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노이슬 기자] "'우영우'를 이 세상의 외뿔고래들에 바치고 싶다."
박은빈이 스스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믿고보는 배우' 박은빈이 '우영우'를 통해 또 한번 배우로서 진가를 입증한 것이다.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의 성장을 밀도 있게 그려내며 호평 받은 박은빈. 목소리 톤부터 손짓, 걸음걸이, 눈빛 등 캐릭터에 완벽히 몰입해 시청자들의 감탄을 자아낸 것은 물론,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데 일조하며 '우영우' 신드롬급 인기의 주역이 됐다.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연출 유인식, 작가 문지원/이하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렸다.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우영우 役 박은빈/나무엑터스 |
종영 후 스포츠W와 만난 박은빈은 "이 세상의 외뿔고래들에 바치고 싶다. 너무 큰 사랑을 보내주셔서 감사했다. 배우 박은빈에도 많은 성원을 보내주셔서 정말정말 감사한 나날을 보냈다. 저도 '우영우'를 봐주신 분들의 나날을 응원하고 싶다"고 감사함을 담은 종영 소감을 밝혔다.
'우영우'는 신생채널 ENA의 두번째 드라마로 첫 회 시청률 0.9%를 기록, 5회만에 마의 시청률로 불리는 10%를 돌파하며 인기를 실감케 했다. 최종회는 우영우가 법무법인 한바다의 정식 변호사가 됐고, 이준호(강태오)와 사랑까지 지켜내며 한층 성장한 모습으로 '뿌듯함'을 안겼다. 시청률 17.5%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뿐만 아니라 넷플릭스 비 영어권 작품 기준 4주 연속 1위에 오른 것은 물론, 아시아를 비롯해 아르헨티나, 브라질, 콜롬비아, 멕시코, 페루, 그리스, 이집트 등 54개국 넷플릭스 TOP 10을 기록하며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켰다.
박은빈은 "시청률은 1회부터 놀랐다. 제가 듣기로는 신생 채널인데다 전 프로그램을 통틀어서 1%를 넘은 적이 없었고 들었다. 2회부터 두 배씩 훌쩍 뛰어넘어서 많이 놀랐다"고 했다.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우영우 役 박은빈/나무엑터스 |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장애라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기존의 작품들과 달리,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그들이 사회에서 비(非)장애인과 대화하고 소통하는 방식을 동화처럼 아기자기하게 그려냈다. 특히 박은빈은 세상 속으로 씩씩하게 부딪치며 나아가는 우영우의 모습을 따뜻한 감동과 유쾌한 웃음, 특별한 설렘과 함께 담아내며 햇살 같은 힐링을 전해 큰 여운을 남겼다.
박은빈이 '우영우'에 출연하기까지 고사했다는 이야기는 많은 화제가 됐다. 그럼에도 유인식 감독과 문지원 작가는 박은빈을 기다렸다. 그는 "그 이야기가 너무 회자되는 것도 작품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조심스럽긴하다. 저를 믿어주시는데 제가 그만큼 잘 해낼 수 있는지 스스로 확신이 없었다"고 했다. "'연모' 같은 경우는 남장 여자 왕이다. 모두가 조선시대의 여자 왕? 이라면서 불신하지만 저는 자신 있었다. 반면 '우영우'는 모두가 다 잘 할거라고 했지만 저는 자신이 없었다. 왜 저를 영우에 안성맞춤이라고 하는지도 궁금했다. 대본을 보면 캐릭터의 정서가 그려진다. 근데 이 역할은 선입견을 갖고 그리면 안되는 캐릭터 같아서 아무것도 안 그려졌다. 뛰어노는 모습이 그려져야는데 까만 블랭크만 보여서 이걸 어떻게 접근할지 어려웠다. 그런 지점들이 망설이게 했다."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우영우 役 박은빈/나무엑터스 |
그럼에도 '우영우' 출연을 결심하게 된 것에 대해 "저는 제 가능성을 믿는 부분이 있다. 막상 마음 먹으면 제대로 해야지라는 각오가 있었다. 그런 결심들이 지금의 '우영우'를 있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우영우'는 앞서 문지원 작가의 데뷔작 영화 '증인'에서 김향기가 연기한 자폐 스펙스럼을 가진 지우의 꿈이 변호사였다는 것에서 파생된 이갸기다. 천재성과 자폐 성향을 동시에 가진 우영우를 만들기까지 박은빈은 어떤 영상이나 캐릭터도 참고하지 않았다.
