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2일 개봉하는 영화 '종이꽃'은 사고로 거동이 불편해진 아들과 살아가는 장의사 성길(안성기)이 옆집으로 이사 온 모녀를 만나 잊고 있던 삶에 대한 희망을 품게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제53회 휴스턴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백금상)과 안성기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해외에서 먼저 인정 받았다.
유진은 "예전에도 영화를 몇 편 했지만 크게 연이 없었다. 11년만에 복귀작이라는게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요새는 시간이 훅훅 가는 느낌이다. 그래도 복귀작이 상도 타고 좋은 평을 얻어서 기분이 좋다"고 개봉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유진은 '종이꽃' 시나리오를 받고 안 할 이유가 없었단다. "시나리오 받고 너무 좋았다. 주제가 죽음이라는 무거운 이야기를 다루는데 거부감이나 어둡다는 느낌이 없었다. 사실 죽음이라는 것은 어두운 주제만은 아니다. 오히려 빨리 직면해서 한 번 쯤은 생각해보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 영화가 아름답게 잘 승화해서 보여준 것 같다.
안성기 선배님들의 대사라던가 이런 부분들이 무거운데도 전혀 그런 느낌이 없이 오히려 자연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은숙 캐릭터도 연기해보고 싶었는데 안성기 선배님이 하신다고 하더라. 선배님이 하신다면 당연히 안 할 이유가 없었다(미소)."
은숙은 '종이꽃'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캐릭터다. 싱글맘인 그녀는 딸과 단 둘이 지내며, 형편이 어려워도 언제나 밝고 긍정적이다. 그는 사고로 걷지 못하는 지혁(김혜성)에게 희망을 안기는 반면, 아픈 과거를 가진 인물이기도 하다.
"촬영 초반에 감독님과 얘기하는데 은숙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밝았다. 감독님은 정말 티없이 해맑은 은숙을 요구하셨다. 평범함을 넘어선 해맑음이었다(웃음). 그 정도 일줄은 몰랐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 다시 캐릭터를 구축해나갔다.
초반에는 아픔을 드러내는 씬에서 괴리감이 느껴질까봐 걱정했다. 근데 촬영할 때 감독님의 말이 이해가 갔다. 굉장히 밝게 연기했는데 은숙의 아픈 이야기가 나오는 장면은 훨씬 더 감정이입이 잘 되더라. 은숙은 밝은 성격의 소유자이지만 긍정적이다. 과거 회상씬 그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밖에서 아이들이 노는 소리를 듣고 희망을 품는다. 그때 표정도 절망 속에 있지만 절망적이지 않다. 항상 긍정적이고 강인한 투지가 있는 의지가 있는 여성이라 생각했다.
그 씬 촬영하고 나서 촬영장 자체가 되게 엄숙해졌다. 감독님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딥하게 갔다고 좋아하셨다. 영화 상 표현이 100%됐는지는 모르지만 관객들의 몫인것 같다. 내 입장에서는 관객들도 그렇게 느껴주셨으면 한다(미소)."
유진은 두 아이의 엄마인만큼 '싱글맘' 은숙 캐릭터에 더 몰입했다. 특히 아이와 강제로 헤어지는 씬에 대해서는 인터뷰 순간에도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컥했다.
"딸을 키우는 입장에서 그 장면은 정말... 내가 찍었지만 너무 가슴이 아팠다. 아이를 낳으니까 그 감정을 실제로 느끼는 것 같다. 사실 그 장면은 상상할 수 없는 씬이다. 강제적으로 아이와 엄마가 헤어진다는 것이. 그럼에도 그 안에서 은숙은 딸 노을을 안심시키려고 "엄마 괜찮아"라고 한다. 아이가 얼마나 놀라고 걱정할까. 엄마가 되고 나니까 엄마로서 감정이 훅 드러나는 것 같았다."
지혁을 연기한 김혜성과 케미도 좋았다. 은숙은 지혁을 다른 간병인들처럼 '환자'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삶에서 모든 의욕을 잃은 그에게 자신의 상처까지 드러내며 희망을 안긴다.
"지혁과의 장면이 코믹하게 나왔다. 촬영은 정말 진지하게 했는데 지혁 머리를 때리는 씬에 관객들이 웃더라. 은숙은 지혁의 삶에 불씨를 지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무기력이라는 것이 굉장히 무섭다.
나도 첫 아이 임신했을 때 경험해봤다. 입덧하면서 무기력해져서 힘들었다. 모든 의욕이 사라지고 모든 욕구가 제로였다. 지혁의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
그러면서 유진은 "혜성이는 누워서 촬영을 했다. 편해보였다. 하지만 그게 더 어렵겠더라. 몸을 쓰지 못하니 표정과 대사로 모든 것을 표현을 해야하니까. 다리를 못 쓴다는 것도 경험이 없는 사람으로 연기해야하는데 연구를 많이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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