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W 시리즈 공식 SNS 캡쳐 |
포뮬러원(F1)을 비롯한 대부분의 모터스포츠에는 체급과 남녀 구분이 없지만 지구 중력의 5배가 넘는 힘을 견뎌야 하는 목 근육과 강한 다리, 튼튼한 심장이 요구되기 때문에 카레이싱은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전 세계 최고만 모인다는 F1 경주차의 운전석은 콕핏(Cockpit)이라 불리는데 이는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의자 중에 하나이다.
드라이버 등 뒤에는 엔진이 있고, 발 앞에는 1000도가 넘는 카본 브레이크가 달려있다. 여기에 뜨거운 아스팔트 복사열까지 더해져 말 그대로 열기가 가득하다.
게다가 드라이버들은 만일의 화재에 대비해 불에 타지 않는 특수 소재로 만든 두툼한 옷을 입고 있어 드라이버의 체감온도는 더욱 올라간다.
핸들 조작도 쉬운 일이 아니다. 포뮬러원 경주차는 파워 스티어링이 없어 시속 300km의 상황에서 핸들을 조작해야 한다. 약 20kg 정도의 물체를 드는 것과 같은 힘이 필요하다.
카레이싱은 지구 중력의 5배에 달하는 힘을 온 몸으로 견디면서 정밀한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모나코 그랑프리의 경우 평균 2,000번 이상 기어를 바꾸어야 하고 때에 따라 핸들에 달린 복잡한 조절 장치들로 브레이킹 밸런스를 맞추고 급격한 움직임을 제한해주는 조향 보조장치인 댐퍼 세팅까지 한다.
이런 악조건들 속에 카레이싱은 남성 드라이버가 우세했지만 여성 드라이버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F1 그랑프리 무대에 당당히 나선 첫 여성 드라이버는 이탈리아 출신의 마리아 테레사 데 필립스이다. 필립스는 1958년 5월18일 모나코 그랑프리에 출전해 F1 역사상 첫 여성 출전자로 기록되었다.
1926년생인 필립스는 1959년까지 2년간 다섯 차례 F1 레이스에 나섰지만 랭킹 포인트를 따지는 못했다. 다섯 번 경주 가운데 두 번은 기권했고 두 번은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유일하게 완주한 1958년 벨기에 대회에서 10위를 차지한 것이 필립스의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렐라 롬바르디(사진: W시리즈 공식 인스타그램) |
F1에서 랭킹 포인트를 따낸 유일한 여성 선수도 있다. 로마 태생의 렐라 롬바르디는 1975년 스페인 그랑프리에서 예선 24위, 결승 6위의 성적을 거두며 0.5점을 받았다.
1점도 아닌 0.5점인 이유는 당시 다른 머신이 관중석으로 돌진해 사망자를 내는 사고가 났기 때문이다. 관중 다섯 명이 사망하면서 레이스가 중도에 끝나 본래 점수의 50%만 받도록 한 규정이 적용됐다.
롬바르디의 1976년 레이스 이후로는 사실상 F1 본선에서 달려본 여성 선수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동안 디비나 갈리사(영국), 데시레 윌슨(남아공), 지오반나 아마티(이탈리아) 등 세 명이 F1에 도전했으나 결선 레이스 진출에 실패했다. 갈리사와 아마티는 세 차례 출전했지만 본선 진출에 실패했고, 윌슨은 한 차례 레이스에 출전했으나 역시 예선 탈락했다.
윌슨은 1980년 정식 그랑프리가 아닌 별도 대회로 열린 브리티시 오로라 F1 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현재 F1 무대에서 활약하는 여성 드라이버는 없지만 다른 종목 경기에서는 심심치 않게 우먼 파워 발휘하고 있다.
▲사진: 다니카 패트릭 인스타그램 |
다니카 패트릭(미국)은 현존하는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여성 드라이버다.
미국 인디카 시리즈에서 활약하고 있는 패트릭은 2008년 일본 대회에서 우승하며 세계 메이저급 자동차 경주대회에서 우승한 최초의 여성 드라이버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5월 유럽에서 첫 선을 보인 ‘W시리즈’도 있다. ‘W시리즈’는 F1의 하위대회인 F3에서 이용하는 타투스의 T-317 차량을 몰고 경쟁하는데, 여성 드라이버들에게만 출전이 허용된다.
'W 시리즈'의 캐서린 본드 뮤어 대표는 "통상 스포츠를 보면 남성과 여성이 동등하게 경쟁하며, 남녀가 다른 경기로 구분돼 있다"며 "이는 경쟁이 가능한 여성 재능의 풀(pool)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스포츠W(Sports W).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