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현지의 어머니 조문주 씨(왼쪽)와 고현지(오른쪽) [사진: WKBL] |
"KB에 1순위로 지명되기만을 기도했습니다. 현지가 파워만 붙으면 프로무대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봅니다"
딸 고현지(18·182.2㎝)가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신입선수 선발회에서 전체 1순위로 청주 KB의 유니폼을 입게 되자, 엄마이자 '국민은행 선배'인 전 여자농구 국가대표 조문주(59) 씨는 감개무량해하면서도 프로 무대의 험난한 생존 경쟁을 걱정했다.
고현지는 4일 충북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신입선수 선발회에서 전체 1순위로 KB에 지명됐다.
조문주 씨는 1984년 당시 실업팀이던 국민은행에 입단해 1988년 서울 올림픽,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 국가대표 주전 센터로 활약한 '농구 선배'다.
고현지가 이날 KB에 입단하게 되면서 모녀가 대를 이어 국민은행에서 활약하게 됐다.
조씨는 선발회 뒤 인터뷰에서 "잠이 도저히 오지 않아 날밤을 샜다"며 "오전 순위 추첨식에서 KB가 1순위 지명권을 가져갔다는 소식을 듣고, 현지가 KB에 1순위로 지명되기만을 간절히 기도했다"고 말했다.
조씨는 선발회에 앞서 진행된 트라이아웃에서 평소만큼의 기량을 보이지 못한 고현지가 "프로에 못 갈 것 같다. 심장소리가 귀에서 쾅쾅쾅 울릴 정도로 너무 떨려서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걱정을 털어놓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조씨는 고현지의 1순위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조씨는 "현지는 키가 182㎝지만 가드와 포워드가 모두 가능하고, 지난해에는 센터를 보는 등 전 포지션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너무 마른 체형(59㎏)이고 근력과 지방이 모두 부족해 파워가 약하지만, 앞으로 2∼3년 정도 프로에서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받으며 힘이 붙으면 가드와 포워드로서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내가 국민은행에서 프로선수 생활을 했을 때보다는 훨씬 더 나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대 출신' 엄마답게 고현지를 직접 지도하기도 했다.
조씨가 특히 중요하게 여긴 건 일대일 돌파 능력이다.
조씨는 "팀에서는 코치진이 팀 훈련 위주로 가르친다. 거기에 자신만의 개인 기술이 있다면 일대일 상황에서 상대를 뚫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금상첨화라고 봤다"며 "내가 수비를 보고, 현지가 공격을 하게 하면서 기교와 기술적인 부분을 도와줬다"고 말했다.
슛 연습도 소홀하지 않도록 했다.
"농구는 결국 슛이 들어가야 한다"는 지론을 펼친 조씨는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 머리 위에서 슛을 쏴야 하는데, 현지가 점프 슛을 던지면 계속 눈앞에서 슛을 던졌다"며 "드래프트를 앞두고도 체육관에 데리고 나가 계속 기본 슛 폼을 연습하게 했다"고 강조했다.
프로에 지명되는 것도 힘들지만, 프로에서 살아남고 버티는 것이 더 힘들다는 사실을 조씨는 알고 있다.
조씨는 "이제부터가 더 걱정"이라며 "KB에서 감독님과 코치님 말씀을 잘 듣고 선배들의 농구를 보면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말했다.
분홍색의 작은 성경책은 거친 프로 무대에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딸에게 주는 선물이다.
조씨는 "프로 생활을 하다 보면 전지훈련과 각종 대회로 힘든 일이 너무 많은데, 고비가 될 때마다 힘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