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임가을 기자] “처음으로 뮤지컬을 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니까 알겠더라. 파노라마처럼 그동안 제가 뮤지컬을 하던 순간에 얼마나 열심이었는지가 떠오르고, 마음에 턱 하고 걸리는 느낌이 들어서 그 때 내가 뮤지컬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
뮤지컬 ‘일 테노레’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조선 최초의 오페라 테너를 꿈꾸는 ‘윤이선’과 오페라 공연을 함께 준비하는 독립운동가 ‘서진연’과 ‘이수한’을 통해 비극적인 시대 속 꿈을 향해 달려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가 의기투합해 창작했다.
▲ 사진=오디컴퍼니(주) |
뮤지컬 ‘일 테노레’의 ‘윤이선’ 역으로 활약 중인 서경수는 지난 2일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를 가졌다.
서경수는 ‘일 테노레’에 대해 운명 같은 작품이라 말했다. 그는 “대본 리딩 하는 첫날 운명이라는 걸 깨달았다. 심장이 요동치고 형언하기 힘들 정도로 어마무시한 것들이 끓어올랐다.”며 작품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서경수가 맡아 연기하고 있는 ‘윤이선’은 부모님이 정해주신 대로 의사가 되는 길을 걷던 내성적인 모범생으로, 오페라에 천부적인 재능을 발견한 후부터 성악가가 되는 꿈을 꾸게 되는 인물이다. ‘윤이선’이라는 배역은 서경수에게 배우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큰 의미로 다가왔다.
“정적이면서 성장해 나가는 역할을 맡은 것도 오랜만이고, 주연을 맡은 것도 오랜만이다. 그래서 정말 행복했고, 그만큼 아픈 시간도 있었다. 또, 작품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너무 좋아서 욕심부려 이대로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 테노레’는 웰메이드 창작 초연 뮤지컬로 호평받고 있다. 특히 작품의 음악은 정통 클래식인 오페라와 뮤지컬 넘버의 조화, 서정적인 가사와 감정을 건드리는 선율로 주목받았다. 서경수 역시 “저도 ‘일 테노레’의 팬이다. 음악을 너무 사랑한다. OST가 나왔으면 좋겠다.”며 음악에 대한 팬심을 보였다.
“현악기가 많아서 그런지 리듬보다는 선율이 심장을 울린다. 조금만 인물에서 벗어나서 듣는 순간 몸이 요동친다. 그 정도로 좋다. 그래서 공연을 할 때는 집중해야한다. 안 그러면 밝은 노래를 부를 때도 벅차오르고, 마음 속에서 소용돌이가 친다. 연습실이 매일 눈물바다여서 연출님이 매번 컴다운하라며 조절해 주셨다. 저 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랬다.”
▲ 사진=오디컴퍼니(주) |
작품에는 연이어 희소식이 들려왔다. 초연 캐스트를 그대로 유지한 채 무대를 옮겨 연이어 연장공연을 진행한 것. 서경수는 “너무 행복한 뉴스였다”며 회상했다.
“공연의 끝이 다가오고 있는데 이번에 가면 또 언제 오려나, 지금이랑 똑같은 멤버로 작품을 한다는 건 사실상 전무후무할텐데 어떻게 보내나, 생각하는 찰나에 연장 공연 소식을 접하게 됐다. 소식을 들었을 때 갈고 닦은 것을 더 깊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것에 기쁘다기보다는 이 사람들과 또 한번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앞서 서경수는 ‘베어 더 뮤지컬’의 제이슨부터 ‘그리스’의 대니 주코, ‘썸씽로튼’의 윌리엄 셰익스피어까지 잘생기고 자신만만한 배역을 주로 맡아 ‘킹카 전문 배우’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에 대한 부담이 있지는 않냐는 질문에 그는 “하나도 부담 안 느낀다, 정말 감사하다. 또 언제 왕자, 킹카, 미국 킹카를 해보겠나.”라며 웃음을 보였다.
“제 이미지가 고착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른 역할을 할 때 어떤 수식어와 이미지가 있든 간에 제가 정직하게 보여드리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단하게 굳어있는 것처럼 보여도 만져보면 말랑말랑하다. 그래도 다른 관점으로 봤을 때 인위적인 방향성이라고 느끼실 분도 있을 것 같아서 그 점을 고려해 작품을 선택하고 있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려 하고 있다.”
윤이선은 그가 자주 맡아온 유형의 캐릭터는 아니지만, 서경수와는 공통점이 많다. 특히 극 중 형을 동경하는 윤이선과 마찬가지로 서경수 역시 형과 끈끈한 우애를 지녀 눈길을 끌었다.
