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E] 레슬매니아 사상 첫 여성 메인 이벤트, 무엇을 남겼나

임재훈 기자 / 기사승인 : 2020-04-09 09: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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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표방하는 프로레슬링 단체 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의 연간 최대 '페이-퍼-뷰(PAY-PER-VIEW)' 이벤트인 '레슬매니아' 35년 역사상 처음으로 성사된 여성 선수들의 메인 이벤트가 8만여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치러졌다. 

 

WWE는 8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의 매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레슬매니아 35(WRESTLEMANIA 35)'를 개최했다. 

 

이날 메인 이벤트는 '로(RAW)' 위민스 챔피언 론다 로우지, '스맥다운(SMACDOWN)' 위민스 챔피언 샬롯 플레어, 그리고 '로열럼블' 우승자 베키 린치의 통합 타이틀전. 

 

▲사진: IB스포츠 중계화면 캡쳐

 

세 명의 선수 가운데 누구라도 한 명의 선수가 나머지 두 명의 선수 가운데 한 명을 상대로 폴승을 거두면 두 개의 타이틀(로 위민스 챔피언, 스맥다운 위민스 챔피언)을 모두 가져가는 '위너 테익스 잇 올(Winner takes it all)' 방식의 타이틀전이었다. 

 

이 경기는 레슬매니아 35년 역사상 처음으로 치러지는 여성 레슬러들의 메인 이벤트라는 점 자체로도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지만 릭 플레어라는 WWE의 대표적 '레전드'의 친딸로서 WWE 무대에서 여성 레슬링의 존재감 내지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샬롯 플레어와 세계 격투기 인기 판도를 홀로 뒤바꿔 놓다시피 한 론다 로우지, 그리고 WWE 여성 레슬링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베키 린치가 WWE 최고이자 최대의 무대 메인이벤트를 장식한다는 점에서도 큰 상징성을 갖는 경기였다. 

 

이와 같이 최고의 화제성과 상징성을 두루 겸비한 경기인 만큼 주인공들의 입장도 특별했다. 

 

샬롯 플레어는 헬리콥터를 타고 경기장 밖에 착륙한 뒤 레드카펫을 밟으며 경기장 안으로 입장했고, 론다 로우지는 자신의 등장 음악 '배드 레퓨테이션(Bad Reputation)'을 조안 제트(Joan Jett)가자신의 밴드와 직접 연주하는 옆을 걸어 링에 등장했다. 베키 린치 역시 이전에 볼 수 없던 특별한 경기복 차림으로 링에 등장했다. 

 

▲사진: IB스포츠 중계화면 캡쳐
 

경기가 시작됐고, 세 명의 선수는 물고 물리는 공방을 이어갔다.

 남자 선수들이 보여주는 만큼의 빠르고 다이내믹한 동작은 아니었지만 여성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파워풀한 공격이 교환됐고, 그러는 가운데 여성 특유의 유연성을 활용한 관절기가 구사됐다. 

 

선수들의 필살기가 성공될 때마다 관중들은 엄청난 환호로 경기 분위기를 고조시켰고, 시간이 지날수록 선수들은 지쳐갔지만 그럴수록 처절한 공방이 이어졌다. 그리고 일부 출혈이 발생하기도 했다. 

 

각본에 따라 움직이는 프로레슬링인 만큼 이날 최후의 승자가 누가 될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했던 상황이지만 이날도 론다 로우지가 최후의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것이 사실이다.  
▲사진: IB스포츠 중계화면 캡쳐
 

사실 레슬매니아 사상 첫 메인이벤트가 탄생하는 데 있어 다른 누구보다 론다 로우지의 존재가 큰 역할을 했던 것이 사실이고, 그의 존재가 WWE 내에서 여성 레슬링의 위상과 인기를 유지할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레슬매니아를 통해 강력한 챔피언으로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여러모로 WWE 입장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에상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레슬매니아를 마지막으로 론다 로우지가 출산을 하기 위해 WWE를 떠날 것이라는 루머가 나돌았고, 그렇다면 이번 이벤트의 승자가 론다 로우지가 아닐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들도 나오고 있었다.  
▲사진: IB스포츠 중계화면 캡쳐
 결국 최후의 승자는 빈 손으로 등장했던 베키 린치였다.  베키 린치는 론다 로우지의 기술을 역이용해 절묘한 핀폴승을 거두면서 로와 스맥다운 두 브랜드의 위민스 챔피언 벨트를 양 어깨에 걸쳤다.  

사실 승부가 결정나기 전까지 이어진 처절한 과정을 떠올려 보면 새로운 챔피언이 결정되는 순간은 다소 허무한 기분이 들 정도로 의외의 상황에서 순식간에 승부가 났다는 점에서 실망감을 나타내는 팬들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아무 타이틀 벨트도 없이 링에 등장했다가 두 개의 챔피언 벨트를 들고 레슬매니아 역사상 첫 여성 메인이벤트의 승자라는 역사적 타이틀까지 얻은 베키 린치는 이번 레슬매니아 35의 최고의 승자가 됐다.  경기의 승자는 베키 린치였지만 남자 선수 못지 않은 파워를 앞세워 최고의 경기력을 과시한 론다 로우지나 매 순간 최고의 기량은 물론 멋진 쇼맨십까지 보여주며 프로레슬러로서의 진면목을 보여준 샬롯 플레어 역시 레슬매니아의 메인이벤터로서의 자격을 증명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사진: IB스포츠 중계화면 캡쳐
  이번 레슬매니아 25를 통해 여성 선수들의 경기가 대형 페이퍼뷰 이벤트의 메인 이벤트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음이 입증됐다.  하지만 아직 WWE 내에서 여성 레슬러들이 축적해 놓은 콘텐츠와 스토리는 남성 선수들의 그것에 비해 일천한 수준임을 감안하면 장래에 언제 다시 이번 레슬매니아 35의 메인이벤트와 같은 경기가 펼쳐질 지는 미지수다.  특히 루머대로 론다 로우지가 개인적인 사정 등으로 WWE와 결별하거나 휴직상태에 들어가게 된다면 그 공백을 메우기는 쉽지 않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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