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회견에 임하는 손흥민(사진: 연합뉴스) |
[스포츠W 임가을 기자] "누군가가 먼저 사과를 하는 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강인이가 그런 용기를 내줘서 한 팀으로서 뿌듯했다"
태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3차전을 하루 앞둔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국 축구대표팀의 '캡틴' 손흥민(토트넘)의 일성이다.
이번 태국전은 2023 카타르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기간중 벌어진 대표팀 내분 사태 이후 열리는 첫 A매치다.
당시 요르단과의 아시안컵 준결승전 전날 이강인이 일부 선수들이 저녁 식사 자리에서 일찍 일어나 탁구를 치려다가 이를 말리는 손흥민과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손흥민은 손가락이 탈구되는 부상을 입었다.
대회 직후 문제의 사건이 언론 보도를 통해 밝혀지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번졌고, 사건의 중심에 있던 이강인은 엄청난 여론의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그로 인해 그를 광고모델로 기용했던 기업들에게도 피해가 번지기도 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이강인은 프랑스 파리에서 영국 런던으로 건너가 손흥민에게 직접 사과했고,두 선수는 이를 각자의 SNS를 통해 공개했다.
손흥민은 아시안컵 기간중 벌어진 이른바 '탁구 게이트' 이후 처음으로 기자들과 만났다.
그는 "어제 다 같이 만나는 자리가 있었다"면서 "강인이가 모든 선수 앞에서 자기가 어떤 행동을 했고, 뭘 잘못했는지 말하고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고 전했다.
이어 손흥민은 "사과에는 용기가 필요한데, 강인이가 용기 있는 자세 보여줘서 선수들이 그 마음을 잘 받아줬다"면서 "똘똘 뭉칠 수 있는 계기가 생긴 것 같다.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이강인이 아시안컵 이후 파리에서 런던까지 이동해 날아와 먼저 사과한 점에 대해서도 "누군가가 먼저 사과를 하는 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강인이가 그런 용기를 내줘서 한 팀으로서 뿌듯했다"며 "모두가 실수하고, 모두가 실수를 통해 많은 걸 배운다. 어린 선수인 만큼 더 단단해지고, 대표팀이 어떤 의미인지 정확하게 아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이강인에 대해 격려 섞인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손흥민은 탈구된 손가락 상태를 묻는 질문에 "손가락 기사는 이제 안 써주셔도 될 것 같다. 소속팀 감독님도 내가 축구선수다 보니 손가락 하나 없어도 괜찮다고 하시더라"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그는 "걱정하신 만큼 심각한 부상이 아니다."라며 "축구는 팀 스포츠여서 나로 인해 안 좋은 기사가 나가는 것 자체가 불편하다. 이 정도 아픔은 모든 축구선수가 갖고 있다. 손가락 얘기는 그만 얘기해달라"고 거듭 손가락 부상에 대한 언론의 언급이 없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대표팀은 오는 2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태국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3차전을 치르고 닷새 뒤인 26일에는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4차전을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