않나. 근데 여자 4명이서 극을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간다는게 너무나 매력적이고 감사한 작품이라 저뿐만 아니라 여자 배우라면 꼭 리지는 다 탐내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 사진=쇼노트 |
‘리지’는 여성 배우 4명이 온전히 무대를 채우는 작품이다. 막 데뷔한 뮤지컬 배우 유연정으로서는 어려움이 따르는 고난도의 작품이지만, 그만큼 성장이라는 거대한 보상이 따랐다.
“'리지'라는 제목을 갖고 있지만 나머지 세 배역도 어느 하나 가벼운 배역이 아니고, 모두 주인공이라고 생각될 만큼 비중이 크다. 참여하면 실력적으로 많이 성장할 수 있고, 배움이 큰 작품이다. 오랜 경력의 언니들도 지금까지 했던 모든 작품 중에 가장 어려운 작품으로 손꼽는다고 말할 정도였기 때문에 제 입장에서는 이 작품에 참여함으로써 정말 큰 성장과 배움을 경험했다.”
2년 전에는 데뷔 무대를 치른 뮤지컬 배우로서, 또 작품에 처음 참여하는 뉴캐스트로서 ‘리지’에 임했지만 이번에는 이미 한번 작품을 경험해 본 기존 캐스트로서 무대에 오르게 됐다.
“재연 때는 데뷔 작품이기도 하고 뉴캐스트이다보니까 극을 이해하는데 급급했다. 그때는 이해하고 해내는 것이 우선이었다면, 이번에는 이 작품과 앨리스라는 인물의 리딩이 확실하게 된 상태로 들어가서 저만의 디테일과 제가 앨리스라는 인물에 붙이는 살을 덧대서 표현하려했다. 형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설정보다는 제가 생각하는 '리지'라는 작품과 앨리스라는 인물을 더 많이 표현하려 노력했다.”
두 번째로 앨리스를 연기하는 유연정은 “재연 때와 똑같이 하면 ‘리지’에 다시 돌아온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이번 삼연에 참여한 마음가짐을 말했다.
▲ 사진=쇼노트 |
“재연 때 좋았던 디테일 같은 건 갖고 오되, 무조건 디벨롭을 시켜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조금 더 무겁고 성숙하게 노래하려고 노력했다. 앨리스 성격 자체도 좀 더 바뀌어서 온 것 같다. 재연 때는 발랄하고 소녀스러우면서 여렸다면, 지금은 좀 더 리지를 지켜줄 수 있고, 리지보다 어른스러운 느낌으로 성격을 잡아서 하고 있다.”
그가 ‘리지’에 돌아오는 과정에는 여러 작품이 있었다. 따라서 유연정이 표현하는 앨리스가 변화한 것과 더불어, 뮤지컬 배우 유연정도 함께 발전을 이뤘다.
“제 자신을 직접 실감하고 체감하지는 못했는데, 데뷔를 함께 하고 2년 만에 뵌 리지 연출님과 재연때 같이 연기 했던 언니들이 다시 만나서 너무 신기해하더라. ‘연정아 너 되게 늘었다, 너 이제 정말 배우가 됐구나’같이 얘기해 주실 때 그래도 2년 동안 잘 해왔다는 걸 체감할 수 있었다. 앨리스 뿐만 아니라 어떤 배역을 맡았을 때도 저만의 방식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무대 위의 자유로움이 생긴 것 같다.”
과거의 공연 영상을 보면 어떤 기분이 드냐는 질문에는 “귀여워 보이기도 하지만 너무 민망하다”면서 웃어보였다. 그리고 가장 크게 변화가 느껴지는 지점은 목소리를 꼽았다.
“성인이 목소리가 바뀔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뮤지컬 배우로 데뷔하고 나서부터는 보컬 레슨을 공백기에도 체력 훈련하듯 습관적으로 받았는데 이번 시즌 공연하면서 목소리가 바뀌었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너무 신기했다. 연습이 효과가 있다는 걸 느꼈다. 음악 감독님도 소리가 많이 바뀌었는데 뮤지컬 배우로서 되게 좋고, 앞으로 할 수 있는 배역 폭이 넓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얘기해 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 사진=쇼노트 |
그가 ‘리지’에서 맡은 배역인 앨리스는 리지와 은밀한 비밀을 공유하는 친구로, 리지와 로맨스적으로 엮이는 인물이기도하다. 유연정은 앨리스라는 인물이 가진 매력을 대가 없는 사랑을 주고, 헌신적인 사랑을 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찾았다.
“그 시대에는 현대 사회보다 더 보수적이고, 여성의 힘이 약하면서 여자로서의 고정관념이 강했을 시기인데 리지를 사랑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마음이었을 것 같다. 리지와 사랑을 지키고, 법정에서 리지의 편에 서서 증언을 하는 게 대단한 각오다. 본체 유연정으로서는 아직 그 정도의 사랑을 경험하지는 않았는데 앨리스를 맡으면서 이런 사랑을 처음 느껴봐서 인간 유연정도 성장을 많이 한 느낌이다.”
록 뮤지컬 ‘리지’에서 앨리스는 부드러운 노래로 캐릭터성을 표현한다. 유연정은 앨리스가 작품에서 갖는 음악적 색깔에 대해 “유일하게 뮤지컬 넘버스러운 노래를 부른다”고 말했다.
“리지의 넘버들이 하드한 록적인 넘버라면 앨리스의 넘버들은 부드럽고 여성스러우면서 청아한 넘버가 많다. 그래서 계속 록적으로 달리다가 앨리스 넘버가 나오면 공기가 순환되는 느낌을 받는다는 말씀을 많이 해 주셨다. 록 뮤지컬이다보니 저도 노래를 부를 때 앨리스도 록적으로 세게 불러야하는게 맞나 고민했는데,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까 그냥 앨리스 답게 부드러운 부분은 확실하게 더 부드럽고 에쁘게 불러도 되겠다 싶었다.”
하지만 앨리스도 ‘리지’의 한 멤버인 만큼 한껏 락스피릿을 뽐내야 하는 순간도 있다.
“제 솔로 넘버는 예쁘게 불러야 하지만, 단체로 불러야 되는 넘버에서는 락적으로 불러야 되다보니까 1막 끝나면 목이 너덜너덜 해져있다. 그래도 앨리스가 돌변하는 반전을 좋아해 주셔서 제 목은 힘들어도 성대를 갈아서 하고 있다. 목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생각해 보지만 방법이 없는 것 같다. 리지는 목이 가는 게 맞는 것 같다. 목을 아껴서는 절대 할 수 없는 극이고, 그게 리지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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