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 우리은행 이끄는 이적생…"모든 감독이 탐내는 MVP 0순위"
▲ 김단비(사진: WKBL) |
"너무 기대하시면 감독님이 긴장하실 것 같으니 기대는 조금 내려놔 주셨으면 합니다."
여자프로농구 아산 프로농구의 포워드 김단비는 지난해 10월 24일 2022-2023시즌 개막 미디어데이서 정규리그 최우수 선수(MVP) 후보로 지목되자 이렇게 말했다.
이 발언이 겸손이자 '엄살'로 밝혀지기까지는 넉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올 시즌 개막 107일 만인 13일 아산 우리은행(21승 4패)은 원정에서 부산 BNK를 76-52로 제압하고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이 경기에서도 김단비는 25분 만에 14점 10리바운드를 올리며 승리에 앞장섰다.
◇ 빠지는 데가 없다…외곽·골밑·슛·패스·수비 모두
시즌 전체로 봐도 우리은행의 우승에는 '에이스' 김단비의 공이 절대적이었다.
전날까지 25경기에서 평균 34분가량을 출전한 김단비는 경기 당 18.67점 9.13리바운드 6.58어시스트를 기록 중이었다.
여기에 1.67스틸과 1.33블록슛을 올렸는데, 모든 수치에서 팀 내 1위다.
기록을 뜯어보면 김단비의 리그 내 위상이 드러난다. 전날 기준 이 5개 부문에서 모두 4위 안에 들었다.
평균 득점은 김소니아(신한은행·19.6점)에 이은 2위, 리바운드는 진안(BNK·9.88개), 김소니아(9.16개), 김한별(BNK·9.14개)에 이은 4위다.
어시스트와 스틸도 각각 안혜지(BNK·9.13개), 김예진(하나원큐·1.74개)에 이어 2위다.
블록슛은 양인영(하나원큐·1개)을 따돌리고 1위를 달리고 있다.
사실 김단비의 이름은 이 5가지 수치 외 WKBL이 분석·제공하는 대부분의 경기 기록에도 상위권에 올랐다.
2점 성공(131개·3위), 2점 성공률(51.2%·6위), 3점 성공(49개·2위), 3점 성공률(41.5%·1위), 출전 시간(34분15초·5위) 등 김단비의 이름이 없는 항목이 없다.
이 수치들을 토대로 산출하는 공헌도에서는 압도적 1위다.
우승을 확정한 13일 BNK전을 경기를 빼고도 910.9점을 기록해 2위 김소니아(744.05점)를 크게 앞질렀다.
◇ 올 시즌 키워드는 '라운드 MVP'와 '트리플더블'
지난해 10월 미디어데이에서 6개 구단 전체 선수의 44.6%(45명), 미디어 관계자 36.1%(13명) 등이 MVP 후보로 김단비를 지목했다.
이런 기대처럼 김단비는 부침 없는 활약을 보이고 있다.
1∼4라운드까지 3라운드(김소니아)를 제외하고 모두 라운드 MVP를 석권할 정도다.
개막 첫 경기부터 33점을 퍼부어 부산 BNK를 79-54로 대파하는 데 앞장서며 올 시즌 활약을 예고했었다.
지난해 11월 4일 열린 청주 KB와 두 번째 경기에서는 11점 10리바운드 10어시스트로 개인 통산 5번째 트리플 더블을 작성했다.
그러더니 그달 27일 친정인 인천 신한은행전에서도 13점 10리바운드 10어시스트를 올렸고, 지난해 12월 26일 용인 삼성생명전에서도 22점 10리바운드 13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이 세 경기에서 우리은행은 모두 이겼다.
어시스트 몇 개 차이로 기록을 이루지 못한 '트리플더블급' 경기도 꽤 있다.
지난해 11월 23일 삼성생명전(18점 11리바운드 9어시스트), 12월 7일 부천 하나원큐전(19점 16리바운드 7어시스트), 10일 신한은행전(27점 12리바운드 8어시스트), 이달 2일 KB전(20점 11리바운드 7어시스트) 모두 제 몫을 했다.
◇ '국가대표' 우리은행과 호흡 자랑…"MVP 0순위"
김일두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박혜진, 박지현, 최이샘, 김정은까지 우리은행 주전이 모두 국가대표급 선수들이라 김단비와 시너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공격이 막혔을 때 공을 돌리면 해결해 줄 선수가 있으니 어시스트 수치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은 특히 김단비가 이적 첫해부터 팀에서 중추적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점을 조명했다.
신한은행에서 뛰던 김단비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우리은행으로 옮겼다.
10년이 넘게 프로 선수로 뛴 김 위원은 "베테랑이 팀을 옮기는 게 적응 차원에서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며 "위성우 감독과는 신한은행 시절부터 호흡을 맞췄지 않나. 김단비가 우리은행에서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고 짚었다.
여자농구 감독 출신인 안덕수 KBS N 해설위원도 "김단비가 나이가 있는데도 체력적으로 지친 기색이 없다는 걸 높이 평가하고 싶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사실 김단비가 프로 출범 후 한 번도 정규리그 MVP를 타내지 못했다. 앞서 박혜진이 있었고, 이후 박지수가 치고 올라왔다"며 "이번 시즌에는 김단비가 스스로 경력에 대한 보상을 원하는 듯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MVP 0순위로, 모든 감독이 탐내는 선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