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리다 포팔(사진: AP=연합뉴스) |
아프가니스탄이 미군 철수 3개월 만에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에 의해 장악된 가운데 아프가니스탄 여자 축구 대표팀 주장을 지낸 칼리다 포팔이 국제사회의 관심과 도움을 호소하고 나섰다.
포팔은 18일(한국시간)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전·현 여자 축구 대표 선수들의 신변 보호를 위해 대표팀 트위터 계정을 닫았고, 선수들에게도 소셜 미디어 계정을 없애라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여성과 소녀들에게 용감해지라고 해왔지만, 이젠 사진을 내리고 소셜 미디어 계정을 없애고 목소리를 내지 말라고 하고 있다. 여성의 인권을 위해 앞장서 왔던 선수들이 지금은 목숨의 위험을 느끼며 살고 있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포팔은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 처음으로 여자 축구대표팀이 생길 당시 주장을 맡아 아프가니스탄 여자 축구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가 됐고, 그로 인해 반(反)여성주의 집단 등의 공격 대상으로 지목되고 살해 위협이 이어지면서 결국 2011년 조국 아프가니스탄을 떠나 현재 덴마크에 거주하고 있다.
그는 최근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후 상황에 대해 "선수들에게서 메시지를 받는다. 그들은 겁에 질려있다"며 "잠을 이룰 수 없었고, 무력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포팔은 "선수들은 비디오를 보내며 숨을 쉴 수 없이 두렵다고,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쇼가 끝난 것 같은 느낌"이라고도 했다.
1996∼2001년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통치하던 시절 여성들은 교육에서 배제됐다. 남성 보호자의 동행 없이는 외출이나 출근도 하지 못했고, 공공장소에서는 부르카(얼굴까지 검은 천으로 가리는 복장) 착용을 강요당하는 등 인권 탄압에 시달렸다.
최근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은 여성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열어주겠다는 등의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한편으로 탈레반 간부들과 결혼시킬 어린 여성을 색출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등 여성 인권 탄압에 대한 우려는 현실이 되어 가는 분위기다.
포팔은 "여성들이 인권과 자유를 위해 나선 20년 동안 우리는 결코 혼자가 될 거로 생각한 적이 없다. 위험을 감수하고 얼굴을 내보였는데, 지금은 '아프가니스탄의 국익은 없다'는 말을 듣고 있다."며 동맹의 믿음을 깨고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철수를 결정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이어 그는 "누구도 위험에 처한 여성 활동가나 운동선수, 언론인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포팔은 현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 스포츠 관련 단체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