"영상 레퍼런스를 배제한 이유는 자문 교수님께서 우영우와 비슷한 캐릭터는 없다고 하셨다. 저도 자폐는 대표될 수 없다는 특징을 염두해두고 우리 드라마에서 창작자들이 하고 싶은 말은 어떤 인물을 통해 전달될까를 생각했다. 실제 자폐인분들을 따라하는것은 금기시해야하는 배우로서의 윤리적인 책임이라 느껴졌다. 적어도 제가 생각하는 방법론에 있어서는 실제 그분들을 도구적 장치로 이용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우영우를 통해서 이야기해야한다면 독자적인 캐릭터로 고유성을 찾아보자 생각했다. 저는 그런 레퍼런스를 찾아보신 작가님과 감독님을 믿었다. 자폐 스펙트럼 진단 기준을 찾아보는게 중요했다. 네 가지가 있었다. 참고 서적으로 준비하는게 우영우의 특징들을 세분화하는게 도움이 많이 됐다."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우영우 役 박은빈/나무엑터스 |
가장 어려웠던 점은 표현의 정도다. 그는 "우영우를 마주하는 누군가는 이상함을 느껴야는데, 처음에는 의뢰인으로 마주하는 사람들이 느껴야한다. 사람들 속에서 다름을 표현해내야 하는 정도가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우영우'에서 영우가 법무법인 한바다에 입사하며 본격 변호사로서 사건을 담당, 변론해나가며 성장해나간다. 변호사라는 전문직이기에 법정과 사무실에서 평소 사용하지 않는 용어는 물론, 읽는 것만으로도 벅찬 법조문을 달달 외워야했다. 박은빈은 "한계를 시험해본 현장이었다"고 했다.
"이 작품에서는 방대한 대사량을 정보 전달 측면에서 속사포로 내뱉어야 하는 큰 미션이 있었다. 발음을 신경쓰긴 했다. 연기할 때 발음을 정확하게 전달하는게 저한테는 익숙한 일이다. 법정씬은 3~40번씩은 같은 대사를 읊어야 했다. 자문변호사님이 영우에게는 법정이 일상 생활에서 억압된 에너지를 분출하는 치유의 현장이라고 하셨다. 리액션해주는 모든 인물들을 포함해서 여러 번의 촬영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서 대사를 했다. 게슈탈트 붕괴현상처럼 의미가 머리가 새 하얘질 때도 있었다. 여러 경험을 했었다. 법정씬은 한 회차 내에서도 3~4번의 공판이 있지만 배우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여러 한계를 시험해본 현장이었다."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우영우 役 박은빈/나무엑터스 |
방대한 양의 대사를 외운 비결도 전했다. "방대한 대사량을 외우면서 습관이 생겼다. 처음에는 매일매일 외워야하는게 벅찼는데 점점 외우는데 요령이 생겼다. 예전에는 대본을 보고 속으로 외웠다면, 이번에는 끊어 읽기가 중요했다. 뜻을 전달해드리려면 제가 이해하고 내뱉는 게 중요했다. 시험보는 것처럼 흰 A4용지에 매일같이 서술형 시험을 준비하고 채점해가는 식이었다. 뒤로 갈수록 대사가 점점 많아졌다. 그동안 어느 드라마보다 역대급으로 많은 대사량이었다(미소)."
'우영우'는 때로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사건을 해결하는 등 따뜻한 법정극을 표방하지만,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우영우의 성장기를 그렸다. 우영우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고래'다. 유인식 감독은 8회차까지 나온 대본에 영우의 내면 세계를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으로 '고래'를 제안, 차용했다. 매회 다른 방식으로 등장한 고래는 극에 미장센을 더욱 돋보이게 하며 동화같은 면모를 부각했다. 박은빈이 8회 대본을 받은 후 고래 에피소드가 추가됐다.
"사실 평소에는 고래에 대해 접할 기회가 없었다. 고래 CG도 8회 대본까지 받은 후, 추가된 게 고래 에피소드였다. 법조문을 외우는 것만으로도 벅찼는데, 고래 에피소드가 추가돼 '이게 뭐지?' 생각했다. 근데 비주얼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서, 영우의 특성이 볼 거리가 많아지고, 좀 더 동화같은 모습을 구현한 것 같다고 생각한다. 드라마 끝낸 입장으로서는 고래가 좋아졌다고 할 수 있지만, 촬영 때는 새로운 고래들이 나올 때마다 압도됨을 느꼈다."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우영우 役 박은빈/나무엑터스 |
'우영우'는 사회의 소외계층인 노약자, 동성애자, 장애인 등을 의뢰인으로, 소덕동 사건 속 팽나무의 가치, 제주도 황지사 사건 속 문화유산의 가치 등 다양한 소재를 다뤘다. 그 속에 녹아든 '고래' 역시 대중에 한층 더 친숙한 이미지가 됐고, 최근 수족관에 갇혀있던 돌고래 21마리를 바다로 돌려보내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박은빈은 "최근에 아쿠아리움에 갇힌 21마리의 돌고래들이 바다로 돌아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기뻤다. 그런 영향력까지 생각하고 작품에 임한 것은 아니지만 좋은 영향력이 있다는 것은 작품에 참여한 배우로서 보람찬 일인 것 같다. 고래 관련 에피소드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인터뷰②에서 계속...