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연합뉴스 |
김연경(흥국생명)이 2022-2023 V리그 일정을 모두 마친 날 "현역 연장과 은퇴를 두고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은퇴 고민을 공개적으로 처음 드러낼 때보다는 '현역 연장' 쪽으로 기운 뉘앙스다.
김연경은 6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여자부 한국도로공사와의 챔피언결정 5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2-3으로 역전패한 뒤, 굳은 표정으로 취재진과 만났다.
흥국생명은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는 2승 3패로 밀려 준우승에 그쳤다.
이날 김연경은 도로공사의 집중 견제에도 30점을 올리며 분전했지만, 팀 패배를 막지 못했다.
김연경은 "너무 아쉽다. 챔피언결정전 5차전까지 우리에게 많은 기회가 왔는데 놓쳤다. 오늘도 리드하던 3세트를 내줬다"고 곱씹으며 "매 세트 2점 차였다. 팽팽한 승부였는데 준우승으로 마친 게 정말 아쉽다"고 운을 뗐다.
이어 취재진이 조심스럽게 '은퇴 여부'를 묻자, 김연경은 더 조심스럽게 답했다.
그는 "많은 분과 현역 연장과 은퇴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 많은 팬이 내가 뛰길 원한다는 걸 알고 있다"며 "팬들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상황을 잘 종합해서 곧 결정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김연경은 이번 시즌 종료 뒤 FA 자격을 얻는다.
만약 V리그에서 현역으로 뛰기로 마음먹으면 4월 9일부터 2주 동안 FA 협상을 마쳐야 한다.
김연경은 "일단 FA 신분이 된다. 원소속 구단 흥국생명과 이야기도 할 것이고, 다른 구단과 협상할 가능성도 열려있다"며 "긍정적으로 생각하겠다"고 했다.
통합우승을 달성하지 못한 아쉬움도 '현역 연장' 쪽으로 김연경을 이끈다.
김연경은 "오늘 우승하지 못한 게 동기부여가 됐다. 은퇴 여부를 나 혼자 결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흥국생명의 중심은 김연경이었다.
권순찬 전 감독이 경질되면서 김연경이 짊어진 짐은 더 컸다.
누구보다 힘든 한 시즌을 보냈지만, 김연경은 이날 경기 뒤 눈물을 흘리는 후배들을 다독였다. 그는 울지 않았다.
김연경은 "어느 팀에서 뛰어도 압박감은 느낀다. 그래도 김해란 선배가 있어서 큰 힘을 얻었다"며 "국외리그를 오가며 흥국생명에서 6시즌을 소화해 FA 자격을 얻었다. 신기하긴 한데, 오늘 우승을 하지 못해서 감정이 무뎌지긴 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우리 흥국생명 후배들 고생 많았다"고 달래며 "우리의 실력이 부족해서 준우승에 그친 걸 받아들여야 한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더 한국 배구를 끌어나갈 좋은 선수가 되었으면 한다"고 덕담하기도 했다.
흥국생명이 챔피언결정전 승자가 됐다면, 김연경은 2005-2006, 2006-2007, 2008-2009시즌에 이어 개인 통산 네 번째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 수상이 유력했다.
김연경은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옐레나 므라제노비치(등록명 옐레나·135점)에 이은 득점 2위(120점)에 올랐다. 공격 성공률은 45.31%로 1위였다.
경기 중에 후배들을 다독이는 '코트 위 사령관' 역할도 훌륭하게 해냈다.
그러나 팀이 패하면서, 김연경은 무관으로 챔피언결정전을 끝냈다,
하지만 10일 열릴 정규리그 시상식에서는 MVP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김연경은 정규리그에서 국내 선수 중 가장 많은 669득점(전체 5위)을 했고, 공격 성공률은 45.76%로 1위를 차지했다.
수비에도 능한 그는 리시브 효율 8위(46.80%), 디그 10위(세트당 3.713개)에 올랐다.
여전히 세계 최정상급 아웃사이드 히터인 김연경의 모습을 코트에서 보길 바라는 팬들은 무척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