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황제' 안현수, 영욕의 아이스링크 떠난다

임재훈 기자 / 기사승인 : 2021-04-29 10: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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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수/빅토르 안(타스=연합뉴스)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가 영욕의 피와 땀이 서려 있는 아이스링크를 떠난다.  

러시아 빙상연맹은 27일(현지시간) 안현수의 은퇴 소식을 전했다.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알렉세이 크라프초프 빙상연맹 회장은 이날 "(서울에 있는) 빅토르 안이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는 편지를 보내왔다"고 전했다.

안현수는 지난 2018년 9월에도 은퇴를 발표했다가 뒤이어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 출전 준비를 계속하겠다는 결정을 내렸지만 끝내 고질적인 부상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은퇴를 결정하게 됐다. 

 

안현수는 러시아빙상연맹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시즌이 내 선수 생활의 마지막 시즌이었다는 것을 여러분께 알려드린다"며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쇼트트랙을 떠난다는 게 실감이 되지 않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지금 몸 상태로는 시즌을 계속 이어 나가는 게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계속되는 무릎 통증으로 치료와 재활 훈련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제대로 훈련하기 어렵다"며 "무릎 통증으로 다른 부상도 생겨 컨디션 유지가 더 어려워졌다. 동기 부여만으로는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없게 됐다"고 은퇴를 결정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안현수는 향후 계획에 대해 "쇼트트랙 없이는 '안현수'도 '빅토르 안'도 없다. 쇼트트랙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 하겠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블라디미르 그리고리예프 러시아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은 타스통신과 인터뷰에서 "빅토르 안은 부상 회복에 시간이 걸리는 나이가 됐다.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눠왔고, 은퇴 소식이 놀랍지는 않다"고 말했다.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쇼트트랙에 금메달 3개를 안기며 '쇼트트랙 황제'의 칭호를 얻었던 안현수는 국내 빙상계의 고질적인 파벌 싸움에 불이익을 당했고, 심한 무릎 부상으로 2010년 캐나다 밴쿠버 올림픽 출전권도 따내지 못하는 등 시련을 겪다가 2011년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러시아 국적을 취득했다.

뒤이어 2014년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 대표팀 소속으로 금메달 3개를 목에 걸며 화려하게 부활했고, 2018년 2월 평창올림픽에서 7번째 금메달 획득을 노렸지만 러시아의 조직적 도핑 스캔들에 연루돼 개인 자격으로도 평창에 가지 못했다. 금지약물을 복용한 적이 없다는 안현수의 항변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안현수는 이후 2018년 9월 러시아에서의 선수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왔으나 이후 베이징동계올림픽 출전을 위해 러시아로 돌아갈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고, 러시아는 안현수의 현역 복귀를 반기면서 자국 국가대표팀 코치나 고문으로 영입할 의사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안현수를 괴롭혀 온 부상은 끝내 그에게 생애 세 번째 올림픽 무대를 허락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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