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임가을 기자] SBS 금토 드라마 ‘법쩐’(연출 이원태·함준호, 극본 김원석, 제작 레드나인 픽쳐스)을 통해 차가운 복수를 꿈꾸는 검사 ‘박준경’이 되어 3년 만에 안방에 복귀한 배우 문채원이 작품 종영에 즈음한 인터뷰에 임했다.
스포츠W는 지난 9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문채원과 만나 작품 출연에 얽힌 이야기와 작품을 마무리 지은 소회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 사진 : 아이오케이컴퍼니 |
‘법’과 ‘쩐’의 카르텔에 맞서 싸우는 ‘돈장사꾼’ 은용(이선균 분)과 ‘법률기술자’ 준경의 복수극 ‘법쩐’은 최고 시청률 11.4%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닐슨 코리아를 기준으로 방영 중 전 채널 동시간대 1위, 금토드라마 평균 1위를 달성하며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극중 문채원이 연기한 ‘박준경’은 엘리트 코스를 거친 검사였지만 어머니 윤혜린(김미숙)의 사망 이후 군에 입대해 복수를 준비하는 인물이다. 그는 냉철하고 건조하지만 소중한 사람들에 대한 따스한 감정을 지니고 살아가는 ‘외강내유’ 캐릭터로 분하며 연기 변신을 꾀했다.
“과정도 좋았지만 결과도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해줘서 아무래도 좀 더 보람있었다. 감독님도 좋아하시고 덕분에 기분좋게 마무리 했다. 좋은 성적을 기대하고 확신하지는 않았다. 작품에 기대를 안 했다는게 아니라 옛날이랑 시청률도 많이 달라졌지 않나. 퍼센티지 이런 것들. 높은 시청률도 좋지만 사람들의 재밌게 봤다는 반응이 조금 더 기분 좋았던 것 같다.”
문채원은 tvN 수목 드라마 ‘악의 꽃’(2020)에서 강력계 형사로 분해 연기한 바 있다.
이번 작품에서 연기한 검사는 형사와 마찬가지로 차가운 분위기와 함께 긴박한 범죄의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직업이다. ‘법쩐’에서 그는 7년간의 경력을 갖고 있는 베테랑 검사의 냉철하며 논리적인 면모를 정교하게 표현했다. 그럼에도 문채원은 “준경을 연기하는데 있어 어려움은 있었다”고 밝혔다.
▲ 사진 : 아이오케이컴퍼니 |
“‘악의 꽃’에서 형사를 연기해서 비슷한 느낌을 경험 해보긴 했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얘기를 하는게 더 주된 거였다고 생각이 들었다. ‘법쩐’의 준경은 직업적인 면이 두드러져서 나오지는 않지만 7년 동안 검사 생활을 했다는 분위기를 갖고 가야한다고 생각했다. 주변 작가님이나 감독님한테 의견을 구하면서 작업했다.”
그동안 연기해 본 적이 없어 익숙하지 않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건 배우에게 있어서 부담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문채원은 로맨틱코미디, 멜로 장르에 출연해 선보였던 캐릭터와는 결이 다른 준경을 선택하기 까지 시간이 걸렸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결국 준경을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새로운 변화를 갈망하는 연기자의 진심이었다.
“제 마음 속에서 준비하는 것에 있어 주저함이 있었다. 로코나 멜로도 나름의 어려움이 있지만 그건 기존에 제가 많이 했던 모습이 있으니까 상상되는 모습이 있는데 ‘법쩐’은 잘 떠오르지가 않더라. 그래서 ‘어떤 식으로 준비해야하나’, ‘이걸 참조 해야하나’ 같은 생각을 하느라 주저함이 있었고, 그러다보니 고민에 시간을 할애하게 됐던 것 같다. 다양한 것을 해보고 싶었다. 배우마다 현재의 역량 안에서 개개인이 선호하는게 있지만 선호하는 것만 하면 연기하는 사람도 재미가 떨어지고 연기를 보는 사람도 그만큼 떨어진다. 저는 새로운 연기를 통해 재미를 느끼고 싶고 ‘법쩐’을 통해 충족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진 : 아이오케이컴퍼니 |
문채원은 자신이 연기한 준경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일관성이 있는 사람’이라고 표현 했다. 보편적으로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이 회차를 거듭하며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는 것에 비해 준경은 꾸준히 자신의 뜻을 밀어붙이며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모습을 보여줬다. 준경의 캐릭터가 가진 성격이 분명했기 때문에 그가 준경을 연기할 때 중점을 둘 핵심은 분명해졌다.
“현실에서는 일관성이 있는 사람을 찾기가 드물다. 밉지 않으면서 자기가 생각한대로 밀고 나가는게 어려우니까. 그래서 저는 일관성 있는 사람을 멋있다고 생각했다. 준경은 일관성 있는 인물이고, 평소 멋있다고 생각했던 유형의 사람을 연기해볼 수 있는 점이 참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준경은 여러 사건을 거치면서 건조한 사람이 됐다. 속은 따뜻하지만 겉은 그렇지 않다. 그러다보니 인물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변화를 줄 만한 폭이 없었다. 주어진 여건에서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하나 고민하면서 연기했다.”
