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청 빙상팀 코치 최종 후보에서 탈락한 빅토르 안 의식한 집단행동으로 비쳐져 [스포츠W 임재훈 기자] 러시아로 귀화한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이 경기 성남시청 빙상팀 코치직에 지원했지만 최종 후보 명단에서 탈락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성남시청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팀 소속 선수인 최민정이 31일 새벽 자신의 SNS에 팀 동료들과 함께 "선수들이 원하는 감독과 함께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취지의 입장이 담긴 연판장을 공개했다. 이 연판장에는 2022~2023시즌 쇼트트랙 국가대표 최민정, 김길리, 김건희, 이준서와 김다겸, 서범석이 이름을 올렸다. 최민정이 공개한 '코치 채용에 대한 선수 입장문'은 지난 성남시청 소속 선수들이 성남 시청 코치 선임 발표 직전인 지난 9일 성남시에 제출한 입장문이라는 것이 최민정의 설명이었다. 최민정은 우선 "쇼트트랙을 응원해 주시는 팬분들께 송구하다는 말씀 올립니다."라고 전한 뒤 "저는 사실상 소속팀 성남 시청에 쇼트트랙 전담 코치가 부재한 상황에서 오랫동안 훈련해왔습니다. 저와 성남 시청 쇼트트랙 선수들이 생각하는 스포츠에서 지도자의 덕목은 입장문에 밝힌 것과 같이 지도자 경력이 우수하고 역량이 뛰어나며 선수들과 잘 소통할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지도자가 함께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라고 선수들이 원하는 지도자상에 대해 언급했다.
이어 그는 "선수가 어떠한 지도자를 원한다는 입장문을 낸다는 건 너무도 조심스럽고 건방져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냈던 이유는 최근 성남 시청 코치 선임을 둘러싸고 나오는 기사와 얘기들로 인해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 덕목들은 뒷전에 있고 사회적인 이슈들이 주를 이뤄 선수들이 안타까운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라며 연판장을 제출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빅토르 안이 러시아 귀화에 대해 거짓 해명을 했다는 의혹을, 김선태 전 국가대표 감독에 대해서는 심석희의 폭행 피해를 은폐했다는 이유를 들어 이들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지도자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결국 빙상지도자연맹의 성명이 보도를 통해 알려진 영향 탓인지 성남시는 지난 29일 “시청 빙상팀 코치직 채용 전형에 빅토르 안과 김선태 전 중국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감독을 포함해 7명이 지원했는데, 빅토르 안 등 두 지원자는 상위 2배수 후보에 들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서류와 면접 심사를 통해 기술, 소통 능력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해 판단했다”며 “빙상계 여론과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나오는 시각도 평가에 반영됐다”고 설명, 빙상지도자연맹의 성명이 의사 결정에 있어 참고사항이 됐음을 확인하기도 했다.
▲ 베이징 동계올림픽 당시 최민정(사진: 연합뉴스) |
최민정은 글에서 "성남시청 쇼트트랙 선수들이 원하는 것은 훈련과 경기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상황이 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마지막 올림픽이 될지도 모르는 2026년 밀라노 올림픽에서 전과 달리 후회 없이 보여드리고 싶습니다."라며 "시합을 뛰는 건 결국 선수들입니다. 선수들이 원하는 감독님과 함께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라는 호소로 글을 마쳤다.
최민정을 비록한 성남시청 선수들의 연판장은 최선의 코치 선임을 바라는 순수한 의도라는 점이 강조됐지만 결국 빅토르 안이나 김선태 전 감독 등 특정 지도자 후보를 의식한 집단행동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에서 성남시청의 최종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성남시는 31일 빙상팀 코치 선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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