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취미생활’ 정이서-김혜나 인터뷰, "부천영화제 8분 만에 매진, 귀를 의심했죠"

임가을 기자 / 기사승인 : 2024-07-08 05: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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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섹션’월드 프리미어 상영

[스포츠W 임가을 기자] “여성 서사 영화를 갑자기 생각 했을 때 잘 떠오르지 않고, 떠오른다 해도 다 해외 작품이라는 건 조금 안타까운 것 같다. 어떤 분들이 ‘여자 나오는 영화 뭐 있어, 뭐가 좋아?’하고 물었을 때. 제목을 다 기억 못하더라도 ‘취미? 뭐 있는데’ 저희 영화가 이렇게만 언급돼도 전 너무 행복할 것 같다.”(김혜나)


‘그녀의 취미생활’은 폐쇄된 공동체 마을에서 천덕꾸러기로 살고 있는 ‘정인’(정이서)이 마을에 새로 이사온 이웃집 언니 ‘혜정’(김혜나)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미스테리 범죄 드라마로, 서미애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섹션’에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됐다.

 

▲ 사진: 트리플픽쳐스

 

작품의 주연 배우 정이서와 김혜나는 지난 4일 부천국제영화제서 스포츠W와 만남을 가졌다.

 부천국제영화제의 온라인 예매가 열리자마자 3회 상영 모두 매진을 달성한 ‘그녀의 취미생활’은 영화제의 화제작으로 꼽혔다.  

정이서는 “처음에 귀를 의심했었다. '8분만에 매진이 됐다고요?'하면서(웃음) 설레는 마음으로 첫 상영 같이 봤는데 관객석이 꽉 차있는거다. 그걸 보면서 울컥했고, 너무 기분이 좋았다.”며 기쁜 마음을 전했다.

김혜나 역시 “오늘도 매진이어서 저희 영화를 못 본다. 그래서 다른 영화를 보려고 검색하는데 아직 매진이 안 되어있더라. 비교하면 안되지만 일단 너무 행복하다. 다른 지역에서 저희 영화를 보기 위해 오시는 분들도 있어서 더 뜻깊은 것 같다. 타임 테이블에 쓰인 ‘그녀의 취미생활’ 옆에 ‘매진’ 스티커가 딱 붙어있을 생각하니까 너무 기분이 좋다”며 미소 지었다.

 

정이서는 지난 2022년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의 유미지 역으로 분해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바 있다. ‘헤어질 결심’이 개봉한 이후 ‘그녀의 취미생활’의 시나리오를 받았다고 밝힌 그는 배우로서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캐릭터를 작품을 선택하게 된 이유로 꼽았다.

“시나리오를 읽고 정인이라는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가는게 정말 좋았고, 원작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어서 정인이를 더 입체적으로 그려나갈 수 있겠다는 마음에 참여하게 됐다. 사실 역할이 굉장히 어렵다보니까 온전히 잘 표현을 해나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어려웠기 때문에 더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 정이서(사진: 트리플픽쳐스)

원작을 기반으로 했지만, 각색 과정을 거치며 ‘정인’의 캐릭터에도 변화가 생겼다. 소설 속 ‘정인’과 영화 속 ‘정인’의 차이에 대해 정이서는 “원작 작가님이 처음에 정인이라는 인물을 그려나갈 때 매우 수동적이고, 때문에 혜정으로 인해 더욱 변화하는 인물로 생각했다고 하셨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정인이가 그렇게 수동적이지는 않다. 초반부터 남몰래 무언가를 계획하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 미스테리한 부분이 있다. 그런 부분이 매력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감독과의 첫 만남 당시의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었다. 정이서는 “처음에 미팅했을 때 감독님께서 저를 보고 그냥 ‘정인이다’라고 하셨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믿어주신 마음이 느껴져서 감독님을 실망 시켜드리지 않겠다는 마음도 컸다.”며 회상했다.

하명미 감독은 촬영 현장의 정이서에 대해 “의욕적이다. 촬영할 때도 이서 배우의 대본을 보면 너무 예쁜 글씨로 장면 하나하나 메모가 되어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정이서는 “매 촬영 날마다 연기하는 장면이 다른데, 항상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시나리오를 처음부터 읽었다. 그래야 놓치는 게 없을 것 같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씩 읽고 다시 그 장면을 보고, 그런 식으로 준비를 했었다.”며 노하우를 밝혔다.

출연을 결정했을 때 각오했던 것처럼 ‘정인’을 연기하는 것은 쉽지만은 않았다. 

