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임가을 기자] 반군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스코틀랜드 장군 ‘맥베스’는 ‘뱅코우’와 함께 돌아오는 길에 세 마녀와 마주치게 된다.
마녀들은 ‘맥베스’가 왕이 될 것이며 ‘뱅코우’의 자손 또한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하게 되고, 이 소식을 들은 ‘레이디 맥베스’는 맥베스를 부추겨 ‘덩컨 왕’을 살해하게 만든다. 그렇게 왕이 된 맥베스는 자신의 왕위를 위협하는 마녀들의 예언 때문에 점점 불안감에 휩싸이는데.
▲ 사진=샘컴퍼니 |
‘맥베스’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로 꼽히는 작품을 원전으로 해 무대에 올렸다.
황정민, 김소진, 송일국, 송영창, 남윤호 등의 배우가 원캐스트로 출연하고, 창작진으로는 양정웅 연출, 여신동 무대미술·조명디자이너 등이 참여했다.
셰익스피어의 고전 작품은 수많은 창작자들에 의해 현재까지 끊임없이 변주되어 왔다. 양정웅 연출의 ‘맥베스’는 지난 5월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어떻게하면 맛을 흐트리지 않고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는 연출의 변과 같이 고전의 아름다움과 현대의 실험정신을 적절히 버무린 결과물로 완성돼 국립극장 무대 위 펼쳐졌다.
이야기가 펼쳐지는 무대는 삭막하고 차가운 모노톤으로 꾸려졌다. 메탈릭한 재질로 꾸린 무대의 틀과 심플한 색감과 디자인의 가구들은 느와르 장르와도 같은 느낌을 준다. 대극장이라는 넓은 공간에 간결하고 건조한 분위기가 더해진 무대이지만, 장면에 따라 등장하는 감각적인 소품과 복층, 하수구를 연상케 하는 세 개의 구멍 등을 활용한 동선들로 황량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공간을 채워냈다.
▲ 사진=샘컴퍼니 |
극 중 인물들의 의상도 무대와 일관되는 모노톤으로 꾸며졌다.
장군의 신분인 맥베스는 방탄조끼와 같은 현대적인 전투복을 입고 등장하며, 이외 인물들도 현대에 가까운 의상을 입고 작품을 소화한다. 현대와 과거의 복식을 결합한 것도 눈에 띄었다. 극 중 맥베스를 비롯한 인물들이 착용하는 군복 하의는 치마 주름과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는 스코틀랜드의 남성 전통 의상 킬트를 연상케 했다.
의상과 같은 맥락으로 현재와 과거의 경계를 뭉그러뜨리는 여러 요소가 눈길을 끌었다. SF 장르와 같은 분위기를 내는 레이저와 전자음악이 주로 쓰이는 가운데 스코틀랜드의 민속악기로 잘 알려져있는 백파이프 사운드가 등장하기도 하고, 연락 수단으로 전령 대신 무전을 쓰기도 한다. 또 소총과 게임기, 마이크와 같은 현대적인 소품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대사는 고전과 같이 문어체를 고수한다는 점 역시 그렇다.
또 작품은 벽면에 비추는 거대한 영상도 연극의 일부로 활용했다. 예를 들어 ‘맥베스’가 ‘덩컨 왕’을 살해하는 장면은 무대의 2층에서 벌어지는데, 당시 살해 당하는 ‘덩컨 왕’의 얼굴을 정면으로 촬영해 영상으로 보여주며 ‘맥베스’의 시점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드는 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무대를 깊고 넓게 활용한 작품을 관객으로 하여금 한층 더 가까이서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줬다.
▲ 사진=샘컴퍼니 |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한 매력이 돋보이는 극이기도 하다. 특히 극 중 등장하는 세 명의 마녀는 모두 남자 배우가 연기하는데, 비현실적인 감각을 끌어올리는 비주얼과 함께 강렬한 연기를 펼친다. 여기에 죄악과 혈흔을 타르를 연상시키는 진득한 검은 액체로 표현한 것 역시 강한 인상을 남긴다.
원캐스트로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은 호연을 펼치는데, 그 중에서도 김소진의 연기가 돋보인다. 암전된 무대 위 등불 하나를 손에 들고 등장해 독백하는 순간부터 관객을 압도하는 그는 극 중 가장 담대하고 가차없는 인물인 ‘레이디 맥베스’를 연기했다. 또박또박한 딕션과 단단한 발성으로 남편 ‘맥베스’를 특유의 카리스마로 휘어잡는 모습은 주인공 못지 않은 매력을 뽐낸다.
한편 ‘맥베스’는 오는 18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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