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민 감독과 도로공사 동료들은 깊은 신뢰 드러내
▲ 이윤정(사진: 연합뉴스) |
"이윤정이 정말 잘 버텨줬다"고 정규리그를 돌아보던 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이 현대건설과의 플레이오프(PO)를 내다보면서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툭 던졌다.
"이윤정의 간이 얼마나 큰지 한 번 보겠다."
김종민 감독의 말을 전해 들은 이윤정은 밝은 목소리도 "(간) 큽니다"라고 답했다.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PO 직행을 확정한 한국도로공사는 '실업리그 출신 프로 2년 차 세터' 이윤정을 믿고, 봄 배구를 준비한다.
한국도로공사는 17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GS칼텍스와의 방문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0으로 승리했다.
선수단은 '사실상의 포스트시즌'처럼 이 경기를 준비했다.
이날 한국도로공사는 세트 2개만 빼앗겨도, PO가 아닌 준플레이오프(준PO)부터 봄 배구를 치러야 했다.
그러나 승점 3을 추가하며 승점 60으로, 승점 56의 KGC인삼공사와 격차를 4로 벌려 PO 직행에 성공했다.
한국도로공사는 23일부터 현대건설과 격일로 3전2승제의 PO를 치른다.
한국도로공사에는 '베테랑 선수'가 많다.
주전 선수 대부분이 2017-2018 통합우승(정규리그 1위·챔피언결정전 우승)의 주역이었다.
하지만, '선수단의 엔진' 세터 이윤정은 아직 포스트시즌을 치러본 적이 없다.
이윤정은 2015년 수원전산여고를 졸업하고 프로가 아닌 실업팀 수원시청에 입단했고, 2021-2022 드래프트(2라운드 2순위)를 통해 한국도로공사에 입단했다.
지난 시즌 그는 V리그 첫 '실업팀 출신 신인왕'에 올랐다.
한국도로공사는 2021-2022시즌에도 2위를 달리며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여자부 포스트시즌이 열리지 않았다.
외부적인 요인 때문에 데뷔 시즌에 봄 배구를 치르지 못한 이윤정은 올 시즌에는 확실한 한국도로공사의 주전 세터로 자리매김했고, 또 한 번 팀을 상위권에 올려놨다.
김종민 감독은 "올 시즌 힘든 순간이 많았는데 윤정이가 잘 버텨줬다"며 "윤정이에게 '큰 경기에 강한 선수가, 더 큰 선수가 된다'고 말해주겠다. 얼마나 간이 큰지 보겠다"고 했다.
동료도 이윤정을 믿는다.
우승 경험이 있는 미들 블로커 배유나는 "윤정이가 지난 시즌에 우리 팀에 왔지만, 풀 타임을 주전으로 치른 건 이번 시즌이 처음이다. 그런 선수가 우리 팀을 정말 잘 이끌어왔다"며 "포스트시즌에는 누구나 압박감을 느끼고, 세터가 느끼는 압박감은 더 크다. 우리도 많이 도와주겠지만, 윤정이는 이겨낼 수 있다"고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사령탑과 동료들이 보낸 신뢰에, 이윤정도 용기를 얻었다.
이윤정은 "이번 시즌 중에 아킬레스 부상 등 힘든 상황이 있었는데 유나 언니가 '넌 할 수 있어. 잘하고 있어'라고 말해줬다. 유나 언니 덕에 힘든 시간을 버텼다"고 고마움을 표한 뒤 "꼭 이겨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잘하겠다. 열심히 하겠다. 잘할 수 있다"고 당차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