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 배드민턴 대표팀 심유진이 23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호텔에서 열린 우버컵 우승 기념 환영회에서 인터뷰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
"심유진이 미쳤다"
지난 14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2022 세계여자단체배드민턴선수권대회(우버컵) 마지막 5경기에서 여자 배드민턴 대표팀 마지막 주자 심유진(23·인천국제공항)이 중국의 왕즈이를 꺾고 우승을 확정하자 동료 선수들이 이구동성으로 내뱉은 말이다.
경기 스코어 2-2에서 마지막 경기에 나선 심유진은 왕즈이와 그야말로 혈전을 벌였다.
심유진이 7번의 듀스 접전 끝에 28-26으로 1세트를 따냈지만, 2세트를 18-21로 내주면서 승부는 마지막 세트로 이어졌다.
다행히 3세트는 심유진의 독무대였다.
1·2세트 접전으로 체력을 소진한 왕즈이는 심유진의 변칙 공격에 속수무책이었다.
결국 심유진이 21-8로 3세트를 따내며 한국이 이 대회에서 12차례 우승한 중국을 꺾고 12년 만에 왕좌에 올랐다.
우승 후 곧바로 열린 태국오픈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뒤 9일 만에 귀국한 심유진은 23일 서울 롯데월드호텔에서 열린 우버컵 우승 기념 환영회 뒤 기자회견에서 "1세트 듀스 상황이 계속 이어지자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끝까지 경기에 집중하고 포기하지 않아 이길 수 있었다"고 뒤늦은 우승 소감을 밝혔다.
끈질긴 승부로 이뤄낸 귀중한 우버컵 우승이었지만, 막상 우승을 확정한 후에는 한동안 실감하지 못했다고 한다.
심유진은 "동료 선수들은 내가 미쳤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우승 확정 후에도 '진짜 내가 이긴 게 맞나'라고 생각했다"면서 "다른 선수들도 한 3일 동안은 우승을 실감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결승전 상대였던 왕즈이는 지난달 열린 코리아마스터즈 배드민턴선수권대회에서 맞붙어 0-2로 패했던 선수였다.
이 때문에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심유진은 물론 대표팀 대부분이 심유진의 승리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심유진은 "둘 다 부담되는 상황이었지만 왕즈이가 더 부담감을 안고 경기했던 것 같다"며 "컨디션이 좋았고 운도 따라줘 이길 수 있었다. 감독님과 코치님, 동료들이 응원석에서 함께 응원해줘 힘이 났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말레이시아주니어오픈배드민턴선수권대회 여자단식에서 우승하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심유진은 2018 노르웨이배드민턴인터네셔널시리즈 여자단식에서 우승한 뒤에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같은 여자단식에서 활동하는 대표팀 동료 안세영(20·삼성생명)의 활약에 심유진을 향한 관심은 더 떨어졌다.
하지만 이번 우승을 계기로 심유진은 더 높은 목표를 가지게 됐다.
심유진은 "올림픽을 목표로 하면서 운동한다. 최종 목표는 (2024년) 파리올림픽 출전"이라며 "열심히 운동하면 좋은 결과가 따라주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우버컵 우승 '1등 공신'인 심유진은 몸을 낮춰 대표팀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심유진은 "이번 우승을 통해 많은 동기부여가 된 것 같다"면서 "내가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모든 선수가 함께 일궈낸 우승이다. 모두에게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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