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AN] ‘신사: 악귀의 속삭임’ 쿠마키리 카즈요시 감독 “김재중, 피 묻은 얼굴 아름다워”

임가을 기자 / 기사승인 : 2024-07-11 16: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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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임가을 기자] ‘신사: 악귀의 속삭임’(이하 ‘신사’)은 일본 고베의 폐신사로 답사하러 갔던 대학생 3명이 사라지고 박수무당(김재중)과 그의 대학후배(공성하)가 그들을 둘러싼 악귀의 정체를 파헤치는 오컬트 호러로,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매드 맥스’ 섹션에 초청돼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됐다.


영화의 연출과 각본을 맡은 쿠마키리 카즈요시 감독은 지난 6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스포츠W와 작품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영화 ‘귀축대연희’(1997)로 데뷔한 쿠마키리 카즈요시는 앞서 ‘#맨홀’(2023)로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된 바 있다. 쿠마키리 카즈요시 감독은 지난해와는 다른 섹션, 다른 국적의 영화를 들고 2년 연속 부천을 찾았다. 

 

▲ 쿠마키리 카즈요시 감독 [사진=VCG, 게티이미지]

 

“작년에는 ‘#맨홀’이라는 작품을 상영한 동시에 기획 마켓 쪽에 계속 있었다. 그래서 작년에는 영화제보다 기획 마켓에 무게를 뒀는데, 올해는 영화제를 메인으로 방문하게 돼서 레드카펫도 걷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이렇게나 화려한 영화제였다는 걸 처음 알게 됐다.”

처음으로 한국 영화의 연출을 맡게 된 쿠마키리 카즈요시 감독은 예전부터 한국 영화에 관심은 있었지만 설마 직접 한국 영화를 찍게 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우연히 알게 된 한국인 프로듀서분이 한때 일본에서도 프로듀서로 활동을 하셨었는데, 그분께서 같이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제안을 듣고 쭉 호러를 하고 싶다고 얘기했었고, 이야기가 나온 후 1년도 안 되는 시간에 ‘신사’의 연출을 제안받게 됐다. 상당히 탄탄대로로 진행이 돼 성사된 작품이다. 한국 영화이기는 하지만 이야기의 주 무대가 아무래도 일본이다 보니 제게 제의가 온 게 아닌가 싶다.”

 

다양한 호러 장르 중에서도 ‘신사’는 오컬트 호러를 차용했고, 박수무당이 주인공인 것과 동시에 한인회 목사가 등장하는 작품이다. 쿠마리키 카즈요시 감독은 일본의 특성을 언급하며 작품의 방향성에 관해 설명했다.

“일본은 신이 많은 다신교이고, 뒤집어서 말하면 무교에 가까운 나라다. 하나의 종교만 고집하는 나라가 아닌 셈이다. 미국 영화 중 ‘엑소시스트’ 같은 작품도 상당히 좋아하지만 제가 일본인이고, 게다가 저도 기독교인이 아니다 보니 그런 작품을 찍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국에는 기독교 신자가 상당히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렇다면 엑소시즘과도 가까운 오컬트 이야기를 그려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맡게 됐다.”

 

▲ 사진=미스터리픽처스


극 중 ‘신사’의 무대는 일본 효고현에 있는 고베시로, 영화는 고베 올 로케이션으로 만들어졌다.

쿠마키리 카즈요시 감독은 “영화 속 등장한 터널과 아틀리에로 사용된 폐가 등 장소가 실제로 있는 장소들이다. 관객분들이 세트라고 짐작할 만한 장소도 알고 보면 로케이션 촬영지다. 따라서 영화를 만들기 전부터 장소는 이미 정해져 있고, 그 장소에 맞춰서 이야기를 만들어간 쪽에 가깝다”고 밝혔다.

이전 작품에서도 고베시를 촬영 장소로 사용한 적이 있다고 밝힌 쿠마키리 카즈요시 감독은 고베시가 가진 매력을 전하기도 했다.

“고베시는 예로부터 외국이랑 무역을 하던 항만 도시라 한국의 부산과 가까운 느낌이다. 항만 도시라 외국 문화가 이른 시기부터 들어왔기 때문에 오래된 서양식 건물도 많이 남아있고, 차이나타운도 자리 잡고 있다. 다양한 문화들이 잡다하게 섞여 있는 지역이다. 또 바다와 산이 가깝다 보니 풍경이 입체적이다. 흥미로운 지점이 많은 매력적인 지역이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건축물 ‘신사’는 한국인에게는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장소이기도 하다. ‘신사’는 이러한 장소를 주 소재로 차용해 색다른 서사를 가미했다.

