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임가을 기자] “결혼도 안했고, 아이도 없으니까 내가 역할을 어떻게 표현할 지에 대해 상상도 많이하고 관찰도 많이 했다. 그렇게 노력을 많이 했지만 결국 답은 감정인 것 같다. 그냥 감정에 빠져서 몰입하다 보니까 촬영 회차가 넘어갈 수록 편해지더라”
영화 ‘독친’은 가족 간 소통의 부재를 날카롭게 지적하는 심리 수사극으로 자살로 종결될 것 같았던 딸 ‘유리’(강안나)의 죽음에 대한 진실과 그 이면에 감춰졌던 모녀의 갈등을 그린다.
▲ '독친' 포스터 |
장서희는 2017년 이후 5년이라는 긴 공백기를 가졌다. 준비하고 있던 작품이 두 번이나 엎어진 탓에 의도치 않게 공백이 생겼다고 밝힌 그는 5년이라는 시간이 초조함보다는 휴식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있었다. 우리나라 브라운관, 스크린에서 보이지는 않았던 시간에도 그 외의 매체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중국에서도 활동을 하기도 하면서 꾸준히 달려왔다. 아역배우 시절부터 끊임없이 바쁘게 살다보니까 5년의 시간이 저한테는 충전의 시간이 됐다.”
▲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
장서희는 1989년에 아역배우로 데뷔해 30년이 넘도록 연기를 계속해왔다. 시간이 흐르면서 연기의 트렌드 역시 당연히 꾸준히 변화하기 때문에 그 또한 시대에 따르는 연기를 하기 위해 여전히 공부하고 있다.
“시대에 맞춰서 하는 연기도 필요한 것 같다고 생각한다. 예전 드라마 같은 경우는 내 컷을 받았을 때 연기를 해야했다. 그래서 한 박자 쉬고 들어가는 연기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게 하면 못 봐준다. 요즘은 대사와 리액션의 템포도 빨라서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독친’의 첫 인상을 ‘후루룩 읽혔다’고 표현한 장서희는 “빠르게 읽히면 좋다고 느끼는 편이다. 재미가 없으면 페이지가 안 넘어가지 않나”라며 작품을 선택하게 된 시나리오의 매력을 말했다. 그리고 아동에 대한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며 영화가 주는 사회적인 메시지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요즘 뉴스를 보면 아동에 관련한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 이런 사회적인 이슈를 파헤쳐보면 그 사람들이 다 상처가 있더라. 비뚤어진 환경이 괴물을 낳는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가 주는 사회적인 메시지가 있다고 여겼다. 그동안 아이들을 과잉교육하는 학원물이 많지 않았나. 그 중에서도 ‘독친’은 비뚤어진 모성이 아이들의 성장과정에 있어서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심각성을 담고 있어 눈에 들어왔다.”
▲ '독친' 스틸 |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당시 장서희는 ‘혜영’을 볼 때 ‘굉장히 숨막히는 엄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혜영’을 통해 자식을 계속 구석으로 모는 듯한 이미지를 떠올린 그는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신경질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
“혜영을 연기할 때 신경질 적으로 보여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영화를 보시면 제 미간에 내 천(川)자가 계속 쓰여있는데 이게 나름대로의 캐릭터인 것 같다. 또 신체적으로 좀 더 마르고 신경질적인, 꼬챙이 같은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지만 깡마른 건 좀 실패한 것 같다.(웃음)”
김수인 감독은 ‘독친’을 통해 처음 장편을 연출한 신인이다. 젊은 감독과 협업하는 게 처음이고, 경력의 차이로 작업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장서희는 의외로 김수인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 ‘편했다’고 표현하며 만족을 표했다.
“촬영 초반에 어려움을 다 허물어뜨리고 서로 영역에서 자기 얘기를 할 수 있어야 시너지가 잘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눴었다. 너무 조심스럽게만 다가가면 안될 것 같아서 서로 예의를 지키면서도 자유로운 분위기로 작업을 하다보니 합이 잘 맞았다.”
