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노이슬 기자] "해녀가 다치면 보상도 해줘야지. 유네스코에만 등재되면 뭐하나. 죽으면 끝이지."(강주화 해녀)
해녀는 맨 숨으로 바다 바닥까지 잠수해서 해산물을 수확해 오는 사람들을 말한다. 5세기부터 해녀가 등장했고, 1960년대에 3만명이 넘는 해녀가 제주도에서 정기적으로 활동했다. 이후 70, 80, 90년대 그리고 지금까지 전통적 생활방식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제주해녀문화는 물질작업의 지속 가능성, 약자에 대한 배려, 생태주의적 요소는 인류사회가 지향해야 할 지속가능한 발전 모델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평을 받았고, 2017년 국가무형문화재 ‘해녀’로 지정되어 보존·전승되고 있으며,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으로 등재’되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해녀문화 보존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그 직업의 가치를 높이 찬양하지만, 실상 해녀들에게는 마땅한 보상조차 주어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여기에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원전 사고 이후 방사능 오염수의 처리 문제가 해녀 공동체의 새로운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 10월 11일 애플TV+를 통해 공개되는 '마지막 해녀들'은 해녀들의 전통을 지키기 위한 젊은 세대와 노년 세대 해녀들의 특별한 연대를 조명하며 해녀들의 삶에 대해 탐구했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이 앵글: 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문 초청된 AppleTV+ 다큐멘터리 '마지막 해녀들' (왼쪽부터 차례대로) 해녀 강주화, 정영애, 수 킴 감독, 이금옥, 현인홍, 박인숙/AppleTV+ 제공 |
애플tv+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마지막 해녀들'은 제 49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부문 초청에 이어,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 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분에 초청 받았다. 이에 스포츠W는 '마지막 해녀들' 감독 수 킴과 현인홍, 박인숙, 정영애, 강주화까지 제주 해녀들을 부산국제영화제 기자 간담회를 통해 만났다.
'마지막 해녀들'은 한국계 미국인 감독이자 프로듀서 수 킴이 연출한 작품이다. 그는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다니 꿈이 이뤄진 현장"이라며 "3년 전에 영화 만들 때만 해도 부산국제영화 같은 곳에서 얘기할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랐는데, 이런 자리가 만들어져서 너무 기쁘다"고 했다.
강주화 해녀 역시 "눈물 날 정도로 반갑다. 해녀라는 직업이 예전에는 너무 천대 받았는데, 이제는 유네스코에 등재도 되서 너무 반갑다"고 했고, 현인홍 해녀는 "37살부터 물질을 배웠는데 영화제까지 와서 너무 반갑다. 땡큐!"라고 위트있게 인사했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이 앵글: 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문 초청된 AppleTV+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마지막 해녀들' 스틸/AppleTV+ 제공 |
해녀는 한국에만 있는 직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계 미국인인 수 킴 감독이 어떻게 '해녀'라는 직업을 알게 되고, 그들의 삶을 조망하게 됐을까 궁금했다. "8살 때 제주도로 여행 와서 해녀를 처음 봤다.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다. 대담하면서 두려움 없고 확신에 가득찬 모습에 매료됐다. 성인이 된 후 제주도에 방문해서 해녀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10년 전쯤에 제 어머니와 해녀분들을 다시 만났다. 그 중 84살의 해녀분이 계셨다. 은 해녀들이 없냐고 물었더니 이게 끝인 것 같다고 하시더라. 그 말을 듣는 순간 누군가는 이 이야기를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자금을 모으고 좋은 파트너를 만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축복이었던 것 같다."(수 킴 감독)
수 킴 감독이 매료된 해녀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해녀는 100년 넘게 한국에 존재하는 문화로서, 여성이 자신의 숨만 가지고 해양 생물을 채취하는 직업이다. 해녀라는 직업은 일하는 여성의 첫 세대하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시는 가부장적인 사회였다. 해녀들은 제주도를 모계 사회로 만드는 게 크게 공헌했다고 생각한다. 말 자체의 의미도 있지만, 특별한 인상과 느낌을 주는, 강인한 여성 공동체라고 생각한다."