“한국 분들 입장에서는 신사가 정체 모를 장소라는 인상이 있고, 일본인인 제게 있어서도 특별한 분위기가 있다. 이런 장소를 일종의 맥거핀으로 두자는 생각을 했다. 공포의 대상으로 보였지만 사실 공포의 근원은 다른 곳에 있는 서사를 만들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발전시켜나갔다”
 

▲ 사진=미스터리픽처스

 

로케이션 촬영으로 진행한 만큼, 주 소재가 되는 신사도 실제 폐신사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쿠마키리 카즈요시 감독은 “원래라면 무서워서 시도하지 못했겠지만, 이번에는 큰맘을 먹고 촬영을 하게 됐다. 신관으로부터 조심하라는 충고를 받기도 했다”며 에피소드를 풀어놓았다.

“촬영 장소가 사연이 꽤 있는 신사인 것 같았다. 그래서 로케이션 헌팅을 할 때 실제 거주하는 주민이 거기서 진짜 촬영해도 되는 거냐고 물어보시기도 했다. 촬영에 돌입해서도 모니터 같은 기자재가 먹통이 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묘한 기운이 실제로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촬영하면서 저도 결막염에 걸렸고, 스태프들도 천식 증상이 나타났었다. 먼지가 많아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아무튼 다들 고생했고, 별로 좋은 일은 없었다.(웃음)”

또 촬영 환경이 정말 열악했다고 밝힌 감독은 1.5km에 달하는 터널에서의 촬영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

“터널의 폭이 아주 좁아서 작은 경트럭 한 대만 지나갈 수 있는 길이었다. 차량이 앞뒤로밖에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촬영했는데 그 안에 화장실이 있을 리가 없지 않나. 그래서 중간에 화장실을 가려면 트럭을 타고 후진을 해서 갈 수밖에 없었다. 정말 힘들고 가혹한 현장을 이겨냈던 만큼 전우애 같은 감정이 생겨서 이번 영화제를 통해 오랜만에 재회를 하게 된 배우들과 당시를 떠올리면서 나름 즐거웠다는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이번 영화는 쿠마키리 카즈요시 감독과 그의 아내가 공동 집필한 작품이다. 시나리오의 시작점에 대해 감독은 “연출을 맡기로 한 시점부터 시나리오의 아웃라인은 이미 어느 정도 잡혀 있는 상태였고, 장소와 배우라는 요소가 정해진 상태에서 그 요소들을 살릴 수 있는 형태로 이야기를 구축해 나가게 됐다. 인간의 불완전함과 나약함에 악귀가 파고든다는 것에 집중해서 이야기를 짜게 됐다”고 밝혔다.

어려서부터 ‘엑소시스트’, ‘이블 데드’와 같은 작품을 감상하고 ‘호러 팬’이 되었다는 쿠마키리 카즈요시 감독은 이번 영화가 첫 호러 영화 연출작이다.

쿠마키리 카즈요시 감독은 “호러 영화를 제대로 연출해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이번 작품은 곧 제가 염원하던 작품이기도 했다. 그래서 제대로 무섭고 깊은 어둠이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이번 연출의 목표였다”고 언급했다.

 

▲ 사진=미스터리픽처스


또 이번 영화의 장르이기도 한 오컬트 호러에 대해서는 “인간의 선과 악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장르”라고 말하며 그간 감명 깊게 본 호러 영화에 빗대 감독의 시선으로 바라본 장르의 해석을 전했다.


“인간의 마음속에서 꿈틀거리는 악한 요소를 악마라는 형태를 빌어서 표현한 것 같다. 예를 들어 ‘엑소시스트’에서도 인간과 악마가 대화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관점을 달리해서 보면 자문자답하는 것처럼 보인다. ‘엑소시스트 3’에서도 악마와 신부가 대화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장면도 어떻게 보면 혼자 얘기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 지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이번 작품을 만들 때도 그런 요소를 의식해서 반영했다.”

지난해 초청된 쿠마키리 카즈요시 감독의 영화 ‘#맨홀’과 이번 ‘신사’는 공교롭게도 ‘#미남’이라는 아이콘과 함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소개됐다. 나카지마 유토 이후 차기작에서 김재중을 캐스팅 해 다시 한번 미남을 주연으로 내세운 것에 대해 감독은 “매번 미남을 쓰는 건 아니다. 우연일 뿐”이라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맨홀’ 같은 경우는 미남이긴 하지만 미남이라는 것을 역으로 이용한 작품이다. 외모는 완벽한데 알고 보면 다른 얼굴이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미남을 주인공으로 차용했다. 반면 이번 ‘신사’ 같은 경우는 스타가 등장하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고, 그 주인공으로 재중 씨를 제안받았다”

그룹 동방신기의 멤버로 데뷔한 김재중은 2018년에는 일본에서 솔로 가수로 데뷔했고, 일본 후지TV 드라마 [솔직하지 못해서] 등 현지에서 연기자로서도 활동했다.