▲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
장서희는 연기적인 면으로도 김수인 감독과 잘 맞는 면이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대사로 너무 많이 뱉어내면 오히려 감정이 깨질 때가 많다. 그런 이유로 감독님은 입에 붙지 않고 불필요하다고 여겨지는 대사를 현장에서 전부 빼 주셨다. 본인이 직접 각본을 쓰신 분들 중에서는 대사를 수정하는 걸 싫어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감독님은 배우를 믿어주시고 편안하게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셨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연기는 많은 대사보다는 표정이 말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한 장서희는 영화 속 면회실 씬의 연출 역시 같은 이유로 탁월했다고 말한다. 그는 “상대 배우 분이 연기를 할 때마다 제 리액션을 보여줬다면 촌스럽게 연출이 됐을 것 같았는데, 리액션 컷을 아껴놨다가 마지막에 제 표정을 잡아주면서 감정을 터뜨리니까 시너지가 강하게 느껴진 것 같다”며 감독의 연출 방식을 칭찬했다.
극 중 ‘혜영’은 고등학생 딸 아이를 둔 엄마다. 최근 방영된 드라마 ‘마녀의 게임’에서 그가 연기한 배역 역시 성인 딸이 있는 인물이지만 ‘마녀의 게임’ 촬영 이전에 ‘독친’을 촬영했기 때문에 장서희는 이 영화를 통해 처음으로 큰 아이의 엄마를 연기하게 됐다.
“결혼도 안했고, 아이도 없으니까 내가 어떻게 표현할 지에 대해 상상도 많이하고 관찰도 많이 했다. 그렇게 노력을 많이 했지만 결국 답은 감정인 것 같다. 그냥 감정에 빠져서 몰입하다 보니까 촬영 회차가 넘어갈 수록 편해지더라. 그리고 안나가 굉장히 신인인데 열심히 하고 진지하게 임하더라. 덕분에 저도 몰입을 더 쉽게 할 수 있었다”
▲ '독친' 스틸 |
본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올 수 없는 연기를 펼친 만큼, 어머니의 모습이 담긴 다른 작품을 참고하지는 않았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무언가를 연기하기 위해 작품을 보면 자기도 모르게 다른 배우를 모방하게 되기 때문에 오히려 사실을 그대로 찍은 영상을 시청한다고 밝혔다.
“뉴스나 다큐를 많이 본다. 최근에 자주 보는 건 ‘한블리’라는 프로그램이다. 사건이 터졌을 때 피해자의 가족들이 나타나서 인터뷰 하는 걸 보면 현실이고 사실이다. 그렇게 관찰을 많이 하고 연기할 때는 저의 상상까지 합친다. 그게 정말 큰 도움이 된다.”
히스테릭한 모습을 보이는 ‘혜영’은 극 중 수사를 진행하는 형사를 제외하고 모두에게 손을 올리는 인물이다. 장서희는 특히 극 중 ‘예나’(최소윤)를 때리는 씬을 촬영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소윤이랑 처음 만났던 날에 그 장면을 찍었는데 소윤이가 신인이기도 해서 위축되어 있었다. 그래서 ‘우리 한 방에 가자’하고 양해를 구한 다음에 촬영에 들어갔는데 퍽 소리가 났다. 너무 미안했는데 게다가 진짜로 맞았던 컷은 실감나게 안 나와서 가짜로 맞았던 컷을 썼다. 그 날 저녁까지 뺨에 손자국이 남아있어서 화장으로 가리고 다음 씬을 찍었다.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럼에도 영화를 감상했을 때 유독 이 장면에서 아쉬움이 남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장서희는 “격앙이 돼서 마치 예나가 큰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과장되게 연기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야 관객들에게 ‘저 엄마 왜 저래, 사이코 아니야?’하는 느낌을 더 강하게 줄 수 있었을 것 같다. ‘혜영’은 편집증적인 증세를 보이는 부분을 좀 더 크게 연기를 했어야 더 잘 표현할 수 있었을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
“감독님 연출 방법이 신선해서 좋았다. 솔직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영화가 재미있게 나왔다. 그동안 너무 학원물이 많았고 극성 엄마를 다룬 작품들이 많아서 판에 박힌 뻔한 스토리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있었는데 완성된 작품을 보니 전혀 아니라 다행이었다”
영화 ‘독친’을 올해 하반기 개봉을 앞두고 있다. 장서희는 극장을 통해 ‘독친’을 만나게 될 예비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요새 입시문제도 그렇고, 유리 같은 고민들을 가진 아이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아이들이 이 영화를 통해 누구에게도 털어 놓지 못하는 걸 해소하고, 조금이라도 대리만족했으면 한다. 이 영화가 숨쉴 곳이 되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 '독친'이 아이들 사이에서 공감형성이 되는 영화였으면 한다. 특히 청소년 친구들이 많이 봐줬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스포츠W(Sports W).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