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 "고난도 점프, 올림픽 金 목표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

임재훈 기자 / 기사승인 : 2021-02-13 08:2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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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ISU 4대륙 피겨선수권대회에서 점프 연기를 소화하고 있는 유영(사진: 연합뉴스)

 

"모든 선수가 고난도 점프를 뛰는 상황에서 목표인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김연아 이후 11년 만에 메달을 따내면서 '포스트 김연아' 경쟁에서 사실상 승리를 거둔 유영(과천고)이 자신의 목표인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선수 생명이 단축되는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고난도 점프에 계속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유영은 지난 9일 막을 내린 2020 ISU 4대륙 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총점 223.23점의 개인 최고점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9년 이 대회에서 김연아가 우승을 차지한 이후 11년 만에 한국 선수로는 역대 두 번째로 따낸 메달이었다. 이로써 유영은 임은수, 김예림 등과 펼쳐왔던 '포스트 김연아' 경쟁에서 확실한 승자로 인정 받게 됐다.  

 유영이 이와 같은 위치에 오기까지 다른 경쟁 선수들과는 분명한 차별점인 트리플 악셀(세 바퀴 반 전진 회전)이라는 고난도 점프가 뒷받침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진: 연합뉴스
 

유영은 12일 태릉빙상장에서 취재진과 가진 인터뷰에서 2022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트리플 악셀은 물론 쿼드러플(네 바퀴 후진 회전) 점프까지 프로그램에 포함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유영은 우선 4대륙선수권 은메달 획득에 대해 "후회 없이 만족스러운 경기를 치러서 아직 여운이 남아있다."며 "사실 쇼트프로그램이 끝난 뒤 프리스케이팅을 연습하는 데 계속 트리플 악셀이 안 풀렸다. 그래서 실수 없이 끝내 달라고 스스로 외치면서 경기를 했다. 뜻밖에 은메달을 목에 걸어서 아직도 믿기지는 않지만, 지금껏 힘들게 연습해온 보람이 느껴져서 더 특별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유영은 자신이 구사하는 트리플 악셀에 대해 "트리플 악셀은 어릴 때부터 연습했다. 3년 동안 훈련하면서 정말 힘들었다. 지난 시즌에는 성공률이 10%도 안 될 만큼 랜딩 횟수도 적었다."며 "하지만 하마다 미에(일본) 코치를 만나 연습하면서 기술적으로 발전해 성공률이 높아졌고 자신감도 생겨 실전에 들고나올 수 있었다. 지금은 55% 정도 성공률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유영에 따르면 하마다 코치는 유영에게 맞는 스타일의 트리플 악셀을 찾아줬다. 아울러 그의 지도를 받는 키히라 리카(일본) 등 많은 일본 선수들의 트리플 악셀 연습을 볼 수 있었던 것도 유영에게 큰 도움이 됐다. 


유영은 "하마다 코치가 정말 잘 가르쳐주신다. 기술적으로도 많은 것을 알고 계신다."며 "제자들에게 비법을 알려주셔서 이것저것 시도해보면서 저의 점프 스타일을 찾은 것 같다. 이전에는 저에게 맞지 않는 스타일로 트리플 악셀을 뛰어서 성공 확률이 떨어졌던 것 같다."며 하마다 코치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사진: 연합뉴스
 

유영은 고난도 점프를 계속 시도하는 것과 관련, "꿈이 올림픽에 꼭 출전해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라며 "러시아 선수들은 쿼드러플 점프를 4~5개씩 프로그램에 넣고 있다. 그래서 트리플 악셀뿐만 아니라 다른 고난도 점프도 있어야만 상위권에 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난 시즌까지 트리플 악셀을 제대로 뛰지 못했지만 이번 시즌부터 과감하게 프로그램에 넣는 선택을 했고, 그 선택 덕분에 좋은 성적이 나올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힘들겠지만 어려운 점프를 계속 시도하면서 더 좋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유영은 부상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2020-2021시즌부터 쿼드러플 점프를 프로그램에 포함할 생각이다. 쿼트러플 점프 가운데서도 쿼드러플 러츠를 프로그램에 넣고 싶다는 생각이다. 

 

유영은 "요즘 러츠 점프가 좀 더 좋아져서 지금 상황에서 다음 쿼드러플 점프를 한다면 러츠를 선택할 것"이라며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근육량도 많아야 하고 회전력도 받쳐줘야 한다. 지상훈련에서 충분한 회전력을 높인 다음에 빙판에서 시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영은  부상의 위험과 그로 인한 선수 생명 단축 가능성을 감수하고 고난도 점프를 시도하는 이유에 대해 "고난도 점프를 계속 뛰는 선수는 몸이 힘들 뿐만 아니라 선수 생활도 짧아지는 게 당연하다."면서도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계속 고난도 점프를 시도할 생각이다. 모든 선수가 고난도 점프를 뛰는 상황에서 저의 목표인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피겨를 처음 시작한 계기가 (김)연아 언니의 모습을 보고서였다. 연아 언니처럼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게 어릴 때부터 꿈이자 목표"라며 "올림픽뿐만 아니라 다른 대회에서도 상위권 선수들이랑 경쟁하려면 고난도 점프를 1~2개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유영(사진: 연합뉴스)

 

지난해 올댓스포츠와 결별한 이후 유영은 최근 국내 굴지의 광고대행사인 대홍기획과 새로이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 한층 나아진 환경에서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향한 행보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이번 4대륙선수권 메달 획득도 그와 같은 좋은 환경 속에서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유영은 다음 달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실수 없는 '클린 연기'와 함께 쇼트 프로그램에서 78점 이상을 받고, 총점에서도 210점대 이상 받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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