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의 눈] ‘여제에서 전설로’ 이상화, 이젠 자명종을 꺼두셔도 좋습니다

임재훈 기자 / 기사승인 : 2020-05-16 16:4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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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사진: ISU)
 

'빙속 여제' 이상화가 16일 은퇴식을 끝으로 현역 선수 생활을 공식적으로 마감했다.
 

이날 은퇴식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이상화는 미리 준비해 온 은퇴에 즈음한 발표문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눈물을 쏟기 시작했고, 발표문을 읽어 내려가는 내내 눈물을 훔쳤다.
 

지난 해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레이스를 마친 뒤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던 이상화의 모습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이날 흘린 눈물의 의미는 평창 때와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이날 이상화가 쏟은 눈물은 세계선수권, 올림픽과 같은 대형 국제대회에서 반드시 1등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 놓은 입장에서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싶었던 바람과는 달리 더 이상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없는 몸 상태 때문에 불가피하게 스스로 예정했던 시기보다 빠른 시기에 스케이트화를 벗어야 하는 진한 아쉬움이 담긴 눈물이었다.
 

지난 3월 은퇴식이 잡혀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선수 생활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조금 더 타보자’는 마음으로 치료와 재활을 병행하면서 현역 연장의 가능성을 모색했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이상화의 몸은 ‘지금 끝내야 할 때’라는 사인을 보냈고, 결국 이상화는 결단을 내렸다.
 

이상화의 은퇴는 선수 본인은 물론 그의 부모님에게도 아쉬움인 모양이다. 이상화는 “집에 가면 위로를 해 드려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상화(사진: 대한빙상경기연맹)
  

이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이상화는 그 동안 세계 최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어떻게 스스로를 다그쳐왔는지 담담하게 이야기 했다.
 

누구도 이상화에게 변함 없는 1등을 강요하지 않았지만 이상화 스스로는 항상 1등에 대한 강박에 시달려야 했고,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의 간판 스타로서 팬들의 기대에 언제나 부응해야 한다는 생각에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 년 간을 잠 한숨 제대로 잘 수 없었다.
 

특히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둔 2015년부터 2018년까지는 1등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 나머지 잠을 편히 자본 적이 없었다고 이상화는 털어놨다.  

그런 이유로 이날 은퇴식 이후 자연인으로서 뭘 하고 싶은 지를 묻는 질문에 이상화는 “잠을 편히 자보고 싶다. 자명종 알람을 끄고 편히 자고 싶다.”고 했다.

 사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둔 2~3년간 이상화는 부상때문에도 힘들었지만 자신을 둘러싼 악의적인 루머와 억측 등 스케이팅 외적인 악재들때문에도 적쟎이 힘들었다. 신체적인 부상은 치료하고 회복하면 되지만 마음의 상처는 치유되기가 쉽지 않다.  선수생활 중 가장 힘들었던 부분에 대해 망설임 없이 '마인드콘트롤'이라고 답했던 것도 1등에 대한 강박을 이겨내야 하는 점 때문인 것도 있지만 자신을 둘러싼 여러 이야기들속에서 자신을 지켜내는 것이 그만큼 어려웠다는 의미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이상화는 그야말로 스스로 주체할 수 없이 많은 시간 속에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면서 제2의 인생을 구상하고 설계할 수 있는 시기를 맞았다.
 

앞으로 무엇이 하고 싶은지,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이상화는 “지금은 다 내려놓고 여유롭게 살면서 어느 누구와도 경쟁하고 싶지 않다. 당분간은 여유롭게 생활하고 싶다”고 했다.
 

잠시 후 이어진 비슷한 질문에도 이상화는 “계획이 없다 이제부터 제2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답변대로라면 이상화는 앞으로 무릎 수술 이후 평범한 일상 속에 소소한 행복을 즐기는 생활을 이어갈 것 같다. 잘생기고 유머 감각까지 뛰어난 멋진 남자친구도 있는 마당에  그것만큼 괜찮은 생활도 없을 터. 
 

하지만 이상화는 결국 돌아올 것이다. 선수로서는 아니지만 빙상인으로서 적절한 시기, 적절한 곳에서 그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이상화는 지도자로서 후배를 양성하거나 해설자로서 올림픽 중계에 참여할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했다. 그때가 되면 ‘여제’라는 타이틀 대신 ‘전설’이라는 타이틀로 더 많이 불리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언제나 ‘여제’였던 이상화를 보내고 이젠 ‘전설’로 불릴 이상화와 만날 날을 기다린다.  

“쉼 없이 열심히, 그리고 치열하게 달려온 ‘여제’ 이상화, 이젠 자명종을 꺼두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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