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리스 톱 모델’ 박영선, “’선생님’ 소리, 그렇게 듣기 싫더라고요”

임재훈 기자 / 기사승인 : 2024-01-03 09:4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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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새 소속사 예가 엔터테인먼트에 새 둥지..."영원한 언니, 영원한 누나 되고파"
▲ 사진: 박영선 인스타그램
 [스포츠W 임재훈 기자] 박영선은 대한민국에서 대중과 미디어로부터 ‘스타’라는 타이틀을 부여 받은 사실상 최초의 패션모델이다. 중학생 신분으로 데뷔해 1990년대 국내외 런웨이에서 메인 모델로 활약한 박영선은 특히 패션모델뿐만 아니라 당대 최고의 대중 스타들이 출연하는 앙드레 김(작고) 디자이너의 패션쇼에 빠짐 없이 등장하면서 ‘앙드레 김의 뮤즈’로 불리기도 했다.  세계 정상의 톱 모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신체적 조건과 풍부한 감수성과 연기력이 바탕이 된 박영선 특유의 카리스마는 누구도 범접하기 어려운 여신의 아우라 그 자체였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골프 스튜디오에서 만난 박영선은 5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임에도 여전한 포스를 뿜어내고 있었다. 솔직하고 거침 없는 입담 속에 세월을 겪으며 쌓아온 내공과 여유가 느껴졌다.  최근 근황을 묻는 질문에서 가장 먼저 나온 답변은 예상대로 ‘패션쇼’였다. 그리고 모델들의 권익을 위해 설립된 사단법인 한국패션모델예술협회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했다.  
▲ 박영선(사진: 스포츠W / 의상협찬: 페어라이어)
 “모델의 종류가 너무 많아졌어요. 대학교 모델 학과부터 시작해서 평생교육원, 일반 학원 이렇게 해서 학교가 많아진 데다가 모델 파트도 최근에 새로 등장한 시니어 모델까지 너무 많은 파트가 있어서 그런 모델의 파트를 한데 묶어보자는 의미로 협회가 만들어졌어요. 우리 모델들의 권익도 보호하고 힘도 좀 키우자는 마음에서 협회가 만들어졌습니다.” 패션모델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시기 선구자적 활동을 펼친 선배로서 박영선의 눈에 비친 요즘 20~30대 후배 패션모델들은 그저 예쁘고 사랑스러운 존재다. 그저 착하고 순수해서만은 아니다.  “요즘 모델들 정말 훌륭해요. 키만 큰 게 아니라 비율이 정말 인형 같아요. 그리고 우리 때만 해도 많이 쑥스러워하고 순진하고 그랬었는데 요즘은 모두들 굉장히 프로페셔널하고 너무너무 괜찮은 모델들이 많아요. 저도 중학교 때부터 모델을 했는데 당시만 해도 참 특이한 경우였는데 요즘 애들은 다 중학교부터 하더라고요. 꾸준히 잘 발전시켜 나가면 좋을 것 같아요.” 20~30년 차이가 족히 나는 ‘새까만’ 후배들 사이에서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만큼 박영선 역시 선배 대접보다는 동시대 함께 활동하는 동료 모델로서 인정 받고 자연스럽게 소통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 사진: 박영선 인스타그램
 “솔직히 우리 아이 나이잖아요. 그러니까 얼마나 제 눈에는 이뻐요 그러니까 저는 애들이랑 잘 지내고 뭐 애들도 저 허물 없이 잘 대해주고 그래서 좋아요. 쇼장에서 애들이 도시락 갖고 오면서 ‘언니 같이 식사해요’라고 해요 다른 선생님들은 저한테 ‘선생님, 선생님’ 그러는데 저는 선생님이라는 소리가 그렇게 듣기가 싫어요. 영원한 언니 영원한 누나가 되고 싶어요.” 1990년대 화려했던 박영선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패션모델 박영선뿐만 아니라 영화배우 박영선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다.  특히 ‘리허설’(1995년작)에서 당대 최고의 배우였던 최민수와 함께 펼친 파격적인 연기는 여전히 그 시절을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추억거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영선은 영화가 스스로에게 반성의 대상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털어놓기도 했다.

