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정(사진: 로드FC) |
데뷔 당시 은행원 출신의 파이터로 화제가 됐던 이은정(팀피니쉬)이 자신에게 25초 TKO패의 수모를 안긴 약관의 파이터 박지수(로드짐 군산)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이은정은 지난 23일 잠실 롯데월드 핫식스 아프리카 콜로세움에서 열린 ARC 001에서 백현주를 판정승으로 제압, 종합격투기 로드FC(ROAD FC) 데뷔 후 첫 승을 달성했다.
이은정은 은행원을 다니다가 격투기 선수가 된 파이터다.
다이어트를 위해 시작한 운동에 빠져 은행까지 그만두고 격투기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3년간 훈련을 거듭해 성장한 뒤 아마추어리그인 로드FC 센트럴리그를 거쳐 로드FC와 정식 계약을 체결, 프로 선수가 됐다.
프로 데뷔의 설렘도 잠시. 프로의 무대는 혹독했다.
지난해 11월 로드FC 데뷔전에서 이은정은 박지수에게 25초 만에 패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데뷔전을 치르는 신인에게 당한 패배라 더욱 뼈아팠다. 더구나 25초 패배는 로드FC 여성 파이터 경기 역대 최단 시간 패배였다.
이은정은 로드FC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패배에 대해 “아직도 잊을 수 없는 날이다. 2019년 11월 9일은 내 데뷔전이었다. 로드FC 정식 케이지에 올라가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24초 만에 3년이라는 시간이 무너져서 한이었다”고 그간의 마음 고생을 털어놨다.
데뷔전에서 이은정은 아마추어 대회보다 큰 케이지로 인해 시야 확보를 위해 렌즈를 착용하고 프로 무대에 올랐다.
이것이 화근이었다. 경기 도중 펀치에 맞아 렌즈가 눈에서 빠졌고, 시야가 확보되지 않았다. 당황한 이은정은 박지수의 공격에 그대로 무너져 25초 TKO 패로 이어지고 말았다.
이은정은 “데뷔전을 하기 위해 40일을 피, 땀 흘리고 눈물도 흘리면서 준비했다. 정식 케이지가 넓어서 렌즈를 착용하고 케이지에 올랐다. 솔직히 말하면 펀치가 아픈 건 아니었다. 오픈핑거 글러브로 맞으면서 렌즈가 빠져서 당황하며 뒤로 빠지다가 바디킥을 맞고 TKO 됐다. 렌즈 낀 그 날이 한이 됐다. 렌즈 때문에 감독님한테도 많이 혼났다. 이번에는 그런 일이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현주에게 판정승을 거두는 이은정(사진: 로드FC) |
이은정은 “다친 곳은 없다. 첫승이니까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고, 믿기지 않는다. 지기만 하다가 이겼으니 더 뜻깊은 승리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하다. 죽기 살기로 열심히 준비했다. 그래서 더 눈물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은정은 이어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셨다. 경기 끝나고 가족들도 전화해서 고맙다고 하셨다. 고생하신 박준오 감독님께도 감사드린다. 시합장에서 돌아오면 항상 안 좋으셨는데, 감독님 얼굴에서 웃음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승리 당시 가졌던 생각을 전했다.
꿈에 그리던 첫 승을 올린 이은정의 시선은 곧바로 박지수에게 향했다. 이은정은 자신의 SNS에 박지수와의 재대결을 바란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은정은 “백현주 선수에게 승리가 했을 때 말을 하고 싶었다. 한을 풀고 싶다. 다시 박지수 선수와 매치를 잡아주셨으면 한다. 비록 백현주 선수와 판정은 나왔지만, 다시 한번 박지수 선수와 매치를 잡아주면 그땐 판정은 없다. 박지수 선수가 매치를 수락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은정은 이르면 이달중 은행원으로 복직할 예정이다.
“은행원에서 파이터로, 이제는 은행원 파이터가 된다. 지금 준비 중이다. 빠르면 6월이고, 늦으면 7월이 될 거 같다. 데뷔전 이후로 슬럼프도 오고 코로나도 터졌다. 그러고 나서 한동안은 마음고생이 심했다. 경제적으로 힘들어지고, 은행원으로 복귀하면 시합을 편하게 뛸 수 있지 않나 해서 다시 복귀하려고 한다”고 복직의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