‘법쩐’을 총괄한 이원태 감독과의 협업에 대해서는 “감사하게도 배우한테 많이 맡겨주신다”며 미소를 보였다. “감독님이 처음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 ‘나는 배우가 많이 고민해서 현장에 왔을거라 생각하니까 놔두는 편이다’고 하셨다. 마인드가 많이 열려 있으시고, 드라마는 무거운데 감독님은 유쾌하시다.”
문채원은 ‘법쩐’에서 여러 배우와 합을 맞췄다. “함께 촬영한 배우들이 엄청 말이 많은 분들이 아니라 필요한 소통을 하면서 촬영을 진행했다. 너무 많은 말이 오고가면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가 있지 않나. 그런 의미로 현장에서 가끔 던지는 한 두마디가 더 기억에 남았고 좋았던 것 같다.”
▲ 사진 : 아이오케이컴퍼니 |
준경의 서사에서 가장 빼 놓을 수 없는 인물은 준경의 엄마이자 모든 복수의 시발점인 윤 대표(김미숙)다. 문채원과 김미숙은 과거 SBS 주말 드라마 ‘찬란한 유산’(2009)에서 모녀 관계를 연기한 바 있다. 문채원은 “운이 좋게도 이미 한번 호흡을 맞춘 김미숙 선생님과 작업을 하게 되어서 ‘내가 참 복이 많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준경을 연기하는 것에 있어서 엄마와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자연스러운 분위기 안에서 준경과 윤 대표가 모녀처럼 보이게 연기하고, 무뚝뚝한 준경이 엄마에 대한 소중한 마음을 안고 가는게 표현 될 수 있게 잘 연기 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극 중에서 은용이나 태춘이의 가족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과거 회상으로 많이 다뤄졌지만 준경이와 윤 대표 간의 서사는 많이 드러나는게 없었다. 많지 않은 장면을 통해 준경과 윤 대표의 끈끈한 모녀 관계에 대해 설명이 되어야하고, 은용과 셋이 있는 장면을 통해 준경이의 복수 동기가 이해 되어야 해서 연기에 있어 고민이 많았다.”
준경은 은용(이선균)의 든든한 조력자로서 활약하며, 드라마 내에서는 은용의 조카 태춘(강유석)과 함께 ‘우리 편’으로 일컬어진다. 은용이라는 교집합을 통해 마주치게 되는 준경과 태춘은 첫 만남부터 신경전을 벌였지만 여러 사건을 함께 겪으며 서로에게 힘을 실어주는 긍정적인 관계로 변화해갔다.
“유석이는 밝다. 긍정적이고, 잘 웃고, 준비도 열심히해서 예뻐 보이더라. 제 아래에 남동생이 있어서 동생 같기도 하다. 수트를 입기 전까지는 원래 나이보다 어리게 봤었었다. 이 역할과 잘 어울렸던 것 같고 찍을 때도 분위기 좋게 장난도 치고 하면서 연기했다.”
▲ 사진 : 아이오케이컴퍼니 |
준경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든 황기석(박훈) 역시 준경과 대립하는 장면에 있어서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다. 문채원은 박훈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할 때부터 웃음을 머금은 채 즐거운 기색을 보였다. “박훈 배우(웃음) 역할이랑 다르게 장난기 많고 재밌는 사람이다. 황기석과 두번째로 맞붙는 장면을 연기했을 때 박훈 배우가 ‘우리 두 작품 같이 한 것 같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그 짧은 말 속에 배려가 들어있다는 게 느껴져서 덕분에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반면 ‘우리 편’과 황기석 같이 준경과 자주 얼굴을 맞대는 캐릭터가 아닌 인물들과 연기할 때는 다소 애를 먹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12부에 명 회장님(김홍파)을 압박하는 씬이 있는데 그 씬을 연습할 만한 시간이 없었다. 드라마 속에서 많이 호흡을 맞춰본 배우랑 같이 드라마를 하고 있지만 많이 부딪혀 보지 않은 배우랑 연기 합을 맞추는 것은 난도에 차이가 있다. 명 회장님도 그렇고 진호(원현준)도 눈을 보고 연기를 해야하는데 진호가 눈빛이 세다. 리허설을 간단하게 했을 때 분명 대사도 다 외웠는데 눈빛이 정말 세니까 대사도 기억이 안 나고 머리가 하얘지더라.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 겠구나 생각하고 슛 들어가기 전까지 뒤에서 계속 맞춰보자고 했다.”
‘법쩐’으로 성공적인 복귀를 알린 문채원은 추후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볼 계획이라 밝혔다. “팬분들이 주시는 것에 비해 보답할 기회가 연기 활동 외에는 없더라. 팬미팅 올해 한번 만들어보려고 계획 해보고 있다.” [저작권자ⓒ 스포츠W(Sports W).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