영화 촬영 이전에 김재중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에 관해 묻자 쿠마키리 카즈요시 감독은 “성함과 함께 매우 유명하신 분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며 “자세히 아는 건 아니었는데 저희 누나가 아주 좋아했다. 누나가 재중 씨의 팬이라 같이 작업 들어간다고 했더니 ‘네가 정말 출세했구나’, ‘거물이 됐구나’라고 해서 이분이 진짜 스타라는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 김재중 [사진=연합뉴스]

 

이번 작품에서 김재중은 원치 않게 신의 부름을 받았지만, 운명에 순응해 신당을 차린 미대 출신의 무당 ‘명진’ 역을 맡았다.

김재중을 캐스팅한 것에 대해 쿠마키리 카즈요시 감독은 “미남이시면서 외모가 사람 같지 않고 뱀파이어 같은 면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 재중 씨가 맡은 역할이 무당인데, 무당은 인간이기는 하지만 어두운 일면을 안고 있다고 생각해서 역할에 딱 맞겠다고 생각했다. 또 피부색이 워낙 창백에 가깝게 하야시다 보니까 피 묻은 얼굴이 아름답다고 생각했고, 특히 영화의 마지막 씬에 있어서는 재중 씨가 적격이겠다고 처음부터 생각했다”며 만족을 표했다.

특히 쿠마키리 카즈요시 감독은 처음 김재중을 만나보고 받은 인상으로 대본을 대폭 수정하게 됐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재중 씨의 외형이 가진 불안해 보이는 느낌을 영화 속에서 살리려 했고, 그래서 인간적으로 나약한 부분들을 비추려고 했다. ‘명진’이 운명에 순응해 되고 싶지 않았던 무당이 된다는 캐릭터 설정과 극 중 ‘명진’이 온갖 요소에 괴롭힘을 당하며 점점 무너지는 클라이맥스의 장면도 재중 씨를 직접 만나본 후 수정된 부분이다.”

가수가 아닌 배우로서의 김재중의 매력은 어땠을까. 쿠마키리 카즈요시 감독은 어둠이 스며든 듯한 아름다운 비주얼과 다년간의 가수 활동으로 다져진 뛰어난 신체 능력을 꼽았다.

“어떻게 보면 매우 건강한 남자의 이미지는 아닌 것 같다. 빛과 그림자가 있다고 한다면 재중 씨는 어두운 그림자 쪽에 좀 가까운 것 같고, 음영이 있어서 애절한 느낌이 있다. 몸을 쓸 때도 몸짓에 사람의 눈길을 끄는 매력이 있다. 신체 능력이 상당히 뛰어나다고 느꼈다.”.

주인공을 맡은 김재중 외에도 ‘유미’ 역의 공성하, ‘한주’ 역의 고윤준 등의 한국 배우들이 작품에 함께했다. 쿠마키리 카즈요시 감독은 한국 배우와의 작업에 대해 “나라마다 배우 분들의 특성이 다른데 한국 배우분들은 논리적이다”라고 언급했다.

 

“일본 배우분들은 현장에 와서 상대 배우에 맞춰 자기 자신의 반응을 끌어낸다면, 한국 배우분들은 리딩에 들어가기 전부터 대본을 읽어서 본인이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에 관해 설명을 부탁하는 분들이 많았다”
 

▲ 사진=김재중 인스타그램

외국 작품에 참여했기 때문에 언어적인 부분에서도 차이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쿠마키리 카즈요시 감독은 한국어로 이루어진 작품을 연출한다는 것에 대해 “물론 어려웠다”고 말하면서도 과거의 경험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예전에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님이 프랑스에서 ‘은판 위의 여인’이라는 영화를 찍었을 당시 제가 메이킹 필름을 촬영하는 스태프로 참여해서 감독님 옆에 계속 붙어있었다. 당시 구로사와 감독님도 프랑스어는 잘 모르다 보니 배우들한테 언어적인 부분은 완전히 맡기고 다른 부분에서 승부를 보셨다. 제가 그런 모습을 봤기 때문에 저도 그런 식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도전하게 됐다.”

쿠마키리 카즈요시 감독이 현장에서 배우들에게 가장 크게 디렉션을 줬던 부분은 악귀에 씐 빙의 연기였다. 해당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에게 감독은 ‘가장 야만적인 움직임’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배우분들이 악귀에 씐 움직임을 할 때 많이 고민이 되셨던 것 같았다. 촬영 당시에는 몰랐는데 어제 GV를 진행하면서 배우들이랑 함께 무대에 올라 얘기하면서 알았다. 촬영할 때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여드리면서 디렉션은 했지만 씐 악귀가 누구의 몸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한 가지의 형태로 규정되어 있지 않아서 어려운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신사: 악귀의 속삭임’은 오는 12일 심야 상영을 앞두고 있다. 쿠마키리 카즈요시 감독은 영화제, 혹은 극장에서 영화를 만나게 될 관객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제대로 호러 영화를 만드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제가 하고자 한 것은 모두 영화에 담았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즐겁게 봐주시고 관객 여러분이 영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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