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임가을 기자] ‘빵야’는 한물간 드라마 작가인 주인공 ‘나나’가 시나리오 소재를 찾던 중 오래된 99식 소총 ‘빵야’를 만난 후부터 방송 편성을 위해 처절한 집필을 내달리는 과정을 그린 연극으로, 김태형 연출, 김은성 작가 등이 창작진으로 참여했다. 2023년 초연을 올린 작품은 지난 6월 18일 재연의 막을 올렸다.
지난 16일 스포츠W는 서울 종로구 소재의 카페에서 연극 ‘빵야’의 ‘빵야’ 역으로 출연 중인 전성우 배우와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 사진=높은엔터테인먼트 |
전성우는 2007년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로 데뷔해 연극 ‘M.Butterfly’, ‘엘리펀트 송’ 뮤지컬 ‘쓰릴 미’, ‘어쩌면 해피엔딩’ 등 무대에서 주로 활약하는 배우로, 드라마 [열혈사제],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 영화 ‘더 테이블’ 등 매체에서도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빵야’ 재연에 타이틀롤로 새로 참여하게 된 전성우는 “좋은 작품에 참여하게 돼서 정말 기쁜 마음으로 하고 있다”며 “함께 작업하는 배우, 창작진분들이 너무 좋은 분들이라 즐겁게 연습했고, 공연도 재밌게 잘 하고 있다”고 참여 소감을 밝혔다.
또 전성우는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새롭게 느낀 점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배우라는 일을 한 지 15년 이상이 되다 보니 작업한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순간 많이 차분해진 부분이 생긴 것 같다”며 “‘여유가 있다’라고 말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온전히 제가 준비한 걸 표현하는데 집중할 수 있는 차분함이 생긴 것 같아서 그런 면에서 조금 바뀐 걸 느꼈다”고 소회를 전했다.
전성우는 작품 참여를 결정하는 기준에 대해 “항상 바뀌기도 하고 고민이 되는 지점인 것 같다”며 다양한 이유로 작품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단순히 공연이라는 문화 예술을 즐길 수 있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하고 싶을 때도 있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선택하는 작품도 있다. 또 어떤 건 관객분들이 알아주셨으면 하는 부분이 있어서 선택하기도 한다. 하나의 특정한 주체를 두고 판단하지 않고, 어떤 포인트가 와닿으면 선택해서 작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다.”
▲ 사진=엠비제트컴퍼니 |
그런 의미에서 ‘빵야’는 전성우에게 있어 새로움을 선사한 작품이다. 전성우는 “‘빵야’라는 대본 자체가 제게는 새로운 화법이었다”며 “제가 한번도 다루지 못했던 언어와 연출이라 새롭게 다가온 부분이 많아서 느껴지는 신선함이 재미있었고, 작품에 참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언급했다.
“그동안 했던 작품들 중 과거를 회상했다가 현재로 돌아오는 시간적 흐름은 있어도 어떠한 상황에 들어갔다가 깨고 나오고, 다시 들어가는 걸 반복하는 극중극 형식을 경험해 본 적은 없다. 연출적인 부분과 극적인 흐름들이 새롭기도 했고 나레이터로서의 언어들이 많아서 새로웠다. 보통 어떤 특정한 인물의 마음을 표현하는데 언어를 썼지, 제삼자의 관점에서 인물들의 마음을 바라보면서 얘기하는 언어들을 주로 쓴 작품에 참여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이런 부분들에서 기존에 참여했던 작품들과 다르게 느껴졌던 것 같다.”
‘빵야’는 극 중 72년의 세월 동안 장총이 거쳐온 주인들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극중극 형식으로 펼친다. 이러한 형식에 대해 전성우는 “모든 인물과 배우가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며 독특한 형식의 작품에 대한 감상을 전했다.
“어떤 인물이 주가 돼서 끌고 가는 극도 있지만 저는 항상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해왔다. 이번 작품은 특히 옴니버스 형식이다보니까 각 인물들이 상황을 위해 필요한 인물이라기보다는 각자가 이 극의 주인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그 주인공들에게 집중 시키고, 초점을 맞춰주려고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빵야’로부터 시작된 인물들이긴 하지만 각 인물들의 감정에 쉽게 다가가고, 명확하게 보여질 수 있는 형식의 작품이다보니 그 인물들이 잘 드러날 수 있게 받쳐주고, 바라보고 들으면서 연기하는 걸 많이 신경쓰게 된 것 같다.”
‘빵야’는 텍스트가 방대하고 무엇보다 한 구절씩 주고 받는 대사의 빠른 템포로 몰입도를 높인다. 이러한 작품의 연습 과정에 대해 묻자 전성우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힘들었던 것 같다”며 웃어보였다.