 

특히 정이서는 소극적인 ‘정인’의 캐릭터 특성 상 대사 없이 표정이나 행동으로만 연기를 해야 하는 많은 장면에서 어려움을 느꼈다고 밝혔다.

“대사가 없는게 정말 어렵다. 말이 없어지니까 오로지 내 몸과 표정으로 모든 걸 표현 해야 된다는 게 어려웠다. 그리고 감독님께서 초반 장면에서는 정인이가 어떤 표정인지 읽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해 주셨다. 그래서 표정을 읽히지 않으면서도 정인이의 내면의 감정을 동시에 표현하는 게 쉽지 않은 저의 숙제였다.”

 
▲ 김혜나(사진: 트리플픽쳐스)
 

정이서와 함께 영화를 이끌어나간 김혜나는 2001년 영화 ‘꽃섬’으로 데뷔해 현재까지 수많은 독립 영화에 참여해왔다. 독립 영화만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는 “독립영화는 감독님과 밀착되어서 영화를 찍는다는 느낌이 든다. 상업영화는 시스템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면 독립영화는 감독님과 저랑 같이 계속 무언가를 공유하고, 시간을 보내고 영화를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며 감독과의 교감에 대해 언급했다.

김혜나가 연기한 ‘혜정’은 원작 소설 속에서 심도 깊게 다뤄지는 인물은 아니다. 김혜나는 영화로 각색 되며 재탄생된 ‘혜정’에 대해 ‘호기심이 생기게 만드는 인물’이라 표현했다.

“소설에 등장하는 혜정의 캐릭터는 단편적이다. 이야기가 많지 않다. 서울에서 어디선가 온 이상한 도시여자가 정인이랑 친해지는 이야기, 정인이랑은 다른 이상한 언니로 그려지는게 전부인데 영화에서는 혜정이라는 캐릭터가 엄청 풍부해졌다. 인물의 과거가 궁금해지게 만들고 미스테리하지만 멋있는 여자로 그려진 것 같다. 감독님께 굉장히 감사하고 있다.

정이서와 김혜나는 전체 대본 리딩 때 첫 만남을 가지고 어색함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촬영을 시작했다. 이후 촬영을 거듭하며 점점 친밀해졌다고 전한 정이서는 “하루는 밤씬까지 찍는 날이었는데 저녁을 먹고 배불러서 혜정의 방 침대에 저희가 나란히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깜빡 잠이 들었다. 근데 감독님이 그 모습이 마음에 드셔서 몽타주 컷에 그대로 쓰셨다.”며 촬영 당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하명미 감독은 “두 배우가 잠든 모습을 보고 저 모양 그대로 내일 몽타주씬 찍을때 찍어야겠다 싶어서 바로 추가를 했다. 저는 지금도 그 장면이 너무 마음에 든다. 정인과 혜정 두 인물이 서먹서먹하게 만났지만 가까워지고, 서로를 알아보고 공통점들을 발견해내면서 가까워지는 그 과정하고 되게 많이 닮아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감상을 말했다.

 
▲ 사진: 트리플픽쳐스
 

극 중 ‘정인’과 ‘혜나’의 관계가 영화의 핵심인 만큼, 이 둘을 연기하는 정이서와 김혜나의 연기 호흡 또한 중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김혜나는 말하지 않아도 맞춰지는 정이서와의 연기 합과 ‘정인’과 ‘혜정’의 관계 변화에 맞춰 친밀해진 과정에 대해 만족감을 표했다.

“어떤 배우들은 연기를 어떻게 할 지 사전에 이야기를 많이 하고 다 정해놓은 다음에 촬영에 들어간다. 저희는 그런 얘기를 한 번도 안했다. 정해두는 것 없이 현장에서 리허설만 하고 슛 들어가면 서로가 생각한 대로 연기했다. 거의 극 중 전개 순서대로 맞춰서 찍어주셔서 처음부터 친해질 때까지의 과정들이 실제로 친해지고 캐릭터끼리도 친해지는 게 되게 잘 보였다.”

단순한 우정으로 치부하기에는 아까운 두 인물의 끈끈한 유대에 대해 정이서는 색다른 해석을 더하기도 했다. 그는 “정인의 안에 숨어 있던 또 다른 내면의 모습이 혜정으로 표현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혜정과 정인이 대화를 할 때 꼭 두 인물의 대화가 아니라 정인이가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을 혜정이 대신 해준다는 느낌도 들어서. 가까이 가고 싶고, 친밀해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녀의 취미생활’이라는 작품 제목처럼, 극 중에서는 ‘정인’과 ‘혜정’이 웃고 떠들며 함께 여러 취미를 즐기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가장 재미있었던 영화 속 취미 활동에 대해 김혜나는 ‘혜정’이 ‘정인’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쳐주는 장면을 꼽았다.