파키스탄의 여성 교육 운동가이자, 2015년 기준 최연소 노벨상을 수상한 인권 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가 '마지막 해녀들'의 프로듀싱을 맡았다. 그는 해녀들의 이야기에 깊이 감동해 본인의 새 회사의 첫 작품으로 '마지막 해녀들'을 택했을 정도다. 수 킴 감독은 유사프자이에 고마움을 전했다. "말랄라 유사프자이와 일할 수 있게 된 것은 선물같은 일이었다. 그분이 없었다면 영화를 시작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전 세계 여러 스튜디오와 스트리머 서비스에 피치를 많이 했다. 반응은 좋았지만 어떠한 청신호를 받지 못했다. 한국의 어떤 섬에 대한 특수성을 가진 이야기라는게 그들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수납을 해놓은 상태였는데 말랄라 유사프자이가 갖고 있는 프로덕션 컴퍼니의 CEO가 우연히 내 예전 작품을 보고 이메일을 보냈다. 혹시 너무 하고 싶은 스토리가 있냐고. 그래서 완벽한 이야기가 있다고 말했다. 말랄라 유사프자이는 여성 인권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너무 딱 맞아 떨어지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피치를 보내고 며칠 만에 결정을 해준 것이다. 말랄라 유사프자이 덕분에 좋은 파트너들도 생겼다. 그분은 제작자로는 일해도, 크리에이티브 적인 부분은 개입을 하지 않았다. 해녀분들을 너무 좋아해서 같이 페스티벌을 가는 것들도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그분은 우리 영화의 신뢰와 지지의 근원이다. 이 영화가 가시성을을 갖게 해준 고마운 분이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이 앵글: 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문 초청된 AppleTV+ 다큐멘터리 '마지막 해녀들' (왼쪽부터 차례대로) 해녀 강주화, 정영애, 이금옥, 현인홍, 박인숙/AppleTV+ 제공 |
'마지막 해녀들'은 다큐멘터리로, 카메라는 해녀 삼춘(남녀 어른을 뜻하는제주도 사투리)들의 일상을 따라간다. 고산어촌계 차귀도 해녀들의 출연 소감도 궁금했다.
"감독님이 우리 마을에 찾아온 것은 해녀 학교가 있기 때문이다. 처음 출연 제안을 받고 반가운 마음에 내가 강주화님께 알려드렸었다. 우리 일상을 카메라에 담아가셨다. 감독님 덕분에 이런 자리에 앉아보기도 한다."(정영애 해녀)
"우리가 작업하는 도중에 감독님이 출연을 요청하셨다. 우리는 맨날 바다나 밭에서 일만 하다가 그런 제안을 받으니 기뻤다. 영화 한번도 안 찍어봤는데, 한번 나와보자 싶은, 기쁜 마음에 영광스럽다고 대답했었다."(박인숙 해녀)
제주도의 해녀 문화를 조명하고 싶었던 감독은 물질을 하며 행복해하는 해녀들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 "보통 나이가 많이 들어서, 힘든 일을 해서 불행하는 점이 주로 보여졌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기쁘게 물질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모습을 담고 싶었다. 해녀들의 연대감과 유대감에 깊이 공감한다. 그들이 한 공동체로서 즐겁게 지내는 모습이 좋았다. 8살의 소녀의 눈에는 여성들이 비밀스럽게 물속에 들어가는 것이 궁금했다. 해녀들은 서로를 돌봐주고 안위를 걱정해주는 공동체다. 파트너가 물속에서 어려움은 없는지, 물에서 잘 나왔는지 서로를 돌봐주는 시스템 체계가 있다. 수확한 것들도 공평하게 나눈다. 개인이 아닌, 한 가족처럼 움직인다고 느꼈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이 앵글: 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문 초청된 AppleTV+ 다큐멘터리 '마지막 해녀들' (왼쪽부터 차례대로) 해녀 현인홍, 박인숙/AppleTV+ 제공 |
'마지막 해녀들'에서 흥미로웠던 지점은 해녀 삼춘들이 공연 준비를 하는 모습이었다. 실제 이날 간담회 현장에는 박인숙, 현인홍 해녀가 분홍색의 고운 한복을 똑같이 입고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고산어촌계 소리보존회 공연 의상이다. 간담회가 끝난 후 은 공연이 펼쳐지기도 했다.
