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임가을 기자] 황희찬이 연습 경기 중 상대 선수에게 인종차별을 당한 가운데, 상대 선수의 구단 코모 1907 측에서 황당한 해명을 내놓았다.
코모 1907은 지난 16일 공식 SNS를 통해 "우리 클럽은 인종차별을 용납하지 않고 모든 형태의 차별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 황희찬 [사진=연합뉴스] |
이어 "우리는 경기 중 선수들이 어떤 말을 했는지 조사했고, 우리 측 선수가 '황희찬을 무시해라. 그는 자신을 재키 챈(성룡)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주고 받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해명으로 "황희찬의 팀 동료들도 그를 향해 '차니(Channy)'라고 불러왔다"며 울버햄프턴 선수들이 황희찬을 '차니'라는 호칭으로 불렀기 때문에 '재키 챈'이라고 불렀다는 요지의 부실한 해명을 덧붙였다.
또 코모는 "우리 선수들은 절대로 경멸적인 방식으로 말하지 않았다"면서 "일부 울버햄프턴 선수들로 이번 사건이 이렇게까지 과장된 것에 실망했다"고 적반하장의 태도로 나섰다.
동양인을 홍룡 영화배우 성룡에 비유해 '재키 챈'이라 부르는 것은 '아시아인들은 모두 비슷하게 생겼다'는 인종차별적 의미를 갖고 있다. 최근 손흥민을 향한 벤탄쿠르의 '손흥민이나 그의 사촌이나 똑같이 생겼다'는 말과 같은 결의 조롱이다.
지난 2019년 미국 스무디킹에서도 이와 같은 인종차별이 벌어져 논란이 불거졌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한 매장에서 직원이 한국인 고객의 영수증에 '재키 챈(Jackie Chan)'이라고 적은 사실이 알려졌고, 스무디킹은 문제를 일으킨 해당 직원 2명을 해고 조치했다.
스무디킹은 당시 사건에 대해 "이번 사건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우리가 지켜온 모든 가치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사건"이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앞서 울버햄프턴은 지난 16일 전지훈련 장소인 스페인 마르베야 훈련장에서 이번 시즌 세리에1로 승격한 코모와 연습경기를 치렀다.
이날 경기에서 황희찬은 후반 시작부터 그라운드에 투입됐는데 후반 23분 상대 팀 선수로부터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들었다. 이에 분노한 팀 동료 다니엘 포덴세가 해당 선수에게 주먹을 날렸고, 이내 레드카드를 받아 퇴장당했다.
게리 오닐 울버햄프턴 감독은 황희찬에게 계속 경기를 뛰어도 괜찮겠냐고 물었고, 황희찬은 마리오 르미나로부터 주장 완장을 이어받은 뒤 경기를 끝까지 소화했다.
오닐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황희찬이 인종차별 발언을 들었다"면서 "황희찬에게 경기를 계속 뛸 수 있겠냐고 물었더니 끝까지 뛰겠다고 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게 너무 안타깝고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라고 강조하며 "황희찬이 모욕적인 일을 겪었음에도 팀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게 자랑스러웠다. 황희찬은 팀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울버햄프턴 구단도 "인종차별 행위는 어떤 형태로든 받아들여질 수 없다"며 "이번 사안에 대해 유럽축구연맹(UEFA)에 제소하기로 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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