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임가을 기자] 영화 ‘정욕’을 연출한 기시 요시유키 감독의 일문일답 인터뷰가 공개됐다.
영화 ‘정욕’은 각자의 삶을 살아가던 다섯 명의 인물이 예상치 못한 계기를 통해 서로가 얽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작품, 아사이 료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해 바른 욕망이란 무엇인지를 질문하며 인간의 다면성을 포착한다.
▲ 기시 요시유키 감독 [사진=IMDb] |
기시 요시유키 감독은 오랜 기간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연출해오며 다양한 인간 군상을 카메라에 담아낸 바 있다. 오랜 경험과 특기를 이번 영화에도 십분 발휘한 기시 요시유키 감독은 “아무리 힘든 상황에 처해 있어도 사소한 대화로 웃을 일이 있듯이, 인물들이 절망감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진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하 일문일답 전문
Q. 아사이 료 원작 소설 ‘정욕’에서 어떤 점에 매력을 느꼈나?
A. 다양한 성적 욕구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책을 읽으며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책 속에서는 ‘다양성’이라는 의미를 아주 날카롭게 묻는 것 같아 더욱 충격적이었다. 또한 인간의 군상극이라는 것이 시선을 이끌었다. ‘보통’이 아니면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간과 ‘보통’이라는 것에 집착하는 인간, 그 각각의 괴로움에 깊이 공감도 됐다.
Q. 영화의 주안점은 무엇인가?
A. 촬영에 앞서 검사 ‘데라이 히로키’를 연기한 이나가키 고로와도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저는 이나가키 고로에게 “‘데라이 히로키’는 소위 대중의 편이다, 어쩌면 소수를 바라보는 관객과 가장 유사한 인물일 것”이라고 전달했다.
관객들은 ‘데라이 히로키’의 눈을 통해 영화를 보기 시작한다. 소수를 바라보는 다수의 입장으로 영화의 사건과 군상을 바라보겠지만, ‘데라이 히로키’의 눈에서 시작된 사건들은 영화를 볼수록 오히려 ‘데라이 히로키’가 더 이상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느껴질 수 있다. 또 그렇게 느끼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때문에 촬영과 편집에서도 그러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의도했다. 관객들은 군상극을 바라보는 철저한 관찰자 같다가도, 특이한 성 욕구 소수자들의 인간적인 면이 후반부에서 부각되었을 때 점점 관객들의 감정이 동요되는 그런 공감대를 느끼기를 바랐다. 그런 의미에서 연출을 통해 의도한 것은 ‘연결’이다.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한 ‘연결’은 영화 속 캐릭터들뿐만 아니라 캐릭터와 관객들과의 ‘연결’이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Q. 캐릭터들의 독특한 성적 욕망을 어떻게 포착하려고 했나?
A. 배우들과 오랜 시간에 걸쳐 이야기를 나눴다. 각 배역의 입장에서, 각각의 성적 취향을 어떻게 파악할 것인지, 육체적 쾌감은 어떤 것인지, 소수의 성적 욕구자로서 어떤 괴로움이 있을지 등 오랜 시간 동안 의논을 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저도 배우들도 끝까지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했을 거다. 예를 들면 책에서는 “‘기류 나쓰키’의 허벅지를 감는다”라는 묘사가 있는데, 영화에서 이를 어떻게 표현할지, 이것이 쾌락으로 표현을 해도 되는지 고민이 많았다. 많은 것을 자세히 묘사하지 않고 관객들의 상상에 맡기게 하는 그림이 더 좋을지 등등 다양한 고민을 했는데, 이때는 배우들과 장면마다 이 방향이 맞는지 아닌지 함께 상의하면서 촬영을 진행했다.
Q. 각 배우들의 캐스팅 이유는 무엇인가?
A. 이나가키 고로와는 이전부터 함께 작업을 하고 싶어 따로 프로듀서에게 부탁까지 했다. 현장에서는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평소에는 굉장히 진지하고 젠틀한 모습이다. 하지만 연기할 때는 ‘13인의 자객’처럼 평범하지 않은 광기를 내뿜는 분이라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데라이 히로키’는 그러한 광기를 숨겨야 하는 역할이기에 어떻게 연기를 할지 매우 기대가 컸는데, 역시나 기대했던 만큼의 ‘광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아라가키 유이는 ‘기류 나쓰키’ 역을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이름이었다. ‘기류 나쓰키’ 캐릭터는 사회와 가족들이 보는 본인의 모습과 숨기고 있는 본인의 진짜 모습 사이에서 괴로워하고 있다. 이 간극을 표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기류 나쓰키’와 상반되는 이미지를 가진 배우를 찾았다. 매우 어려운 역할이지만 대본을 만들 때부터 기나긴 대화를 하며 성사될 수 있었다.
모든 배역이 어렵지만, 이소무라 하야토가 연기한 ‘사사키 요시미치’는 풍부하고 감정의 변화가 많은 캐릭터이기에 더욱 어렵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소무라 하야토가 대사의 말투, 억양, 표정과 몸 전체의 감정을 아주 섬세하게 표현하는 것을 보고 역시 대체 불가의 배우였다고 생각한다.
Q. 본 작품의 주제로 특히 부각시키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
A. 인간은 누구나 양면성 혹은 양면 이상의 다면성을 가지고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회사나 학교 같은 사회생활을 할 때와 일상을 보낼 때는 다른 표정과 얼굴, 성격을 지니고 있다. 본인의 진짜 얼굴은 남에게 보여주지 않으려고 한다. 이는 독특한 취향을 지닌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마음이 같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색적인 성적 욕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보다는 ‘우리의 원래 모습은 무엇인가?’, ‘다양성의 의미는 무엇인가’를 질문해 보면 좋겠다.
한편 ‘정욕’은 오는 2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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