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임가을 기자] 춘천영화제가 올해의 ‘이성규 영화상’ 수상자로 문정현 감독을 선정했다.
지난해 제정된 ‘이성규 영화상’은 춘천영화제의 시작이었던 이성규 감독의 열정과 헌신을 기리며, 묵묵히 길을 걷고 있는 독립영화인을 응원하기 위한 상이다.
▲ 문정현 감독 [사진=씨네21] |
춘천영화제의 시작은 故이성규 감독(1964~2013)이다. 영화와 방송을 오가며 활동했던 감독은 여러 다큐멘터리를 남겼고, 그중 ‘오래된 인력거’는 아시아권 최초로 2010년 암스테르담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경쟁 부문 후보에 올랐다.
이후 한국독립PD협회 창립에 참여해 초대 회장을 맡은 그는, 독립 다큐를 만드는 영화인들을 위한 맏형 역할을 했다. 2013년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극영화 ‘시바, 인생을 던져’를 연출했는데, 해당 작품은 유작이 되었고 작품을 발표한 해 12월에 세상을 떠났다.
‘시바, 인생을 던져’는 개봉 전 춘천의 한 극장에서 ‘한 사람만 모르는 특별한 개봉’ 시사회를 통해 관객과 만났는데, 이 자리에서 그는 “한국의 독립예술영화를 사랑해달라”고 관객들에게 당부했고, 이 말은 춘천영화제가 생기는 씨앗이 되어 2014년 12월 ‘한 사람으로 시작된 춘천다큐영화제’가 열렸다. 여기서 비롯된 춘천영화제는 올해로 11회를 맞이했다.
‘이성규 영화상’은 이성규 감독의 독립영화에 대한 뜻을 기념하는 상으로, 지난해에는 강원 지역 영화 문화에 힘쓰며 독창적인 작품 활동을 이어갔던 이마리오 감독이 첫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올해의 수상자로 선정된 문정현 감독은 2003년부터 현재까지 다큐멘터리 제작 집단인 ‘푸른영상’에서 활동하고 있다. 자신의 가족사를 담은 ‘할매꽃’(2007)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최우수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그는 ‘용산’(2010)으로 야마가타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뉴아시안커런츠상을 받았고, 공동 연출작인 ‘경계’(2014)는 세르비아, 인도네시아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원우 감독과 공동 연출한 ‘붕괴’(2014)로 다시 한번 부산국제영화제 최우수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문정현 감독은 이후 유튜브나 OTT 같은 매체에 걸쳐 다양한 테마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내놓았고, 남태제, 김진열 감독 등과 공동 연출한 옴니버스 기후 다큐 ‘바로 지금 여기’는 현재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여성, 노동, 이념, 환경, 범죄, 참사 등 다양한 사회적 테마들을 20여 년 동안 카메라에 담아온 문정현 감독은 특히 독립영화 공동체에 대한 조용한 헌신자였다.
선정위원 중 한 명인 이창재 감독은 “그는 눈물겨울 만큼 헌신적으로 동료 및 후배들의 작품을 지원한다. 개인 작품과 공동체에 대한 기여를 함께 하는, 훌륭한 본보기”라고 문정현 감독을 평가했고, 김동현 선정위원은 “티 내지 않고 새로운 감독들과 작품을 지원해왔다. 그 활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명을 많이 받지 못했다”고 이야기했다.
‘푸른영상’의 창립자로서 문정현 감독과 20년 넘게 함께 하고 있는 김동원 감독은 “엄청난 에너지로 동분서주하는 다큐 감독이다. 자신의 이해관계나 대가 없이 묵묵히 다른 감독들을 돕는 심성을 지녔다”고 말한다.
한편 ‘이성규 영화상’의 선정위원단은 이성규 감독과 함께 했던 영화인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진모영 감독은 이성규 감독의 ‘시바, 인생을 던져’의 프로듀서로 다큐를 시작했다. 고영재 감독은 ‘시바, 인생을 던져’를 배급한 바 있고, 이창재 감독은 이성규 감독의 투병 기간을 기록한 ‘에필로그’(2015)를 연출했다. 이승준 감독은 이성규 감독과 ‘보이지 않는 전쟁: 인도 비하르 리포트’(2000)를 함께 만들었고, 이외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과 김형석 춘천영화제 운영위원장 등 총 6인이 선정에 참여했다.
‘이성규 영화상’ 시상은 오는 20일 오후 7시 열리는 춘천영화제 개막식에서 이뤄지고, 수상자에겐 1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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