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체육계 전체가 성폭력 문제를 포함한 폭력 스캔들에 휩싸인 가운데 한국 스포츠의 수장이랄 수 있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주무무처 수장인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무책임과 무능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왼쪽부터 이기흥 체육회장,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심석희가 전 국가대표 코치 조재범으로부터 무려 14년간 폭행을 당하고 더 나아가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한 이후 전 유도선수 신유용의 성폭력 피해 폭로가 이어졌고, 태권도 협회의 간부가 어린 선수 3명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가했고, 자신이 지도하던 선수를 임신시킨 전력이 있는 빙상 지도자가 버젓이 개인 자격으로 활동하고 있는 상황까지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앞서 탈북 리듬체조 지도자인 이경희 코치가 체조협회 고위 간부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고 폭로한 일도 있었다.
이쯤 되면 미국체조협회를 파산 지경에 이르게 한 미국 여자체조대표팀의 성폭행 스캔들, 이른바 '나사르 스캔들'과 비교할 때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한국 스포츠를 총괄하는 대한체육회나 주문부처인 문체부는 그저 '하던대로' 일을 해 왔다.
그저 문제가 된 사안에 대해 감사를 실시하고, 가해자에 징계를 내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발표를 하고 끝내버리는 식이었다.
한국 체육계가 지난 수 십년 간 우월적 지위에 있는 지도자 내지 간부에 의해 자행된 폭력에 대처하는 방식을 그대로 답습했다는 말이다.
그 결과 수 많은 폭력 지도자들이 징계 이후 재심을 통해 징계가 감경 되거나 징계기간 이후 다시 현업에 복귀했고, 심지어는 징게 이후 승진이 되어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기도 했다.
1년 전에 영구 제명됐다던 조재범 전 코치의 징계가 불과 며칠 전 확정된 사실은 결코 놀랄 일이 아니다.
'적폐 청산'의 기치를 들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서 체육계만큼은 사실상 '무풍지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체부는 그저 이명박 정부와 박근헤 정부의 그림자 지우기에 바빴고, 새로이 선출된 이기흥 회장은 체육회 내부에 자기 사람 심기에 바빴다.
특히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보여준 도종환 장관과 이기흥 체육회장의 행태는 한국 스포츠를 책임진다는 사람들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일방통행으로 일관하고 수 년간 올림픽 하나를 바라보고 피땀을 흘린 남측 선수들을 배려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내뱉는 도 장관의 발언은 선수들에게 큰 상처가 됐다.
금메달이 유력한 종목의 경기장에 정치인들을 대동하고 나타나 만세를 불러대던 장면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연출한 대표적인 꼴불견이었다.
물론 이기흥 체육회장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최악의 한파와 여러 열악한 조건을 무릅쓰고 경기장에서 고생하던 자원봉사자를 상대로 갑질을 하고 막말을 한 것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이쯤 되면 장관과 체육회장의 호흡은 그야말로 '무능 브로맨스'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종환 장관은 체육계 폭력 문제에 대해서는 아예 자기 목소리를 낸 적이 없다. '적폐 청산'의 수혜자인 노태강 차관을 앞세워 바람막이로 삼고 자신은 언제나 뒤로 숨어 대통령 눈치를 살피는 것이 도 장관이 최근의 폭력 스캔들 진행 과정에서 보여준 행태다.
도 장관의 바람막이로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도 한 몫을 하고 있는 인물이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이 회장은 오늘날 대한수영연맹이 '불량단체' 격인 관리단체가 되어 있는 데 큰 책임이 있는 인물이다.
지난 2012년 수영연맹의 말을 잘 듣지 않아 미운털이 박혔던 박태환의 런던올림픽 포상금 5천만원을 지급하지 않고 다른 곳에 썼다가 들통이 나기도 했고, 수영연맹 임원의 금품수수 비리가 터지기도 했다. 결국 수영연맹은 2016년 3월 대한체육회의 관리단체로 지정받았다. 이기흥 회장은 곧바로 사퇴했다.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해야했기 때문이다. 경기단체 하나를 말아먹고도 체육회장에 출마한 이 회장의 멘탈이 놀라울 따름이지만 어쨌든 그는 선거에서 당선됐다. 전임 김정행 회장의 최측근이었다는 '어드밴티지'가 작용한 결과였다.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을 아우르는 통합 체육회 정관 문제로 정부와 불편한 관계였지만 그런 불편한 관계가 이기흥 회장으로서는 체육회 내에 자기 사람 심기에는 편한 상황이었다. 여기저기서 체육회를 회장이 사유화하려 한다는 비판이 일었지만 아랑곳 하지 않았다. 매년 체육회에 만만치 않은 예산을 지원하는 문체부는 이런 문제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개선을 요구해야 했지만 사실상 수수방관한 것이 사실이다. 페어플레이를 생명처럼 여겨야 할 체육계가 반칙으로 만신창이가 되어 가는 상황에서 아무런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은 주무무처로서 책임을 방기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물론 그 책임의 정점에는 도종환 장관이 있다.
체육행정을 책임지는 장관으로서 가가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저 보기 좋고 체면이 서는 일에만 얼굴을 내민 것이 전부다.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급속도로 활발해진 남북 체육교류의 물결 속에 함몰된 나머지 다른 체육계 현안에 대해서는 사실상 눈과 귀를 닫아버린 듯하다.
최근 불거진 체육계 '미투' 스캔들과 관련해서도 도 장관은 대통령의 입만 바라볼 뿐 자신이 나서 피해자들을 찾아가 사과한다거나 하다못해 국민들에게 짤막한 메시자 한 마디 건네지 않고 있다.
도 장관의 이와 같은 태도는 이 문제에 관해 무능하거나 무식하거나 관심이 없기 때문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이기흥 체육회장은 15일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제22차 이사회에 참석, 가혹 행위-(성)폭력 근절 대책을 발표하며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철저히 쇄신토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가혹 행위-(성)폭력 근절 대책은 이전에 발표된 다른 대책과 비교할 때 새로운 것이 없고, 고민의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결국 체육회장의 무능이 이러 수준의 대책을 대책이라고 내놓은 셈이다. 이 문제에 대해 자기 목소리 한 마디 내놓지 않고 있는 장관의 능력은 언급할 가치 조차 없다.
체육계 수장인 체육회장과 장관의 '무능 브로맨스'가 한국 스포츠를 세계 스포츠계의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다.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질 지 국민들은 궁금하고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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