“처음 대본만 봤을 때는 이런 요소가 굉장히 새로웠는데 연습 과정에 들어서니 너무 힘들었다. ‘빵야’는 전체의 대본을 모르면 대사가 나올 수 없는 극이다. 내 대사만 안다고 해서 진행할 수 있는게 아니라 상대가 내 대사 전에 어떤 말을 했는지 똑바로 인지하고 있어야한다. 똑같은 의미라도 토씨가 바뀌는 순간 진행이 어려운 극이다보니 어렵게 다가왔는데, 그래도 잘 해내서 공연이 잘 올라갔다.”
▲ 사진=엠비제트컴퍼니 |
모든 배우가 한 마음으로 움직여야 제대로 진행될 수 있는 극인 만큼 연습 과정도 단합된 분위기로 흘러갔다. 전성우는 “대본 전체를 알지 못하면 극이 흘러갈 수 없다보니 ‘내 거 하면 땡’같은 마인드가 없었다.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 사이드에 앉아 바라보는 그 순간도 계속 에너지를 줘야 되는 극이다보니 그런 부분에 대한 서로의 믿음이나 집중이 연습실에서부터 있었다”며 연습 과정을 밝혔다.
‘빵야’는 170분이라는 장시간의 러닝타임을 가진 작품이기도 하다. 앞서 전성우는 연극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으로 이미 방대한 길이의 작품을 경험해본 적 있다.
“‘빵야’에 못지않게 대사량이 어마어마하다. 2016년에 참여했는데 당시 제가 맡은 역할은 자폐 소년 ‘크리스토퍼’였다. 그 인물은 모든 말이 우주, 수학에 관련된 말이고 대화가 아니라 자신만의 생각 회로가 따로 있어서 또 다르게 어렵고 힘들었었다.”
평소 러닝타임이 긴 작품을 선호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선호해서 러닝타임이 긴 작품을 선택한 건 아니다”라고 단번에 대답한 전성우는 “작품이 좋고, 작품이 주는 메시지가 좋았기 때문에 참여했던 것”이라며 “사실 ‘빵야’가 3시간짜리 작품인 걸 연습 들어와서 알았다”고 밝혔다.
또 러닝 타임에 비례해 감정이 더 깊게 와닿지는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러닝 타임의 길이에 비례하지는 않는 것 같다. 1시간 반이든 3시간이든 그 러닝 타임이 만들어진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메시지가 명확하게 전달이 됐다면 거기까지만 하면 된다. 그 이상으로 시간을 늘린다고 해서 메시지가 더 전달되는 건 아닌 것 같다. 전달하고 싶은 얘기의 양에 따라서 러닝타임이 다른 것 같고, 러닝 타임에 따라서 메시지가 달라지는 것 같지도 않다.”
▲ 사진=엠비제트컴퍼니 |
전성우가 맡은 배역 ‘빵야’는 장총을 의인화한 독특한 캐릭터이다. 총을 인물로 표현하는 것에 대해 그는 “총을 의인화한다는 것 자체가 어떻게보면 판타지이고, 저는 ‘빵야’를 나나의 상상이라고 생각한다”며 “나나와 굉장히 비슷한 부분이 있으면서 동시에 ‘총’이라는 소재를 통해 역사를 담고 있기 때문에 역사를 담은 총의 모습을 어떻게 보여줄 지 고민해서 표현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빵야’는 자신을 거쳐간 총의 주인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내레이터의 역할도 겸하는 역할이기도 하다. 내레이터로서의 역할에 대한 전성우의 생각도 들어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내레이터로서 단순히 글귀를 전달하는데 목적을 두면 굉장히 지루할 수도 있다. 내레이터의 대사 자체도 인물들의 감정선에 포함된 요소이기 때문에 내레이터로서의 역할도 하면서 인물들의 감정이 같이 도달할 수 있도록, 인물들의 감정이 점점 쌓여가고 그 쌓인 감정에 집중할 수 있게끔 대사를 치려고 노력 하는 것 같다.”
또 전성우는 지난해 참여했던 신체극 ‘네이처 오브 포겟팅’을 통해 연령대에 대한 호흡을 배워 이번 작품을 준비하는데 있어 도움이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네이처 오브 포겟팅’에서 치매에 걸린 50대와 10대의 기억 속을 오가면서 표현을 해야 했던 그 순간이 제게는 옷이나 외형을 바꾸지 않고 공간적인 설명이 없으면서 오롯이 저의 모습으로만 차이를 두고 행동적으로 보여줘야했기 때문에 행동적으로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했다. 결과적으로 나이가 들면서 갖고 있는 호흡의 무게와 높이가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 ‘빵야’에서 장총이라는 게 나이가 많다고 해서 할아버지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 단순히 시간이 흐른 것뿐이니까. 할아버지 연기를 하는 건 아니지만 무게감을 좀 더 주려고 중점을 뒀고, 제가 상상하는 총이 발사되는 이미지를 표현하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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