“바이올린이 정말 웃겼다. 저도 바이올린을 켤 줄 모르고, 이서 배우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저는 가르쳐 주는 입장이니까 되게 잘하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는데 고개라도 움직여볼까 싶어서 괜히 손 한번 대보고. 실제로 빵터져서 너무 웃겼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영화 같이 보다가 그 장면만 나오면 엄청 웃는다.”

 

특히 극 중 ‘정인’과 ‘혜나’가 처음으로 같이 밥을 먹는 장면은 ‘그녀의 취미생활’ 팀 모두가 입을 모아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언급했다. 하명미 감독은 “우리 영화에서 제일 재밌는 장면은 혜나의 마지막 연어솥밥 한 숟갈이다. 너무 맛있어서 정말 많이 먹는다”며 웃음을 보였다.

당시 먹었던 연어솥밥이 여태껏 먹어본 연어솥밥 중 가장 맛있었다고 말하기도 한 김혜나는 “사실 연기하면서 떴는데 그렇게 크게 떠질지 몰랐다. 덜면 타이밍을 놓치고 NG인데 해가 떨어지고 있어서 빨리 찍었어야 했다. 그 짧은 순간에 고민을 하다 ‘모르겠다 그냥 다 넣자’ 싶어서 입 안에 다 넣었는데 이쁘게 먹기가 힘들더라. 큰일 났다고 생각하면서 찍었다.”며 유쾌했던 현장을 회상했다.

  
▲ 사진: 트리플픽쳐스
 

영화의 클라이막스를 장식하는 장면은 ‘정인’과 ‘혜정’의 복수극이다. 하얀 원피스를 입고 장총을 든 ‘정인’과 ‘혜정’의 모습은 강렬한 인상을 준다. 해당 장면을 연기할 때 김혜나는 조력자라는 역할에 충실하려 했다고 말했다.

“혜정은 자신의 복수를 한 건 아니지만 자신의 마음에 든 정인의 복수를 도와주는 조력자다. 그래서 혜정이 정인을 복수하는 쪽으로 몰고 가는 게 관객들이나 정인에게 티나지 않게끔 연기했던 것 같다. 그래서 마지막에 정인보다 먼저 총을 쏠 때는 이래도 되나 싶었지만 혜정이라면 정인이를 도와주는 입장에서 먼저 해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복수극의 주인공인 정이서는 ‘정인’의 감정선에 집중했다. 그는 “정인은 그냥 평범하게 행복해지고 싶어하는 인물인데 그 행복해지는 방법을 잘 몰라서 계속 발버둥치고 있는 인물이라 생각했다. 마을 사람들한테도 복수를 하지만 이후에 속이 시원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인이 계속해서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에 서 있는 인물이라 생각하면서 연기를 했다.”며 연기 방향을 설명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여성 서사의 주역으로 활약한 이들에게 인상 깊게 본 여성 영화를 물었을 때 정이서는 ‘캐롤’을 언급하며 ‘혜정’을 볼 때 케이트 블란쳇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김혜나는 ‘델마와 루이스’를 언급하며 “다시봐도 좋고, 또봐도 좋고, 계속봐도 좋지 않나. 저희 영화가 그런 영화처럼 됐으면 좋겠다”며 개인적인 바램을 더했다.


“여성 서사 영화를 갑자기 생각 했을 때 잘 떠오르지 않고, 떠오른다 해도 다 해외 작품이라는 건 조금 안타까운 것 같다. 어떤 분들이 ‘여자 나오는 영화 뭐 있어, 뭐가 좋아?’하고 물었을 때. 제목을 다 기억 못하더라도 ‘취미? 뭐 있는데’ 저희 영화가 이렇게만 언급돼도 전 너무 행복할 것 같다.”

영화제 상영을 마무리지은 ‘그녀의 취미생활’은 오는 8월 말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이서는 극장에서 작품을 만나게 될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정인이와 혜정이의 아픔과 상처를 같이 공감해 주셨으면 좋겠다. 이 고난과 역경을 함께 헤쳐나가는 동료의 입장으로 봐주셨으면 좋겠고. ‘힐링 스릴러’라는 말처럼 영화를 보시고 통쾌한 마음도 드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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