"21년째 공연 중이다. 캐나다에서도, 서울에서도 공연을 했다. 21명이 단체로 맞춘 공연용 의상이다. 그래서 이 한복을 입고 나왔다. 우리는 '이어도 사나', '오돌또기'를 부른다. 옛날에는 배에 해녀들을 싣고 섬으로 노를 저으면서 물질하러 다녔다. 그때 '이어도 사나'를 부른다. 해녀들도 같이 노를 저으면서 차기도에 가서 빨리 물질하자는 마음으로 같이 불렀었다. "(박인숙 해녀)
"다들 공연 연습할 때는 82세 삼춘들도 빠짐 없이 나온다. 우리보다 더 열성적으로 나온다. 노래를 부르면 피로가 풀리나보더라. 앞으로도 계속할 예정이다."(현인홍 해녀)
반면, 우리가 미쳐 알지 못했던 해녀들의 안타까운 현실도 '마지막 해녀들'을 통해 알려졌다. 이날 이자리에 참석한 강주화 해녀는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물질에서 제외 생활하고 있다. 해녀는 어촌계 소속이지만, 부상 후 그 어떤 보상도 받지 못했다며 서러움을 토로했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이 앵글: 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문 초청된 AppleTV+ 다큐멘터리 '마지막 해녀들' (왼쪽부터 차례대로) 해녀 강주화, 정영애/AppleTV+ 제공 |
"사고를 당한 후 수협이나 중앙에서 돈 한 푼도 못 받았다. 해녀는 죽어야만 혜택을 준다. 자동차 보험도 자체보험이 나오는데 해녀는 죽어야만 3천인가, 얼마인가 나온다고 하더라, 그것에 대해서 개선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해녀가 다치면 보상도 해줘야지. 유네스코에만 등재되면 뭐하나. 죽으면 끝이지. 위험한 직종이라 보험 가입도 안되는 직업이다. 수협에서 보험을 들어주는데 다친 데는 혜택이 없다. 죽어야만 혜택이 있다."(강주화 해녀)
수 킴 감독은 해녀들을 촬영하면서 자연스럽게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원전 사고 이후 방사능 오염수 처리 문제가 해녀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현재 부산만 하더라도 실시간으로 해수 방사능 농도를 실시간으로 알리고 있다.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는 이 사태를 유엔(UN)에 알리기 위해 장순덕 해녀는 수천 마일 떨어진 외국으로 가서 2분간 영어로 연설하고, 해녀들은 집회를 나가는 등의 모습이 '마지막 해녀들'에 담기기도 했다.
수 킴 감독은 "영화를 찍으면서 환경 위기가 해양 생물에 얼마나 위협이 되는지 알게 됐다. 굉장히 강렬하게 이야기해 주셨다. 해녀들이 직접 환경 오염을 목격하고 현재 실상에 대해서 말씀해주셔서 알게 됐다. 그래서 그 모습도 담았다. 방사능 폐기물 문제에 깊게 다루고자 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저는 해녀분들이 강렬하게 싸워 나가려는 의지가 얼마나 강한 지를 알게 됐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유기적으로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이 앵글: 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문 초청된 AppleTV+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마지막 해녀들' 스틸/AppleTV+ 제공 |
'마지막 해녀들'에서는 거제도에 사는 해녀 틱톡커가 환경 오염으로 인해 소라, 전복, 해삼 등이 더 깊은 바다속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해녀들이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 물질해야하는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한다고 털어놨다. 이같은 위험 부담감을 안고서도 해녀를 계속할 수 있는 이유는 뭘까.
"17살 때부터 물질을 다녔다. 포항이나 감포로 물질을 다녔다. 결혼해서는 일본으로 물질을 10년을 다녔다. 친정 어머니와 같이 작업을 했다. 그때 어머니께서 물 밑에 가면 전복이 많이 보여도 절대 욕심내지 부리지 말라고 했다. 전복을 보면 하나만 갖고 올라오라고 신신당부 하셨다. 요즘 젊은 애들은 그런 것도 모르고, 수영만 한다고 해서 해녀가 되는게 아니다. 저는 56년을 해녀질을 했는데 전에는 돈도 많이 벌고, 없는 집에 시집 갔어도 바다에 나가면 돈을 벌어서 좋았다. 다시 태어나도 물질할 것이다."(박인숙 해녀)
"23살에 시집을 가서 엄청 고생했다. 밀감 밭 한다고 했는데 밭에서 뱀도 나와서 힘들었다. 그때 친구가 바다에 나가서 3천원 밖에 못 벌었다고 하더라. 나는 그거라도 좋았다. 그래서 물질을 배웠다. 벌써 37년이나 됐다. 밭에는 뱀이 와글와글 하고 일만 했다. 과수원 시작 단계라서 소득도 없었다. 바다에 가니까 천국도 이런 천국이 없다. 그때는 오염도 안되서 소라, 전복이 많았다. 밤에 잠 잘때면 머리에 둥둥 떠 다녔다(웃음), 바다에만 가고 싶더라. 처음 5년은 들어가고 나오는 것만 연습해서 돈도 못 벌었다. 지금은 요령을 얻어서 돈을 벌려고 하니 오염 때문에 물건(수산물)이 없다. 소라가 다 죽고, 전복 껍데기만 나뒹군다. 지금은 물건이 없어서 돈을 못 번다. 오염수가 범인인 것 같다. 바다는 천국이다. 에어로빅 되지, 돈도 번다."(웃음)(현인홍 해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