“표면적으로는 형을 이어가야한다는 부담감에 휩싸여있고, 괴로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은 그렇지 않고 어떻게든 해낼 수 있게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저와 형같았다. 형이 공부를 잘해서 어떤 분이 저와 형을 비교할 때도 있었는데, 형이 다시는 경수 앞에서 그런 말 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말해줬던 적도 있다. 우애가 많이 깊고, 저는 형한테 모든 걸 줄 수 있다. 정말 사랑하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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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서경수는 의대를 다니던 도중 오페라에 빠지게 된 윤이선과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뮤지컬에 확신을 느낀 건 아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저도 처음부터 뮤지컬이 내 꿈이고 길이라고 생각해서 시작한 건 아니다. 자연스럽게 기회가 되어서 한 것이었는데 뮤지컬을 하다보니 ‘내가 이걸 이렇게 좋아하나?’하고 점점 깨닫게 되고, 어느 순간에는 확실하게 심장에 불이 켜지는 순간이 있었다. 이선이가 처음 오페라를 접했을 때의 느낌도 제가 느낀 그 순간과 비슷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선의 서사와 제 경험이 맞물리며 조립이 잘 됐었다.”
서경수의 심장에 불이 켜지는 순간은 의외로 희열에 가득 찬 순간이 아니었다. 5~6년 전 다른 직업을 고민하며 더 이상 뮤지컬을 못하겠다는 마음을 먹었을 때 그는 뮤지컬 배우라는 길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처음으로 뮤지컬을 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니까 알겠더라. 파노라마처럼 그동안 제가 뮤지컬을 하던 순간에 얼마나 열심이었는지가 떠오르고, 마음에 턱 하고 걸리는 느낌이 들어서 그 때 내가 뮤지컬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 이후로 많이 달라지고, 욕심도 더 부리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흐르는대로 몸을 맡기고 당장 내 앞에 놓인 것에 최선을 다하자는 주의로 살았다면, 지금은 어떻게 해야 더 많은 사람한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전진해 나가고 있다.
오디션 제안을 받았을 때부터 서경수에게 가장 큰 고민을 안겨준 것은 발성법이었다. 테너를 꿈꾸는 배역의 특성상 성악 발성이 불가피했고, 서경수는 주로 구사하던 발성이 아닌 다른 발성을 적용해야했다.
“어느정도 노력하면 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발전 속도가 굉장히 더뎠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흉내밖에 안될 것 같아서 다방면으로 노력을 했다. 해부학적인 레슨도 받고, 성악하시는 분들한테도 도움을 받았다. 지금도 'ING' 상태다. 스스로 발전하는 느낌을 받고 있어서 행복하게 하루하루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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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수가 윤이선을 표현하는데 있어 중점을 둔 부분은 ‘사랑’이다. 그는 윤이선의 가장 큰 꿈이자 오페라라는 꿈을 더 간절하고 행복하게 꿀 수 있었던 이유로 서진연을 꼽았다.
“윤이선에게 있어서 표면적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건 꿈, 오페라에 대한 이야기지만 저는 이선이 진연한테 갖는 마음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제일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 결국 사랑도 꿈 안에 들어가는 것 같다.”
같은 이유로 서진연 역을 맡은 김지현, 박지연, 홍지희와의 호흡도 중요했다. 세 배우의 특징에 대해 서경수는 “홍지희 배우가 가장 단단하고, 박지연 배우는 단단해 보이지만 유약한 면이 많다. 그리고 두 배우의 중간이 김지현 배우인 것 같다”고 상대 배우의 특징을 설명했다. 또, 서경수는 “모든 ‘서진연’과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세 명의 배우들이 살아있는 영감이고, 이렇게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하다.”며 덧붙였다.
한창 진행중인 공연에 대한 반응은 오로지 팬카페로만 확인한다고 밝혔다. 서경수는 “어릴 때는 저에 대해 어떻게 썼을지 궁금해서 찾아보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팬카페 들어가서 좋은 말만 본다.”고 말했다.
“글이라는게 뇌에 각인이 정말 잘 된다. 좋은 건 흘러가고, 나쁜 건 박히더라. 공황 비슷하게 온 적도 있다. 또, 좋은 말이든 안 좋은 말이든 특정 한 장면에 대한 의견을 봐버리면 제가 갑자기 그 장면에서 플랜을 세우게 되어버려서 연기에 영향을 주니까 멀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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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돌이로 알려진 서경수는 여전히 리프레시는 게임으로 하지만, 요즘은 오히려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서경수는 “예전에는 넷문화가 정말 아름다웠는데, 요즘에는 왜 이렇게 헐뜯는지 모르겠다. 제 캐릭터에도 도움이 안돼서 바로 틀었다.(웃음) 요즘에는 흔히 말하는 아재들이 많이 하는 게임을 다시 하고 있다.”며 근황을 전했다.
서경수의 차후 계획은 ‘뮤지컬’이다. “뮤지컬을 너무 사랑하고 지금까지 해온 게 뮤지컬이라 매체 연기에 대한 생각은 없다. 배워나가야 할 게 아직도 많다. 목표점으로 삼은 다른 배역도 없다. 만약 ‘일 테노레’를 못 했다면 윤이선이 그런 배역이지 않을까.(웃음)”
마지막으로 서경수는 추후 ‘일 테노레’를 만나게 될 예비 관객에게 인사를 남겼다. “절대 보고 후회하시지 않을 공연이다. 저희 ‘일 테노레’ 가족들 정말 한순간 한순간 더 소중하게 담아가기 위해 행복하게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와 주시면 기대에 보답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한편, 뮤지컬 ‘일 테노레’는 오는 5월 19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연장 공연을 진행한다. [저작권자ⓒ 스포츠W(Sports W).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