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노이슬 기자]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강철비2: 정상회담'(이하 '강철비2')는 잠수함 백두호로 남북미 세 정상이 납치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잠수함 세트는 김용호 함장의 자문을 구해 실제 잠수함과 똑같이 만들어졌다. 모든 배우, 스태프들이 촬영을 시작하면 모두 잠수함에 들어가 식사 전까지 좁은 공간에서 부대끼며 촬영해야 했다. "모든 배우, 스태프가 잠수함에 들어가면 사다리를 치운다. 사병이 40명이다. 다른 촬영을 할 때는 구석에 15명씩 숨어있다. 그 친구들은 물도 못 먹고 아침에 들어가면 점심 식사 때 나왔다.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유대감이 생겼다. 그래서 극 중 사병들이 죽을 때는 굉장히 안타까웠다.극 중 구급약 통을 들고 죽은 병사들 사이를 걷는 기분은 마치 6.25 전쟁을 보는 듯 했고, 영화에서 총격전 이후 협상한 다음 구급약통이 지나가는 모습은 38선이 그어진 느낌이었다. 동생들의 희생이 안타까웠고 이 잠수함을 꼭 구하자 마음 먹게 되더라."
후반부 신정근과 주로 호흡하는 인물은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 역 정우성이다. 특히 평화협정을 맺은 후 마지막 기도 씬은 관객들에 감동을 안기는 동시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한번은 쓰레기를 버리려고 갔는데 정우성씨가 먼저 쓰레기를 버리고 그 동그란 뚜껑을 누르고 있더라. 그땐 '인간 같지 않은 짓 좀 하지 말라'라고 했었다. 근데 캐릭터로 만나고 평화협정 씬을 찍어야한다고 할 때 대통령(정우성)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되더라. 그런 사소한 배려가 개입되서 더 몰입됐다.마지막 씬에 대한 약속은 없었다. 그때 내가 '기도라는 것은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다. 그 장면과 한국 교회에서 대통령의 무사 귀환을 바라며 기도하는 씬이 교차된다. 교회 상황을 모르고 있는데도 남한 대통령이랑 저랑 기도를 한다. 둘이 서로 말장난 하는 부분은 편집됐지만 교감을 느끼면서 촬영했던 것 같다."
'강철비2'의 희망의 아이콘이 된 신정근은 영화 끝난 후 '통일'의 중요성을 더 깨닫게 됐단다. "남북한은 통일이 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후 따라오는 경제적인 부분은 후손들의 숙제다. 우리는 고구려를 꿈꿨던 민족이다. 독립운동가들도 평화를 생각했지만 현실은 갈라졌다. 역사 소설도 등산 갈 때마다 한 권 씩 가지고 간다. 이번 작품하고 나니 더 느끼게 된다."
신정근은 영화 '왕의 남자'와 '광해: 왕이 된 남자'로 관객들에 얼굴을 알리는 동시 1000만 배우가 됐다. 뿐만 아니라 드라마 '피노키오', '미스터 션샤인' '남자친구' '호텔 델루나'까지 한류 스타들과 함께하며 인상깊은 모습으로 안방 시청자에 눈도장을 찍었다.
"어릴 때 시골에서 아버지를 따라 영화를 많이 보러 다녔다. 중고등학교 때는 연극반이었다. 연기는 '인간성 회복'이라고도 하더라. 나도, 보는 이도 회복되야 한다. 연기 전공을 하진 않았지만 뭣 모르고 연기를 시작했던 극단 시절, 팬레터를 처음 받아봤다. 감동적이었다."
그가 처음 받은 팬레터에는 '나도 너처럼 살아보겠다'는 메시지가 적혀있었다. 철 없던 신정근이 '연기'라는 꿈을 갖게 했고, 스스로 변화하고자 했다. 극단에서 평생의 반려인 아내를 만나 가정을 꾸렸고, 오디션도 보기 시작했다.
"사실 그때는 오디션을 보고 TV, 영화에 나오는 것에 연극계에서 좋지 못한 시선이 있었다. 철 없던 시절 아내가 고생하는 것을 보고 기저귀 값을 벌기 위해 오디션을 봤다.
내가 오디션을 보러 갔을 대 회의가 이뤄진 후 오는 배역은 큰 고민이 없다. 진정성과 매력은 제 책임이다. 하지만 역으로 제의를 한다면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다르게 표현해내야 한다. 거기서 끝내면 '그 정도는 하네'라는 말이 나올텐데, 그렇게 연기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지난 2009년 '거북이 달린다' 이후 라운드 인터뷰는 오랜만이라는 신정근은 '강철비2'로 뜨거운 사랑을 받은 만큼 변화도 예감하고 있다.
"서민적인 역할을 좀 좋아한다. 감동과 코미디가 함께 섞인 것도, 느와르 장르도 좋다. 아마 '강철비2' 이후에는 많은 요구들이 생길 것 같기도 하다(미소). 현재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을 촬영 중에 있다.
요즘에는 '명품조연' '신스틸러' 이런 수식어가 많다. 사실 듣기 좋은 별명은 어릴 적엔 없었던 것 같다. 자기 길을 잘 가는 친구들한은 별명이 아니라 이름을 부른다. '배우 신정근'이 좋은 것 같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