 
▲ 영화 '리허설'에서 최민수와 열연한 박영선(사진=다음 영화 사진자료)
 “민망해요. 제가 그때 연기가 뭔지도 모르고 그냥 뭐 바로 자고 일어나서 스타덤에 올라가고 그렇게 막 여기저기서 불러서 정말 일을 책임감 없이 가볍게 했어요. 거기에 대해서 정말 반성도 많이 했죠.” 그렇게 스스로를 반성하게 만든 영화였지만 다시 출연할 기회가 온다면 도전하고 싶은 지 묻자 박영선은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당연하죠”라며 의욕을 드러냈다.  배우로 활동하던 시절 여배우치고는 키가 지나치게 컸던 탓에 많은 고충을 겪어야 했지만 요즘은 배우들의 피지컬이 월등해진 만큼 함께 호흡을 맞출 때 더 좋은 그림이 만들어 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박영선은 2023년 새해 골프 관련 콘텐츠로 새로이 대중들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골프는 박영선의 ‘소울 스포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밀접한 스포츠다. 이미 20대 시절 골프를 시작해 30년이 넘는 시간을 골프와 함께 해오고 있다.

 “클럽을 처음 잡은 거는 제가 20살 때에요. 친한 오빠가 선물을 해줬죠. 근데 스무 살짜리가 골프가 뭐가 재미있겠어요. 재미가 없지. 그냥 집에다 던져놓고 안 했어요. 그리고 나서 미국에 가서 골프를 시작했죠. 골프 때문에 유학 온 동생들이 많았어요. 그 친구들 연습할 때 같이 연습하고 골프장 나갈 때 같이 하고…” 
▲ 박영선(사진: 스포츠W / 의상협찬: 페어라이어)
 미국은 골퍼들에게는 천국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편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었다. 오래 전부터 예약을 할 필요도 없고 비용도 저렴했다.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서서히 골프를 즐기다 보니 어느새 단순한 골프 애호가의 수준을 넘어 ‘골프광’의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다 보니 골프와 아주 특별한 추억을 쌓기도 했다.  “신혼여행을 하와이 갔는데 우기였어요. 열흘 내내 비가 오는데 골프 예약한 건 쳐야 되잖아요. 그래서 36홀씩 쳤어 나요. 진짜 미쳤죠. 그 정도로 골프를 많이 쳤어요” 박영선은 골프의 매력을 ‘재미’에서 찾았다. 그런데 그 재미가 참 묘한 의미의 재미다.  “내 마음대로 안 돼요.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어요. 그런 게 재밌는 것 같아요. 드라이버가 200 정도 나갔었어요. 한참 칠 때…근데 한국 들어오고 나서 별로 안 치니까 지금은 너무 안 나가요. 골프나 애인이나 비슷한 것 같아요. 나 몰라라 하면 절대로 나한테 잘해주지 않는 것 같아요“(웃음) 
▲ 사진: 박영선 인스타그램
 박영선은 대학에서 의상학을 전공했다. 그만큼 자신이 입고 표현하는 다양한 디자이너들의 의상에 대한 이해가 깊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옷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도 뚜렷하다. 골프웨어에 대한 생각 역시 명쾌했다.  “내 몸에 맞게 입는 게 최고 아닌가요. 요즘 골프웨어가 짧은 스커트가 유행인가봐요. 골프장에서 보면 60살 먹으신 분도 20대 여성들처럼 짧고 타이트하게 입으시더라고요 그런데 어떤 경우는 솔직히 잘 어울리지 않거든요. 체형이 같을 수 없으니까요. 제발 내 몸에 맞게 입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서 박영선은 스스로 골프웨어를 디자인해보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디자이너 박영선’의 골프웨어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 박영선(사진: 스포츠W / 의상협찬: 페어라이어)
 

“사람을 보면 ‘저 사람은 어디를 숨기고 어디를 돋보이게 해서 의상을 입으면 참 이쁠 텐데…’ 이런 생각이 많이 들거든요. 그래서 유행이 아니고 몸의 형태에 맞게끔 디자인을 좀 해주고 싶어요. 선수들도 만나고 싶어요. 유튜브도 좋고 어디가 됐든 선수들을 만나서 저도 하나씩 배우면서 또 의상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패션에 대해서도 얘기하면 좋지 않을까요.? 도와주세요”(웃음)

 조만간 박선영이 직접 진행하는 필드룩 코디 프로그램이 탄생할 지도 모를 일이다.  5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에도 여전히 런웨이를 누비며 최고의 위치를 지키는 ‘타임리스 톱 모델’박영선. 그가 2023년 새해에는 또 어떤 변신, 어떤 도전으로 자신의 아우라를 발산할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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